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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연기된 뒤 천영세 의원단 대표가 민주노동당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연기된 뒤 천영세 의원단 대표가 민주노동당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대체 : 20일 밤 9시 30분]

비정규직 법안심사 소위·전체회의 결국 무산


1년 4개월여 동안 진통을 겪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이경재)의 법안심사 소위원회와 전체회의가 또다시 무산됐다.

2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소위원회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다시 무산됐다. 또 이날 오후 4시에는 전체회의를 예정이었으나,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회의실 안에서 문을 잠그는 바람에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회의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이날 상황은 2시간 반여 동안 대치 끝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일단 물러서 회의 개최를 포기하면서 종료됐다.

이경재 위원장을 비롯한 환노위 소속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4시40분께 위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동당과 정체불명 인사들의 회의장 점거 사태로 오늘 또다시 회의가 무산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비정규직 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들은 "민주노동당은 원칙론적 요구만 주장하면서 위원회의 심사를 물리적으로 막고 급기야 전체회의장을 봉쇄했는데 이는 의회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물리적인 방해가 계속될 경우 원만한 회의진행을 위해 국회법이 정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무릇 정치란 국민의 아픈 곳을 살피고 사회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상생의 길을 열어 가는데 그 제일의 가치가 있다"며 "비정규직 확대를 막는 최소한의 제어장치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빈부격차는 브레이크없는 기관차처럼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와 함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어 "예측가능한 경영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예측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사유제한 문제는 반드시 어떤 형식으로 든 명문화되어야 한다"며 "강행처리만을 이야기하지 말고, 소수에겐 폭력이나 다름없는 형애화된 다수주의를 강요하지 말고 진정성있게 대화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반론을 폈다.

한편, 환노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는 회의를 통해 민주노총 선거가 치러지는 21일 법안소위를 개최하지 않기로 민주노동당에 공식 통보했으며, 새롭게 선출되는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와 '비정규직' 처리방안을 놓고 대화를 가질 방침이다.

[장면 1] "이럴 거면 집권하세요" - "예, 곧 할 겁니다"

천영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저지기하기 위해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천영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저지기하기 위해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럴 거면 집권하세요."(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예, 곧 집권할 겁니다."(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20일 오후 비정규직 3법 처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 소회의실에서 오간 말들이다.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께 환노위 소회의실을 사실상 점거했다. 이어 오후 2시 15분께 소위원장인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회의실을 찾았으나, 위원장석에는 단병호 의원이 앉아있었고, 천영세 의원단대표와 심상정 의원단수석부대표, 노회찬 의원 등이 좌석을 차지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이 나서서 "기자들이 많은 자리에서 말을 주고받을 게 아니라 위원장실에서 얘기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이후 소회의실에서는 30여분 동안 우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의 설전이 시작됐다.

우 위원장은 "이렇게 또 오시면 어떻게 하냐"면서 단 의원을 향해 "소위원장이 바뀐 겁니까"라고 물으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우 의원은 이어 "지난 금요일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를 통해 좀더 논의하자고 해놓고 이렇게 대화 자체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단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안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했는데 최소한 비정규직 남용을 줄일 방안이 마련된다면 우리도 빨리 처리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사유제한 등에 대한 검토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우 위원장이 "비정규직법은 정부의 당초 입법안에서 많이 바뀌었고 민주노동당 입장도 많이 반영됐다"고 맞서자 심상정 의원은 "우 의원이 인내심을 가지고 법안을 손질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남용방지인데 입법안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에 우 의원이 "비정규직의 85%가 10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는데 사유제한을 하게되면 이들의 대량 실업, 중소기업 도산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감사 때 보니까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퇴출에 동의했던데 정규직의 철밥통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심 의원은 "현대자동차 정규직의 임금인상은 2천억원이었는데, 기업의 순이익은 1조7천억원이었다"면서 "누가 양보해야 하는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책임을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이 "너무한다, 진짜 너무한다"면서 이번 상황을 민주노총의 선거가 미뤄지는 것에 빗대 말하자,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탁자를 손으로 탁 내리치면서 "왜 자꾸 민주노총과 결부시켜"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결국 오후 2시 50분께 소회의실을 나가면서 우 위원장은 "이럴 거면 집권하세요,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겁니다"라고 말하자 단 의원은 "예, 곧 집권할 겁니다"라고 받아쳤고, 심 의원은 "의회 민주주의에 서민이 없어서 그럽니다"라고 첨언했다.

