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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밥 한 술에 기름 자르르한 고등어 살 한 점이면 임금님 수랏상도 안 부럽죠.
ⓒ 이효연
홍콩의 11월은 아직 무덥습니다만, 엊그제 슈퍼마켓에 등장한 물좋은 고등어를 보니 겨울이 가까워졌음이 실감납니다. 보통 한국에 있을 때 이맘때면 제 철 만난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고추장 양념의 칼칼한 고등어조림을 자주 만들어 먹었지요. 하지만 홍콩에서는 한국에서 그랬듯 맛있는 고등어를 쉽게 구하기가 마음같이 쉽지가 않습니다.

때가 되면 꼭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요즘 들어 부쩍 한국에서 먹던 고등어 생각이 나기에 어제는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고등어 한 마리를 사 왔습니다. 뼈를 발라내고 포를 뜬 고등어라서 조림은 할 수 없고 대신 튀김을 하려고 준비를 하자니 문득 며칠 전 먹었던 삼치구이가 생각나네요.

저는 워낙 생선을 좋아하는 까닭에 어쩌다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같은 곳에 가도 생선구이나 튀김은 빠뜨리지 않고 반드시 주문하곤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일부러 연탄불에 구워 먹는 생선구이를 먹으려 시내 종로까지 찾아다녔구요. 또 몇몇이 몰려 포장마차에 갈 때면 안주로 나온 꽁치구이를 다들 알아서 '생선 킬러'인 제 앞으로 접시를 밀어 놓아줄 정도로 생선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차가운 소주나 따끈한 정종 한 모금에 바삭하면서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생선구이 한 점을 입에 넣을 때의 만족감, 그 기쁨이란!!

홍콩 삼치구이 한 마리에 1만원?!

며칠 전 그날도 남편과 함께 집 앞 식당에서 삼치구이를 안주로 술 한 잔을 마시던 차였습니다. 기분 좋게 먹고 마신 데까지는 좋았는데 생선구이 가격이 궁금해졌겠죠.

"아, 맛있다, 그런데 이 삼치구이 얼마야? 홍콩에서는 얼마나 하나?"
"뭘, 모처럼 기분전환하러 나온 건데 가격은 알아서 뭐해. 그냥 마음 놓고 먹지."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빼앗아 확인한 주문표에 써있는 삼치구이의 가격은 75홍콩달러(약 1만 원)!

한 번 외식에 얼마 정도는 나오겠다고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매일 같이 슈퍼마켓에서 15달러에 보아왔던 삼치를 다섯 배 이상 비싼 돈에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단 생각도 들면서 갑자기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휴! 이 돈으로 시장 가서 사다 집에서 구워 먹으면 서너 마리는 실컷 먹을 텐데. 아무리 물가 비싸다는 홍콩이라지만 너무 비싸다."

'말하지 말자, 말자' 하는 속마음과는 달리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더니 결국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제 입에서는 분위기에 안 맞는 말이 튀어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주책스런 입을 놀리는 바람에 모처럼의 화기애애한 외식 분위기가 깨진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냥 거기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한 번 어긋난 마음은 잘 먹고 있던 다른 요리들에게까지 화살을 돌아가게 해 '이건 싱겁다, 이건 짜다, 집에서 해 먹으면 얼마면 되겠다'는둥 툴툴거려 모처럼 외식자리를 만든 남편의 심기까지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아까우면 다음부터는 생선요리를 주문하지 않으면 될 것 아냐." 혀를 끌끌 차는 남편에게 그러겠노라고 대답은 했지만 남편은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하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일식집 못지않은 생선구이 만들기

▲ 파채나 고추, 야채를 곁들이면 고등어의 색다른 맛을 볼 수 있습니다.
ⓒ 이효연
특별한 요리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료도 똑같은 생선인데 왜 바깥에 나와 먹는 생선구이는 그렇게 맛이 있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입니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커다란 생선구이 전용 오븐이나 석쇠를 사용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뭔가 그밖에도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 또 생선요리를 먹으러 갈 때에는 억지로라도 '본전' 생각은 잊고 나가야겠습니다. 안 그러면 공연한 부부싸움에 맛있게 먹은 속마저 내내 쓰릴 테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면 같은 재료로 일식집 못지 않은 맛있는 생선요리를 만들어낼 지 고민 좀 해 봐야겠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고등어 튀김입니다.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넣어야 재료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서 맛이 좋은 고등어조림과는 달리 고등어 튀김은 한 끼 먹을 분량 만큼만 그때 그때 튀겨 먹어야 바삭바삭하고 맛있습니다.

