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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초등학생 살해 유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씨가 20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 자신의 신발가게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칼로 초등학생을 찌르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서울 용산 초등학생 살해 유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씨가 20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 자신의 신발가게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칼로 초등학생을 찌르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재구
"전과 9범인 거? 그전엔 몰랐다. 성추행범인 거? 아는 사람만 알았다. 경찰이 순찰 100번 돌면 뭐하나? 이 사람 주변을 돌았어야지."

지난 17일 서울 용산 초등학생 허모(11세)양을 성폭행하려고 유인했다 살해한 김모(53)씨의 전과를 안 주민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20일 오전 경찰은 현장 검증을 하러 김씨 부자를 데리고 김씨의 신발가게에 들렀다. 범행 장소였다.

하지만 경찰은, 차로 달려드는 주민을 피해 황망히 자리를 떠야 했다. 흥분한 시민들은 차에 뛰어올라 소리 질렀다. "저 놈 죽여라!" 김씨가 유아 성추행으로 풀려난 뒤 다섯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유아 성추행 사건 때, 돈 내고 집행유예

셔터가 굳게 내린 김씨 가게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울분을 토했다. "정부 잘못이다.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그는 또 말했다. "현장 검증인가 뭔가 할 때 사람들이 흥분한 것도 그래서다. 죽은 애가 내 자식하고 똑같으니까. 저놈 죽여라 했다."

또 한 주민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자식 둔 어미로 가만 두겠나? 그 자리에서 다 죽이고 싶지." 그 주민은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런 놈한테 왜 허연 쌀밥을 먹이느냐? 그 어린 것을 꽃봉오리가 뭘 알아. 그런 놈은 사회에 발도 못 들여놓게 해야 해."

인근 가게 주인 남자는 더했다. "신문 보고 알았다. 전과 9범이란 거. 그런 놈을 왜 나오게 하냐. 그 아이가 안 죽었어도 누군가 똑같이 당했을 거다. 성질밖에 안 난다."

그는 당장이라도 김씨를 보면 죽일 기세였다. 말할수록 목소리가 흥분을 더했다. "내 새끼가 그렇게 됐다면, 그 새끼 감방에도 안 보냈다. 죽여버렸을 거다."

다른 가게 주인도 고개를 저었다. "이해 못하겠다. 다섯 살짜리 성추행한 걸로 작년 7월 구속되더니 9월에 나왔다. 누가 그리, 국가에서 금방 내보낼 줄 알았나?"

다른 주민은 목소리를 죽이며 말했다. "작년에도 어린애한테 그래서, 500만원인가 내고 풀려났다. 돈으로 해결 보고 쉬쉬했다." 김씨는 합의가 되지 않자, 공탁금을 내고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또 다른 주민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아는 사람만 알았다."

범인 김씨, 사건 전부터 이상했다

동네 주민은 말했다. "누가 그리 금방 내보낼 줄 알았나?" 김씨는 지난 해 7월엔 5살 유아 성추행 사건을 저질렀다. 사진은 김씨가 허양을 살해한 김씨의 신발가게.
동네 주민은 말했다. "누가 그리 금방 내보낼 줄 알았나?" 김씨는 지난 해 7월엔 5살 유아 성추행 사건을 저질렀다. 사진은 김씨가 허양을 살해한 김씨의 신발가게. ⓒ 오마이뉴스 조은미
지난해 7월이었다. 김씨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근 주민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랬다. 김씨는 신발가게에 들른 다섯 살 여자아이의 성기를 만졌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상히 여긴 아이는 부모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아이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김씨는 검거됐다. 재판을 받고 김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김씨는 구속된 지 석 달 만에 풀려났다. 지난 9월 즈음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어디로 갔는지, 최근에 본 사람이 없었다.

풀려난 김씨는 신발가게를 다시 열었다. 김씨 가게 가까이 있는 주민들에겐 소문이 난 뒤였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여러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다. 일단 툭하면 술에 취해 지냈다. 술에 취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욕하며 시비를 걸었다. 칼을 휘두른 적도 있다고 했다. 또 김씨는 가게 앞 땅바닥에 만원짜리 지폐를 좍 깔아놓았다. 뒤에 여자가 오는 기색이 보이면, 걸어가면서 천원짜리를 한 장 한 장 떨어뜨리기도 했다. 어느 날은 가게 앞에 써 붙였다. "신발, 말만 잘하면 공짜로 줍니다."

