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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이 일장기가 걸린 콘서트홀에서 일제가 세운 괴뢰정권의 창건 10주년을 기념하는 곡 '만주국'을 작곡하여 직접 지휘하는 동영상이 발견돼,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네요.

"10년 세월 제국은 무르익었다. 민중은 환호한다. 나라는 저 멀리 빛난다." 이 곡의 합창 가사도 일본 외교관 이하라 고이치가 쓴 것이고, 합창 선율 두 개가 공교롭게도 '한국환상곡'의 합창부분과 음악적으로 일치한다고 하네요.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안익태 선생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 동안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 듣자 하니 안익태 선생은 스승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동맹국 일본의 천황을 위해 작곡한 '일본축전음악'을 지휘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다소 성급하게 애국가를 새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익태 선생의 친일행적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재작곡은 불가피하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먼저 안선생의 행적에 대한 연구와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익태 선생의 친일행적이 사실이라면, 사이언스 논문조작 사건과는 비유할 수 없는 국가적 망신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해방 직후에 깔끔하게 해결됐어야 하는데,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이미 60년 동안 불러온 애국가를 이제 와 재점검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일이 생기는 거죠.

한 가지 우려할 것은, "카라얀도 나치에 협력했지만 세계적인 지휘자로 인정받았다"는 식으로, 안익태 선생의 예를 일제하 친일파들의 행적을 변명하는 데에 사용하는 겁니다. 어느 신문의 논조에서 벌써 그런 조짐이 느껴지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허용해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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