재료

고등어 1마리(자르는 모양은 자기 마음대로)
소금, 후추 약간
밀가루나 녹말가루 1컵
위생 비닐봉지
튀김용 기름 넉넉하게
파채 한 두 줌
풋고추나 깻잎 등 야채 약간
초간장 약간


1. 고등어에 소금을 훌훌 뿌려 간을 한 후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둡니다. 소금 뿌려둔 고등어를 꺼내 겉에 뭍은 여분의 소금을 털어내고 소금을 너무 많이 뿌린 듯 생각되면 흐르는 물에 고등어를 씻어줍니다.

▲ 고등어에 밀가루 옷을 입혀야 더 바삭하고 기름이 튀는 것도 막을 수 있어요.
ⓒ 이효연
2. 고등어에 밀가루(튀김가루, 녹말가루)를 입혀줍니다. 가루를 물에 갤 것 없이 그냥 촉촉한 고등어 살갗에 가루를 묻혀주세요. 그렇게 튀기는 편이 바삭하고 기름도 적게 먹습니다.

튀김옷을 입힐 때 제가 주로 쓰는 방법은 위생비닐에 튀김가루와 생선을 넣고 풍선을 분 후 탈탈 털어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손에도 안 묻고 남은 밀가루를 한 번 체에 걸러 보관하면 절약도 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 위생비닐에 넣고 재료를 흔들면 튀김옷을 간편하게 입힐 수 있어요.
ⓒ 이효연
3. 튀김용 기름을 팬에 넉넉하게 넣고 나무젓가락을 넣어 '치이익' 소리가 날 정도에서 노릇하게 튀겨줍니다.

▲ 기름의 온도가 너무 낮을 때 고등어를 넣으면 바삭하게 튀겨지지 않습니다.
ⓒ 이효연
4. 기름종이에 튀겨낸 생선을 담아 여분의 기름을 흡수시킨 후 접시에 모양내서 담습니다.

오늘 고등어 튀김의 포인트는 바로 이 파채입니다. 골뱅이 무침이나 삼겹살을 먹을 때나 먹던 파채를 고등어에 곁들여 먹어도 맛이 아주 좋습니다. 기름기 많고 고소한 고등어 살 한 점 먹고 파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입안도 개운해지구요. 쑥갓이나 깻잎, 잘게 채 썬 오이도 좋구요. 풋고추도 잘 어울립니다.

▲ 고등어를 큼지막한 접시에 여유를 두고 담으면 반찬에서 '요리'로 변신합니다.
ⓒ 이효연
생선구이나 튀김은 가능한 한 큼지막한 접시에 여유있게 담아내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너무 단순한 요리라서 자그마한 접시에 대충 담기 십상인데, 같은 생선이라도 일식집에서 커다란 접시에 담김과 동시에 '요리'로서 승격되는 것을 볼 때 이 그릇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파채나 곁들이 야채를 색 맞춰 조금만 준비하고 기름을 키친타월에 잘 흡수되게 한 후 정성껏 담아내면 돈도 절약하고 기분 좋게 소주 한 잔 부를 수 있는 식탁을 꾸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고등어 튀김을 하고나니 매콤한 고등어조림이 또 그리워지는군요,

덧붙이는 글 | 매번 외식하러 나갈 때마다 '본전' 떠올리고 후회하고 투덜거리게 됩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그런 제 모습에 짜증도 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그러는 것을 보면 이것도 병이지 싶습니다.

 http://blog.empas.com/happymc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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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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