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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며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활용하며 살아간다. 땅바닥을 기는 아이들의 몸짓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만지작거리는 손동작 역시 새로움에 대한 학습의 과정이다.

▲ 뇌의 무한한 가능성
ⓒ KIBS
태아때부터 이미 발달하기 시작하는 인간의 뇌는 그 구조와 기능, 발달의 과정 자체가 경이롭다. 태어날 때 불과 350그램 정도인 아기의 뇌는 이후 1년여 동안 급격히 성장하여 1000그램에 이르고 사춘기 시절에는 성인 뇌의 평균적인 무게인 1300~1500그램에 이른다.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 4배 가까운 성장을 하는 것은 타 생명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간만의 특징이다. 또한, 전체 체중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도 1/40로 가장 높다. 인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유인원도 1/100에 불과하다.

신피질, 구피질, 뇌간의 뚜렷한 3층 구조 역시 독특한 인간 뇌의 특징이다. 왜냐하면, 동물에서도 볼 수 있는 생명활동과 1차적인 감정활동을 담당하는 기능 이외에 인간의 뇌는 인간만이 누리고 있는 기능을 관장하는 뇌부위가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감정과 정서를 만끽하는 것, 상상을 하고 학습을 통한 끊임없는 성장을 이루는 것,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기능까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은 끝이 없다. 지구상에 그 어떤 생명체도 스스로에게 'Who am I?'라는 존재적 질문을 던지진 않는다. 이러한 물음을 하게 하는 뇌의 기능이 인간으로 하여금 철학을 만들고 종교의 태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뇌의 3층 구조 중 진화의 입장에서 가장 늦게 이루어졌다 해서 이름 붙여진 신피질은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앙을 가르는 뇌량을 기준으로 좌뇌와 우뇌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부분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나누어진다.

좌뇌는 언어적, 분석적, 이성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우뇌는 형태적, 직관적, 예술성, 종합적 기능을 담당한다. 질서와 안정을 좋아하며 규칙과 계획을 세워 일처리에 익숙한 좌뇌형은 현대 일반인의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번뜩이는 영감과 직관력, 통찰력은 우뇌의 능력이니 창조적 아이디어를 잘 내는 경우 우뇌를 잘 활용한다고 쉽게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간 뇌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인간의 창의성은 우뇌의 기능이라는 학설이 지금까지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우뇌뿐 아니라 좌뇌와 대뇌변연계도 종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다소 수정되었다. 좌뇌와 우뇌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통합체계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 신경세포의 연결망 '시냅스'
ⓒ ScienceAll
태어날 때 인간의 뇌세포의 수는 약 1천억개에 이르는데, 약 12세까지 부위별로 그 기능이 발달하는 이 시기에 우리의 뇌 속에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난다. 배움과 경험의 과정을 통해 뇌세포들이 다른 뇌세포와 연결을 시작하는데,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사이의 연결고리)'라 부르는 이것의 수가 무려 100조개에 이른다.

한 개의 뇌세포 당 최소 수천개에서 수만개가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뇌세포 수의 감소가 바로 뇌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의 뇌세포는 매일 수만개에서 수십만개씩 소멸되어도 충분할 만큼의 양이 존재하며, 머리의 좋고 나쁨은 뇌세포의 수가 아니라 바로 이 '연결성(connection)'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시냅스의 수는 주로 학습과 창조적인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다양한 체험이 시냅스의 수를 증가시켜 뇌의 기능을 높여주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시냅스의 생성이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된다는 점이다. 1천억 개의 뇌세포와 100조개에 이르는 시냅스가 만들어가는 네트워크는 곧 그 사람의 성장드라마나 다름이 없다.

몸을 단련하는 운동에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 사람과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까지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네크워크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점은 이 시냅스의 형성 강도에 지식정보 보다 경험정보가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기억하는데 있어, 단순한 지식의 입력이 아니라 체험적 정보의 입력이 뇌에 강렬하게 각인된다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어떤 공도 칠 수 있는 멋진 타구폼을 형성하는 것,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에 자신이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 집단 속에서 사람들을 리드해가는 것,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경험정보의 훈련과 체득이 중요한 이유는, 지식정보와는 달리 어느 순간 뇌기능의 점프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것이 재능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과 적극적인 태도가 뇌의 변화 이끌어

경험정보의 체득 이상으로 명석한 두뇌와 창의적인 두뇌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변화를 절실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자극이 없으면 뇌세포의 소멸가능성이 커지고 새로운 시냅스의 형성이 없어지며 기존 시냅스의 강도 또한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설렘이 없을 때, 언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약해진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고 흥미가 없어질 때, 언제나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변화를 주지않을 때,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그 순간 나의 뇌의 잠재성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이다. 아이와 같은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호기심 어린 시선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나의 뇌기능을 일깨우는 척도인 셈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뤄내는 창의성은 천재들만이 가진 신비한 능력도 아니다. 사람마다 있는 재능을 일깨우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며, 이는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TV를 보는 일처럼 수동적인 방관자가 되어서는 나의 뇌의 잠재성이 깨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자각, 긍정적 마인드,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뇌 속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케 하고 이는 곧 성장한 나의 모습으로 현실화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산업은행 사보에 뇌칼럼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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