[장면 2] 두 '비정규직 전문가' 이목희-문성현의 만남

20일 오후 전체회의장 문을 잠그고 들어가 있던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이 다른 환노위원들이 낸 성명서를 읽어보고 있다.
20일 오후 전체회의장 문을 잠그고 들어가 있던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이 다른 환노위원들이 낸 성명서를 읽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자칭 '비정규직 전문가' 두 명이 만났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환노위 소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는 동안 위원장실에서는 환노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기자들과 좌담을 나누고 있었고, 이 때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신임 지도부와 함께 방문했다.

문 대표는 자신을 "비정규직 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자리에 앉았고, 맞은편에는 "내가 비정규직 전문가다"라고 말하는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앉았다.

이 의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은 우리 현실에서 최선의 법"이라면서 "'여당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면 받아들이겠는데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민주노동당이) 생떼를 쓰는 것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문 대표는 대량실업을 우려한다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폈다.

문 대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이다, 비정규직이 받는 돈이 100만원이고 정규직은 200만이라고 했을 때 (임금)차별을 철폐하면 한달에 8조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돈이 기업별로 지급되냐, 비정규직을 내보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석토론에 우원식 의원도 참여했다. 우 의원은 "사유제한을 하면 사유에 안맞는 사람들은 다 나와야 하지 않냐, 누가 비정규직을 고용하겠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단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사유제한을 몇 개로 하고 그 대상과 규모에 따라 어떻게 처리할지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사유제한은 하늘이 두쪽 나도 못 받는다, 대량실직을 어떻게 하냐"고 맞섰고, 우 의원까지 "상황을 한 보 진전시키는 것이라면 욕먹어도 (비정규직 법안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서로간의 공방만 오간 끝에 문 대표는 이 위원장에게 "민주노동당이 합리적 해결방법을 찾는데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시간을 달라, 간절한 바람"이라며 "모든 것을 놓고 각 당 대표가 합동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천영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저지기하기 위해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이경재 환노위원장 등 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천영세,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저지기하기 위해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이경재 환노위원장 등 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장면 3] "민주노동당, 노동자에 관심없다" - "변절한 노동운동가, 이래선 안 돼"

"(민주노동당이) 왜 저런지는 간단하다. 자신의 조직 대상이 되는 것은 대기업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중소기업과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고통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는 것이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지나가던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 형사보다 변절한 (한국인) 형사가 더 악덕했는데, 소위 노동운동했던 사람이 진실을 왜곡하고 한 점의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의 무산을 알리는 이경재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한나라당 환노위원들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목희 의원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포문을 먼저 열었다.

이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사유제한' 주장에 대해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난에 민주노동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어진 민주노동당의 기자회견에서 단병호 의원은 작심한 듯이 "그동안 비교적 말을 가려서 조심했는데 오늘 심하게 이야기하겠다"면서 이 의원을 '변절한 노동운동가'에 비유했다.

이어 단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무렵부터 민주노동당은 이미 사회 양극화가 심각했다고 지적했고 비정규직 문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며 "자신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만들어놓고 중소기업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 20분께 장복심·김영주 여성의원을 앞세워 이경재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환노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이를 천영세 의원단대표와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이 문 앞에서 막았고, 이영순·현애자 의원과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열지 않았다.

이 위원장 등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10여분 동안 문 앞에서 "문을 열라"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점거한 것은 국회에 대한 도전이고 모욕이다" "국회법을 상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때로는 어르고 달래며 옥신각신했다.

그러나 결국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막은 문을 열지 못하고 발걸음을 위원장실로 돌렸다.

[기간제법 쟁점]'사유제한' 놓고 찬반 팽팽
열린우리당 " 안 된다"- 민주노동당 "명시해라"

현재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3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제법) ▲노동위원회법 등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건 기간제법. 특히 기간제(임시·계약직) 노동자의 '기간제한'과 '사유제한' 여부를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안대로 최대 3년의 기간을 두고, 고용에 아무런 제한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1년 기간에, 사유제한을 둬서 기간제 고용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실 사용기간을 단축하고, 기간경과 후 고용방법 역시 이견이 컸으나 지난해 물밑 협상을 통해 양당은 2년, 고용의제(기간 경과 뒤 정규직화)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사유제한. 정부여당은 사유제한을 둘 수 없다는 것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폭을 좀더 넓히는 한이 있더라도 '사유제한' 규정을 둬야 한다는 원칙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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