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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계로 자사고 공격」.

<중앙일보> 24일자 18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23일 <국정브리핑>에 투고한 '자립형사립고를 늘려서는 안되는 이유'를 비판하면서 "자사고 사교육비를 뻥튀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를 낸 사람은 김 부총리가 아니라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라는 게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등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사고 사교육비'를 놓고 '뻥튀기' 보도를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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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사교육비 계산법, 교육부가 틀렸나 <중앙>이 틀렸나

▲ <중앙일보> 3월 24일치 18면 머릿기사.
ⓒ 중앙PDF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김 부총리의 글 곳곳에는 사실 관계가 틀리거나 통계가 잘못 인용됐다"면서 그 첫번째 근거로 자사고와 일반고의 월평균 사교육비 편차를 거론했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자립형사립고 사교육비가) 2003년 전국 일반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0만원)를 웃돈다고 김 부총리가 주장했다"고 밝힌 뒤 "그러나 자사고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아니다,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일 뿐"이라고 적었다.

누가 보더라도 일반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통계인 30만원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까지 포함해 계산한 액수'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이런 가정에 따라 한 발 더 나아가 '과외를 받지 않는 자사고 학생들까지 포함한 사교육비'를 계산해내는 집념을 보인다.

"(학생의 87.8%가 사교육을 받지 않는 민족사관고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하면 12만원에 불과하다. 해운대고만 46만6000원일 뿐 나머지 자사고는 20만 원대다."

이렇게 보면 일반고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30만 원인데 자사고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12만원이나 2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까지 넣어 평균 사교육비 통계를 내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라고 교육개발원 쪽은 밝혔다.

강양분 교육개발원 조사실장은 "여태껏 나온 연구보고서 가운데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산출하면서 중앙일보식으로 계산한 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2000년도에 과외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해 사교육비를 산출하려 했더니 일부 기자들이 사교육비 축소라고 반발, 결국 과외에 참여한 학생만 대상으로 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그러면 비교대상인 일반고 평균 사교육비 계산법도 같아야

또한 일반고 학생의 사교육비가 30만원이란 액수 역시 2003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사교육 실태 및 사교육비 분석 연구'에서 뽑아낸 수치다. 이 연구의 책임을 맡은 바 있는 김양분 실장은 "2003년 일반고 학생의 사교육비 통계도 지난해 자립형사립고 사교육비 통계처럼 과외를 받은 학생들의 평균치만 뽑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식대로 계산한다고 해도 2003년 일반고 학생들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30만원보다 훨씬 적은 16만9000원이 된다. 물론 이 수치 또한 자립형사립고 전체 학생 대비 월 평균 사교육비보다는 낮은 액수다.

참고로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립형사립고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민족사관고 105만원, 해운대고 56만원, 상산고 42만원, 포항제철고 39만원, 현대청운고 36만원, 광양제철고 33만원이었다. 일반고 평균 30만원보다 높았던 셈이다.

또 이 기사를 보다 보면 의구심이 드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육부 ○○○과장이 사교육비 통계에 대해선 '작성단계에선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바로 그곳이다. 이에 따라 이 신문은 기사의 어깨 제목에서도 "논란일자 '검토 미흡'"이라고 넣기도 했다. 교육부도 사교육 통계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된 교육부 중견 관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펄쩍 뛰었다. 그는 "내가 <중앙> 기자에게 이렇게 말을 한 이유는 국정브리핑에 표를 두 개 보냈는데 하나만 실렸기 때문에 '작성단계에선 검토하지 못했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엉뚱하게 발언 내용이 나가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기사를 쓴 <중앙> 기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2003년 일반고 평균 사교육비도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을 계산에서 뺀 수치인 사실을 알고 기사를 썼느냐"는 물음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중앙지라면 선동행위는 멈춰야

이 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김 부총리가 민족사관고를 비판한 부분도 "사실이 아니다"는 해당학교 관계자의 말만 전했다. 김 부총리는 글에서 '민족사관고를 입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1인당 390만원을 받고있는 영재프로그램 등과 여름토론캠프 등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신문의 부제대로 김 부총리의 이런 주장은 '민사고 때리기'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기사를 작성한 <중앙> 기자는, 적어도 자사고 문제에 비슷한 논조를 보여온 <조선일보>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제2단계는 초등 고학년(4~6학년) 과정으로, 이 시기부터는 아이와 부모님이 민족사관고나 특목고에 대하여 대화를 시도하고 민사고 등을 방문 견학하거나 방학 중 캠프에 참여하여 아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2006년 2월 20일치 D7면)

"민사고 주최 수학경시대회나 토론대회 참가 경력은 필수다. 지난 6월 치러진 수학경시의 경우, 합격자들은 입상(1등급)까지는 아니더라도 2~3등급을 따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합격자 유○○군은 … 민사고 수학경시대회 2등급 경력을 가지고 있다."(2005년 10월 17일치 D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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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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