한 주민은 말했다. "(김씨가) 여러 모로 정신이 이상한 걸로 보여서 사람들이 (김씨를) 상대 안 했다. 동네에서 가게를 내보내야 한다고 말이 많았다." 또 다른 주민도 말했다. "사람들이 김씨를 외면했다. 그하곤 말도 잘 안 했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었다. 김씨 가게 인근에 사는 여학생 둘(13세)의 기억에도 김씨는 이상했다. 그들도 김씨 가게에 신발 사러 종종 들렀다.

"그 할아버지가 원래 사이코 같았다. 엄마랑 신발 사러 갔는데, 아줌마들만 보면 막 쓰다듬고 만지고 그랬다. 가게 가면, 여자애들 많이 데리고 오라고 그러고, 지나가면 신발 공짜로 준다고 막 들어오라고 그랬다."

이 소녀는 김씨 이야길 엄마한테 했다. 그러자 소녀의 엄마가 그랬다. "그 할아버지가 착하게 생긴 거 같지만, 앞으론 그 가게에 들어가지 마라. 말도 하지 마라."

소녀들은 그 뒤론 김씨 가게엔 얼씬도 안 했다. 허양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숨진 허양은 김씨가 "신발을 공짜로 줄 테니 들어와라" 소리에, 가게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범인 잡혀도 더 무서워

동네 소녀가 말했다. "여자애들 많이 데리고 오라고 그러고, 지나가면 신발 공짜로 준다고 막 들어오라고 그랬다.”
동네 소녀가 말했다. "여자애들 많이 데리고 오라고 그러고, 지나가면 신발 공짜로 준다고 막 들어오라고 그랬다.” ⓒ 오마이뉴스 조은미
이 일로 용문동 일대엔 다시금 공포가 몰아쳤다. 자식을 둔 부모들은 더했다. 아홉 살 딸아이 손을 꼭 쥐고 애 아빠와 같이 시장에 나온 배모씨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도 딸과 함께 김씨 가게에 종종 들렀기 때문이다.

"까마득하게 몰랐다. 나도 거기서 신발 사고 그랬다. 아저씨가 술 좀 좋아하시는구나, 그랬지 누가 알았나? 우리 애랑 그 신발가게 갔을 때도 '이쁘다'며 우리 애 머릴 쓰다듬고 그랬다. 그때도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이 사건을 알았다. 용문동이래도 그 신발가게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동네 미용실에서 말해줘서 알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잡힌 게 다행이다. 하지만 동네 서명운동이라도 해서 다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안 풀어줬으면 좋겠다."

딸의 손을 꼭 그러쥔 그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 "애한테 그러다니…. 그건 인간도 아니다. 무서워서 애 혼잔 못 내보낸다. 나와도 애 손을 놓질 못한다. 그 이야기 듣고, 내가 우리 애한테 당장 휴대폰을 사줬다. 위치 추적이라도 해야지…. 잡혔지만 또 그런 사람 없으리란 보장이 어딨나?"

딸을 둔 부모만 두려운 건 아니었다. 아들과 공책을 사러 나왔다는 한 주민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라고 안 무섭겠나? 내가 애한테 그런다. 누가 약도 보여주며 물어봐도 말로만 가르쳐주고 절대 따라가지 말아라. 아는 사람이 가자고 해도 가지마라."

김씨 가게 주변에서 만난 13살 소녀들은 말했다. "엄마가 그 전부터 그랬다. 밤길 조심해라. 누가 뭘 줘도 따라가지 말아라. 아빠 친구를 봐도 인사하지 마라. 그런데 이 사건이 생긴 뒤로는 엄마가 아예 시간마다 전화해서 어딨는지 확인한다. 그전엔 몰랐는데, 지금은 나도 무섭다. 죽은 여자애…. 우리 학교 애였다."

범인은 잡혔지만, 자식을 둔 부모들의 공포는 더 커졌다. 일각에선 정부가 저출산을 걱정할 게 아니라, 태어난 아이들이 무참하게 성폭행 당하고 죽어가는 것에 대한 대책이나 제대로 세우란 소리도 흘러 나왔다.

성폭력범 어떻게 고치나?

성폭행범 신상을 공개하라. 전자 팔찌를 채워라. 두 가지 대책이 다시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그 효과엔 회의적"이라며, "이번 사건을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전자 팔찌는 외부로 이동했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유아 살해사건의 범행 장소는 김씨 가게 안이었다. 또 작년에 청소년위원회에서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용의자 김씨는 죄질과 형량이 미약해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였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유아 성범죄 해결책으로 두 가지를 뽑았다.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솜방망인 것도 문제이지만 일단 법에 나오는 만큼이라도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 또 성폭력 범죄자들이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정 프로그램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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