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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는 오는 30일 신청사 개청식을 가질 예정이다. 신청사 식수동산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두환씨의 동백나무. 끝나지 않은 그의 권력의 그림자를 보고있는 듯 하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최근 추징금 고의 미납과 과잉경호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전두환씨가 87년 광주시청 방문을 기념해 식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5·18단체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시청은 이번 주내에 전두환씨가 식수한 나무를 이전할 것인지, 시청 식수동산에 그대로 남길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전두환씨 나무 식수동산 한 가운데 차지

전두환씨가 광주시청(계림동 소재)에 기념식수를 한 사실은 시청이 서구 상무지구 신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광주시청은 오는 30일 개청식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신청사 내 시민 휴식공간에 '식수동산'을 조성했다.

이 식수동산에는 최인기·송언종·강운태 등 역대 광주시장을 역임한 이들의 기념식수가 표지석과 함께 들어서 있다.

지난 94년 '5·18내란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는 전두환씨의 동백나무는 표지석이 설치되지 않은 채 식수동산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또 5·18 당시 국방장관으로 광주민중항쟁 진압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주영복씨의 나무도 심어져 있다.

광주시청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두환씨는 통치권자로서의 임기 말년인 87년 광주시청을 방문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식수를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5·18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우리는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면서 "학살자가 심은 나무를 시청 식수동산에 두는 것은 5월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철거나 5·18기념공원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구영 전 5·18항쟁청년동지회 회장은 "전두환이 통치자 자격으로 심었다고 해서 신청사로 옮긴 것인데 전두환이 정통성을 가진 대통령이었느냐"며 "다른 곳으로 옮겨서 표지석이나 안내문에 잘못된 역사에 대해서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수 당시는 통치자 자격...대통령 정통성 없다"

시청이 아닌 5·18자유공원 등 광주민중항쟁을 기념하는 장소로 옮겨 전두환씨의 만행과 행적, 나무를 옮기게 된 배경에 대한 안내문을 설치함으로써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 김대인 총무부장은 "전두환씨는 94년 내란음모죄와 반란죄로 실형을 받은 사람으로 대통령의 지위가 전면 부인된 사람이다"고 지적하고 "광주시청은 민주·인권·문화도시를 표명하면서 전두환씨 나무를 청사에 두는 것은 역사적 모순이다"고 말했다.

시민 김정곤(30·방림동)씨는 "광주시민을 그렇게 학살한 사람의 나무를 시청에 두고 뭘 기념하겠다는 것이냐"며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흥분했다.

변동철 광주경실련 조직부장도 "대통령으로서 인정할 수 없고 인정되지 않는 사람의 나무를 왜 행정기관에 두느냐"며 "광주시민의 정서는 아예 철거해 버리는 것이겠지만 광주민중항쟁을 기념하는 장소에 옮기는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인터넷을 통해 이 문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22일 저녁 9시 현재 12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뽑아서 없애버린다"고 답한(82명, 67.7%)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광주시청 시민설문조사 후 결정...기념재단 설문 '철거'의견 압도적

광주시청은 이 문제로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담당부서 내에서도 "그대로 신청사에 두는 것도 무방하다"는 의견과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 광주시청은 지난 주부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 등 200명∼300여명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문금주 광주시청 자치행정계장은 "여론계에서 설문조사 중에 있다"면서 "아예 철거하라는 요구도 있고 5·18을 기념하는 곳에 옮기자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문 계장은 "설문조사가 끝나면 의견을 종합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되느냐'는 질문에는 "무조건 따르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광주시청으로서는 시민들의 정서도 고려해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식수라는 점이 철거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는 것이 부담인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청이 전두환씨를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해 식수동산 한 가운데 그 나무를 그대로 둘지, 아니면 광주시민의 정서와 광주 오월을 학살한 범법자인 점을 고려해 다른 곳으로 이전할지, 최종 결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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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광주에 남아있는 '각하의 흔적'


전씨의 '기념식수'와 망월동 '전두환 디딤돌'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서는 '전두환 디딤돌'이라는 기념비를 밟고 지나야 한다. 아직 '전두환 대통령 각하..'라는 문구가 선명하다.(왼쪽) 한 아이가 참배를 온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전두환 디딤돌'을 밟고있다.(오른쪽)
ⓒ오마이뉴스 이승후

전두환씨가 대통령의 재임 시절 광주시청 방문을 기념한 식수가 논란이 되는 까닭은 현재의 그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즉 전씨를 정통성을 지닌 '전직 대통령'으로 간주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 찬탈을 위해 학살과 내란음모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여길 것인지를 가늠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과잉경호'로 물의를 빚은 경찰청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전두환씨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사적, 헌법적 지위는 이미 박탈당했다. 하지만 전씨의 권력은 여전히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광주시청 식수동산의 가장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두환씨의 기념식수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씨가 절대권력을 누렸던 시절처럼 그의 기념식수도 아직까지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마치 경찰의 전씨에 대한 '과잉 충성경호'처럼 말이다.

'민주성지 광주시'의 청사 한복판에 사법적으로 단죄받은 '광주학살자'의 기념식수가 버젓이 자라고 있다는 것은 광주시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광주시가 전씨의 기념식수와 관련 시민 설문조사에 나선 것은 이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게다.

이 점에 대해서 광주시는 망월동 5·18 묘역 입구에 있는 '전두환 디딤돌'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망월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서는 '전두환 디딤돌'이라 불리우는 '기념비'를 밟고 지나야 한다. 그 기념비는 부수어진 채 길 바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디딤돌'이 왜 망월묘역 입구, 바닥에 드러누어있는지 그 '안내판'에서 볼 수 있다.

-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현장 -

민족의 반역자요 광주민중 학살과 자주 민주 통일의 원흉 전두환이 자기죄를 은폐하고자 학살현장인 광주를 방문하지 못하고 1982년 3월 10일 담양군 고서면 성산 마을에 잠입하여 민박 기념비를 세웠다. 이에 복받쳐 오르는 분노와 수치심을 참을수가 없어 1989년 1월 3일 이비를 부수어 이곳에 묻었나니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곳을 짓밟아 통일을 향한 큰길로 함께 나아갑시다.
영령들이여! 고히 잠드소서!

1989년 1월 13일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구 광주전남민주동우회)


강구영 5·18민중항쟁청년동지회 전 회장은 "'전두환 디딤돌'은 '전두환 일당'이 행한 군부독재와 학살의 역사를 밟고 지나야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 있다는 의미다"면서 "그 디딤돌에 새겨진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부분이 아직도 닳지않았다"고 말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망월묘역을 참배하고, 그 디딤돌을 밟고 다녔지만 이들의 바람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광주시는 전씨의 기념식수 논란과 관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행정기관의 의무'로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전두환 디딤돌을 찍어누르듯 밟으며 민주항쟁의 역사를 써온 광주시민들은 광주시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시대에서 한시 바삐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 강성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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