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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의혹이 새로운 국가 제정 논란으로 이어질 조짐이 엿보인다.

친일음악인을 연구해온 노동은 교수(중앙대 음대)는 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과의 인터뷰에서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교향시 강천성악(하늘에서 내려온 음악)은 일본 아악인 에텐라쿠 테마로 작곡한 것"이라며 "그건 1910년 보통교육을 만든 이후 일본인들이 '착한 벗'이라고 하면서 강제교육을 시킨 일본 가락"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안익태가 '만주국'을 작곡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만주국 때문에 '한국환상곡 자체가 민족적이냐'라는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가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국제적 동맹 관계 속에서 만주의 왕도락토를 구현시키는 일에 앞장선 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더 나아가 국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안익태의 손을 떠나 많은 한국인들이 애국가를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애국가는 공식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 이전에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국가가 있었다. 1934년 프란체 에케르크가 작곡한 대한제국 국가나 독립군 진영에서 국가란 이름으로 불리던 독립가 등 애국가가 많다. 그러다가 해방 전후로 해서 안익태의 애국가가 불려졌다.

따라서 안익태의 애국가만 유일한 국가로 불려져야 하는 건 아니다. 애국가는 시대마다 그 시대를 반영해왔다. 이제는 21세기를 지향하고 민족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애국가가 나와야 한다."


노 교수는 "기존 애국가의 가사는 살리고 작곡만 새로 하거나, 시대 정신을 담아 가사까지 다시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익태기념재단은 안익태의 친일전력 시비가 불거진 것에 대해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김형진 기념재단 이사장은 9일 오전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 선생의 자료를 들여다보면 선생의 조국에 대한 사랑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단지 2차대전 말기 안 선생의 부득이한 환경에서 발생한 연주활동이 국민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안익태의 일부 부적절한 연주 활동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에 유감을 표했지만, 이것이 자칫 안익태 격하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애국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도 애국가 표절 시비가 있어서 학자들이 표절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의 수난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이를 통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 과거가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념재단은 금년 11월 학술대회를 통해 모든 의혹들에 대한 진위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기념재단의 이같은 대응은 안익태의 친일 논란이 독립유공자 서훈 심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는 작년 10월 안익태의 독립유공자 자격을 심사한 결과, "30년대 말에서 40년대에 이르는 기간의 안씨 행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방송에서 친일 의혹을 제기한 재독 유학생 송병욱씨를 가리켜 "한 학부생의 주장만으로 만주국 축전음악이 한국환상곡과 관련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것이 과장되게 국민을 혼란시키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송씨는 훔볼트대 음악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김 이사장의 '학부생' 발언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한 폄훼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 기념재단의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송씨가 독일 유학생으로 보도됐기 때문에 김 이사장이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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