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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생쥐야 빨리빨리>
ⓒ 시공주니어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는 엄마는 ‘도대체 뭘 하며 아가와 놀아줘야 좋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집안에 구비해 놓은 몇 가지 장난감에도 곧 싫증을 내고 늘 똑같은 환경 속에서 답답하게 지내는 아기. 그런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아기는 책을 참 좋아한다.

아기에게 있어 책은 하나의 장난감에 불과하다. 폭신폭신한 인형, 소리가 나는 장난감도 좋지만 알록달록하면서 네모 반듯하게 생긴 책이라는 장난감 또한 아가의 훌륭한 놀이 도구이다. 4개월 된 우리 아기를 엄마 무릎에 앉혀 놓고는 자그마한 아기 그림책을 펼쳐 보여 주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기 눈이 반짝반짝 하며 그림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기 그림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으며 대체로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값비싼 시리즈로 나와 있긴 하지만 전 권을 모두 구입할 필요 없이 아가가 흥미를 느낄 만한 그림과 내용의 것 한 두 권만 갖춰 놓으면 된다. 아기 장난감은 비슷한 종류의 것을 많이 사주는 것보다 다양한 종류로 구비해 놓아야 왕성한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 주니어에서 펴낸 <알록달록 아기그림책 II> 시리즈 중 <생쥐야 빨리빨리>는 우리 아가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이다. 엄마가 읽어 줘야 할 내용은 매우 간결하여 겨우 몇 문장 밖에 안 된다.

“생쥐야, 빨리 뛰어, 빨리
의자를 넘어서
식탁 위를 달려가서
컵을 타고 올라가
식탁 다리 아래로
상자 안으로
다시 밖으로
신발에서 나와
빨리빨리 구멍으로
큰일날 뻔 했잖아!”

- 책 <생쥐야 빨리빨리>의 내용 전문


이 책에는 각 책장마다 선명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위의 구절들이 하나씩 등장하여 매우 단조롭다. 책을 넘기다 보면 어른의 시각에서 보는 재미 있는 책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참 다르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각 구절을 읽어 주면 아이의 눈은 어느새 책의 그림에 가 있다.

책의 각 구절은 읽을 때마다 반복적인 리듬감을 형성하여 아기가 듣기에 노래와 같은 느낌을 준다. 아기들은 이처럼 리듬감 있는 언어나 의성의태어와 같이 반복적인 언어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외국 작가의 글과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운율을 고려하여 번역되어 있다.

생쥐가 고양이를 만나서 쥐구멍으로 들어가 숨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각 장마다 입체적인 느낌의 그림을 통해 도망가는 생쥐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의자를 넘어가는 생쥐의 엉덩이를 넘기면 식탁 위에 고개를 얹고 있는 쥐의 얼굴이 나온다. 커다란 머그컵 모양도 그 손잡이를 곡선으로 살려 내어 네모 반듯한 책장의 느낌에서 벗어났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도망가는 생쥐의 뒤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4개월에서 5개월로 넘어가는 우리 아가 또한 사물에 대한 대상영속성(어떤 대상이 사라지더라도 그 대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리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형성 되었기 때문에 생쥐의 뒷모습만 봐도 그 생쥐가 어디론가 가고 있음을 알아 차릴 수 있다.

아기가 어리다고 하여 그저 단순한 장난감을 던져 주는 것은 아가가 갖고 있는 놀라운 인지 능력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돌 되기 이전에 책을 접한 아이는 그 이후에도 책을 쉽게 생각하고 좋아한다고 한다. 돌이 훨씬 지난 후 아기에게 책을 주면 엄마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쉽게 책과 친해지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기가 좋아하는 책이 과연 어떤 책인지 부모 혼자 직접 찾기는 조금 어려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기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고 이미 아이를 키워 본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좋은 책을 구해 아가에게 주어 보자. 의외로 아기는 책이라는 장난감을 좋아하며 특히 엄마가 읽어주는 글의 리듬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쥐야 빨리빨리

뻬뜨르 호라체크 글 그림, 시공주니어(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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