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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세모, 네모 모양>
ⓒ 시공주니어
흔하고 평범한 그림책보다 좀더 화려하고 톡톡 튀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다면 책장마다 입체적인 형태의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Pop-up Book)이나 들춰보기 창이 들어 있는 플랩북(Flap Book)을 권한다.

로버트 크라우서의 <세모, 네모 모양> <빨강, 파랑 색깔> <위, 아래 반대> 시리즈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입체북 중 하나이다. 영국 왕립 미술 학교 출신의 신세대 그림책 작가 크라우서가 제작한 이 책들은 다른 그림책에 비해 톡톡 튀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치는 개성적 시리즈이다.

이 그림책 시리즈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화려한 원색과 단순한 도형들이 책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 시리즈 중 하나인 <세모, 네모 모양> 책은 아이들에게 도형 모양에 대한 인지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책장이 네모반듯한데 반해 이 책의 책장은 각각 세모, 네모, 타원, 동그라미 모양으로 구성되어 일반적인 책장의 개념을 탈피했다. 책장은 모두 네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각 도형 모양 책장 속에는 겹겹이 들춰볼 수 있는 그림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아이들은 각 도형의 모양을 보면서 그 이름을 기억하고 도형 모양 속에 숨어 있는 그림들을 통해 어떤 사물이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책장을 들춰 보는 놀이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적극 권장할 만한 구성이다.

<빨강, 파랑 색깔> 책에서는 화살표 모양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각 색깔을 나타내는 여러 사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빨간색 책장의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사과, 체리, 토마토, 무당벌레, 딸기가 나온다. 노란색 책장 속에는 버터, 달걀노른자, 레몬, 바나나 모양이 등장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 여러 사물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알게 하고 색의 이름을 인지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 그림책 시리즈는 '이야기' 중심이기보다는 도형과 색깔, 위 아래 반대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적 기능을 담고 있다. 화려한 색깔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며 각 책장에 숨어 있는 사물의 그림들은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책장을 하나하나 들춰 보면서 여러 개념들을 배우기에 좋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형태의 이 시리즈가 이처럼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느껴지는 이유는 책에 그려진 그림들이 좀 작다는 것 때문이다. 게 그림, 수박 그림 등이 너무 조그마하게 그려져서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

개미, 무당벌레 등의 작은 생물은 실제 생물처럼 작게 그려져서 사실감을 부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곰, 수박, 게처럼 큰 것들을 작게 표현하면 아이들이 생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특히 <빨강, 파랑 색깔> 책의 경우 그림의 크기가 너무 작아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외국 작가가 쓰고 그린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사물들이 등장한다는 것. 럭비 공, 체커 판 등의 사물이나 블루베리, 체리, 라임 등의 과일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사물을 제시하다 보면 아무래도 개념 전달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놀이처럼 여러 도형과 색, 반대 개념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매우 독특하게 구성된 책장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창의성과 그림책 창작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아이들은 책장을 잡아당기고 들춰보면서 여러 개념을 쉽게 익히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독특하고 창의적인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가 드물다는 것이 아쉽다. 그런 작가들이 있다면 굳이 어렵게 외국 작가의 그림책을 사서 볼 필요도 없지 않은가. '체커 판' 이라는 낯선 외국 사물을 예로 들면서 '정사각형' 개념을 알려 주는 것보다 '백설기'와 같은 우리 것을 예로 들면 더욱 정겨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세모, 네모, 모양

로버트 크라우서 지음, 시공주니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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