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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중증장애인 39명은 1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 도입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 윤보라
▲ 이날 전장연 회원들은 삭발을 한 뒤 잘린 머리카락을 서울시에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로 인해 약 1시간 동안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장애인들이 부상을 입었다.
ⓒ 윤보라
장애인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집단 삭발을 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 도입을 위해서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공동준비위원장 박경석, 이하 전장연) 소속 100여명은 1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에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서 전장연 소속 중증장애인 39명이 삭발에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29일째 서울시청 앞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삭발하고 있다.
ⓒ 윤보라
이날 대회에서 전장연은 "중증장애인도 시설이나 집구석에 박혀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권리로서 인정되는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장연은 활동보조인 서비스 도입에 미온적인 서울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최용기 전장연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투쟁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서울시에서는 예산을 핑계로 도입을 약속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가 자립생활센터 3곳에 활동보조 사업비로 지원하는 예산은 2억4천만원인데, 지난 15일에는 장애인을 위한다며 하루 잔치에 2억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오늘 39명의 삭발은 더 이상 집안에 방치되지 않고 삶의 주체로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중증장애인들의 피와 눈물"이라고 말했다.

이원교 전장연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수많은 장애인들의 삶이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며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10년·20년 동안 집과 시설에서 방치된 삶을 살아왔고, 제대로 교육받을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한 인간으로 권리를 보장받으며 당당히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누구든지 서울시장이 돼 시청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들 "잘린 머리칼, 서울시에 전달하겠다"... 경찰 저지로 마찰

이날 전장연은 삭발식을 마친 뒤 잘린 머리카락이 든 상자를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 전달하겠다며 서울시청 별관으로 향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에 전장연 소속 회원과 경찰 사이에 약 1시간 동안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장애인들과 경찰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대회에 이어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흔 넘은 어머니에게 내 몸 맡겨야 하나요"
중증장애인들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당연한 권리"

▲ 1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삭발식에 참여한 중증장애인들.
ⓒ윤보라

활동보조인 서비스(PAS)란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목욕, 집안 일 등 일상생활과 이동을 도와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 운영한다. 이미 독일과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 서비스를 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해 하루 24시간까지 제공하고 있다.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삭발식에 참여한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고 입을 모았다.

뇌병변장애(1급)를 앓고 있는 경기장애인인권포럼 활동가 장경수씨는 "나의 경우는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께서 도와주셔야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 밖으로 간신히 나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는 꼭 필요하다"며 "중증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또 목숨을 제대로 이어나가기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의 김동수씨도 "어릴 적 경제적으로 어려워 부모님 두 분 모두 돈을 벌러 나가셔야 했기 때문에 나는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며 "12살 때 형이 만들어준 엉성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동네 놀이터에 가본 것이 나의 첫 외출"이라고 떠올렸다.

김씨는 "지금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내와 17개월짜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며 "아내보다 장애의 정도가 심한 나는 아이도 돌볼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아내가 아이 돌보는 일과 집안 일을 도맡아 하다보니 매우 힘들어한다"며 "이 때문에 자주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제도화된다면 아내와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받고, 더 이상 장애를 이유로 서로 말다툼을 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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