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또다시 색깔론을 부추기고 있다. '사학법 무효화 장외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매카시즘까지 난무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 사학법을 국가 정체성과 연결지은 이후 원색적인 '색깔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그 선봉에는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아이지키기 운동본부'(이하 사학법투쟁본부) 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이 섰다. 이 최고위원은 연이어 공개석상에서 색깔론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색깔론 선봉에 선 이규택

이 최고위원은 어제(18일) 오전 열린 사학법투쟁본부 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친북·좌경 핵심세력이 1만2천명, 동조세력이 32만명"이라며 "이 가운데 일부가 청와대와 국회, 언론사, 학교 및 학원에 침투해 맹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이번 사학법 처리의 속뜻은 그들의 뜻대로 전국 사학에 전교조 출신이나 친북·좌경 세력을 개방형 이사로 침투시켜 초·중·고교에서까지 불순한 좌파 이념과 사상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학을 분쟁과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학교를 접수해 정치사상과 혁명투쟁 집단으로 만들어 사학을 무기화하려는 음모"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앞서도 이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에서 "12월 9일 사학법이 통과되던 날 김정일이 기쁨조와 함께 밤새도록 폭탄주를 마셨다고 한다, 사학법이 통과된 것이 기뻐서 '이제는 때가 왔다'고 말하며 춤을 췄다고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놨다.

이어 그는 "이번에 통과된 사학법 개정안은 1946년 12월 김일성이 만든 북조선 학교교육 임시조치법과 비슷하다"면서 "사학을 전부 국유화해서 주체사상 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는데, 우리는 정신 바짝 차려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규택 최고위원(오른쪽)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사학법은)사학에서 노동활동 통해 학교 분쟁시키고 투쟁화 시키겠다는 뜻"이라며 색깔론 공세를 게속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최고위원의 '친북·좌경 핵심세력 1만2천명' 발언의 근거는 <월간조선>이었다. 이 잡지는 지난 2002년 5월호의 '심층취재, 2002년 한국의 좌파' 보도에서 "한국 좌파를 넓게 잡으면 핵심 세력(또는 전위세력) 1만2천여 명, 동조 세력 32만여 명, 부동세력 400여만 명"이라는 공안전문가 A씨의 '분석'을 인용했다.

이 최고위원은 1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지금은 그 수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더욱 강도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월간조선> 2002년 5월호의 기사를 보고 나도 동의해서 한 말"이라며 "친북·좌경세력이 각계각층에 퍼져있는 게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사가 2002년치이니 (3년이 지난) 지금은 (친북·좌경세력이) 더 많지 않겠느냐"며 '깊은'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 16일 촛불집회에서 한 '김정일 폭탄주 발언'에 대해서는 "어느 시민이 그렇게 얘기하길래 일반인들 반응이 그렇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우리당 "또 색깔론이냐... 한나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이호웅 집행위원도 "오죽이나 명분이 없으면 색깔로 들이대고 이념논쟁과 국가 정체성 문제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겠느냐"고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같은 한나라당은 분위기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또 그 타령이냐'는 반응이다.

19일 오전 열린 당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조배숙 집행위원은 "한나라당의 색깔론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마치 고장난 축음기에서 흘러간 옛 노래를 듣는 느낌"이라고 야유했다.

이호웅 집행위원도 "오죽이나 명분이 없으면 색깔로 들이대고 이념논쟁과 국가 정체성 문제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겠느냐"고 비꼬았다. 이어 이 위원은 이규택 최고위원을 향해 "맨 정신으로 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며 "아무리 당면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급해도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 자제해달라"고 냉소했다.

한편으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색깔론 부추기기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시한번 한나라당이 스스로를 '색깔당'으로 낙인 찍는 꼴이란 얘기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더 이상 국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내서도 우려 목소리 "주기적인 색깔 발작"

한나라당 내에서도 우려가 터져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당의 주기적인 색깔 발작"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한 의원은 "그 (이규택 최고위원이 말하는 '친북·좌경 세력'의) 명단 좀 봤으면 좋겠다"며 "그런 발언이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런 식의 공개적인 발언을 제어조차 할 수 없는 게 당의 풍토상 한계"라며 한나라당의 맹목적인 '사학법 무효화 투쟁'을 한탄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