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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개개인이 얼마나 커다란 잠재성을 가진 존재인지 모른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구는 60억이지만 한 사람의 뇌 속에 살아 움직이는 뇌세포는 1천억 개에 이른다. 뇌세포를 뒷받침하는 글리아세포는 그 열 배이다. 한 사람의 네트워크가 아무리 크다 한들 얼마나 될까. 뇌세포 1개당 평균 1만개에서 수만 개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구는 넓고 크지만, 우리의 뇌는 그 보다 더 크고 무한한 셈이다.

▲ 끝없이 펼쳐진 뇌의 정보네트워크
ⓒ KIBS
지구상에 살아가는 60억의 사람이 가진 뇌구조와 기능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인간의 뇌구조와 기능은 인류가 문명생활을 시작한 수 만년 이래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른 능력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물론, DNA 속에 담겨진 유전적 차이도 있지만 뇌 속에 담긴 성장의 비밀을 자각한다면, 타고난 머리에 대한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나의 뇌에는 어떠한 것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오랜 진화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인간의 뇌는 지구상의 어떠한 생명체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다. 호흡을 하고 심장을 뛰게 하는 생명활동에서부터 복잡한 감정의 표현들, 학습과 기억, 사고와 추론, 상상 그리고 자아성찰까지 뇌가 하지 않는 일은 없다. 인체의 모든 장기를 대체할 순 있어도 뇌를 바꿀 순 없다. 뇌는 인간의 신체 중에서 물질이면서 정신을 가진 유일무이한 곳이며, 그 자체로 ‘인간’이라 해도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생명체 중 특이하게 인간의 뇌는 태어난 후에 무려 4배 가까이나 성장한다. 신생아의 뇌 무게는 350g이지만 성인은 1300~1500g에 이른다. 태어난 전후의 뇌 무게에 별반 차이가 없는 타 생명체와는 두드러진 부분이다. 이 기간동안 인간의 뇌는 언어, 운동, 기억, 감각 등 영역별로 자리 잡히면서 인간만이 갖는 독특한 뇌를 발달시켜간다. 중요한 것은 약 1천억 개에 이르는 인간의 뇌세포의 수는 대부분 비슷하며 태어난 이후 매일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1초에 약 1개씩 하루 10만개 이상씩 감소한다.

반면, 태아들이 세상에 나온 이후, 1천억 개에 이르는 뇌세포들은 끊임없는 연결을 시작한다. 그 연결은 세상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제대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지 않는 세포는 그만큼 죽을 확률이 높은 셈이다. 1천억 개의 뇌세포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는 글리아세포라는 놈은 그 열배인 1조개에 이르고,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라 불리는 것은 100조개에 이른다. 하나의 뇌세포는 보통 1만개이상의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어 있다. 이 글을 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뇌세포는 사멸되고 있으나, 그렇게 죽어도 넘쳐날 만큼 상상할 수조차 없는 어마마한 양이 우리 뇌 속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거꾸로 얘기하면 뇌세포의 대부분은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 그 성장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는 사실이다.

네트워크의 연결은 어떻게 하면 잘 이루어지는가?

▲ 지구는 넓고 크지만, 우리의 뇌는 그 보다 더 크고 무한하다
ⓒ KIBS
1천억 개의 뇌세포를 연결하는 100조 개에 이르는 네트워크 속을 수없이 많은 정보가 넘나든다. 때론 정보의 충돌도 일어나고 네트워크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네트워크는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며 매일 죽어가는 뇌세포와는 달리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점이다. 연결이 복잡해지고 강해지면 그만큼 뇌의 활용도가 커지는 것이고 이는 곧 창의적 사고로 외부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그 연결이 약해지고 감소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현재에 안주하고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단순해질 때, 새로운 것에 눈이 반짝이지 않을 때, 뚜렷한 목표가 없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뇌는 새로운 자극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사람을 가두어 놓을 때 일어나는 환청이나 환각현상은 늘 새로운 무언가를 원하는 뇌가 만들어내는 작용인 셈이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열쇠는 바로 어린 아이와 같이 언제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열린 사고로 대하는 데에 있다. 세계적인 거장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아이 같은 순수성을 지니고 있음을 때때로 발견한다. 언제나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항상 주어진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을 우리의 뇌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금세 어떤 일에 지루해하고 항상 같은 방식으로 대하거나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가? 그 순간 뇌세포는 잠든다. 소멸가능성이 그만큼 커져가는 것이다.

뇌의 발달에 있어 또 하나 인식해야 할 것은 뇌는 지식 보다 경험에 의해 저장되고 발달하는 폭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야구선수가 공을 치는 방법, 위기에 처했을 대처하는 법,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법 등의 것은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메모리라 할 수 있다. 지식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으나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은 뇌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기억으로 보존될 뿐 아니라, 시냅스의 연결성 또한 훨씬 더 강하게 일어난다.

또한, 한 분야에서의 이러한 경험메모리의 반복성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은 무척 중요하다. 보통 이들과 재능이 넘쳐나듯 보이는 이들의 차이는, 바로 이 경험메모리의 축적이 계속되면서 정보의 조합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는데서 비롯된다. 어느 분야든 끊임없는 경험메모리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뇌가 점프하는 순간이 온다. 그 점프가 재능으로 꽃피워지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문명을 만든 것이 뇌의 창조성이라면, 그 창조성의 열쇠는 바로 뇌 속의 수없이 뻗어있는 정보네트워크에 있다. 학습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기억하며, 조합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창조성의 산물은 지구상 어떠한 네트워크보다 넓고 복잡한 세계가 만들어내는 정보교류의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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