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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연탄
컴퓨터와 연탄 ⓒ 배상용
필자는 이곳 울릉도에서 숙박업으로 생계를 꾸려 갑니다. 지금 이 시간, 집옥상에는 눈이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눈이 이뻐 보일지 모르지만, 저의 입장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많은 관광객이 저희 집에 머물다 눈 구경을 하겠다며 옥상위의 새하얀 눈을 마구 밟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객실 7개는 모두 텅 비어 있습니다. 어쩌다 관광객이 오면 근처의 작은 민박집을 소개해 주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방 하나의 손님을 위해 보일러를 계속 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빈방에도 말입니다. 비싼 기름값 때문에 아예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민박집 옥상에는 눈이 한가득 입니다. 관광객들이 마구 밟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 합니다
민박집 옥상에는 눈이 한가득 입니다. 관광객들이 마구 밟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 합니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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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용
창밖으로 매서운 바닷바람과 함께 눈은 하염없이 내립니다. 주민 모두가 따뜻한 온돌방이 그립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울릉도에서는 집집마다 기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는 거의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한 드럼에, 2십 만원이 넘는 비싼 기름값 때문에 주민들은 썰렁한 방바닥에 전기장판을 켜고 한겨울을 견뎌 냅니다. 또 연탄 보일러로 교체하는 가정이 늘어만 갑니다.

연탄 한 장에 200원, 배달료 200원, 합계 400원이면 반나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가정마다 방 한켠에 놓여져 있는 컴퓨터, 이젠 낙후된 어촌마을에도 최첨단 과학 발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이 상용화 되어 있는 현실에, 거의 우리들의 기억 속에 아련히 잊혀져 가던 연탄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건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서민들은 왜 이렇게 살아가기가 힘든 것인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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