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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재료들로 만들어 본 닭가슴살 샐러드입니다.
ⓒ 이효연
오래간만에 냉장고 청소를 하다보니 생각지 않았던 야채들이 저 구석에 숨어 있더군요. 오이 한 개, 당근 반 토막, 생강 반 봉지.

평소 냉장고 자석을 동원해 메모까지 붙여가면서 신경써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쓰다 남은 토막 재료들 하나하나 챙기기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네요.

홍콩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는 한국에서 썼던 것에 비해 훨씬 작아 음식이 눈에 잘 띄는 바람에 상해 버리는 일은 거의 없지만, 깊은 바구니 모양의 야채 칸은 어디나 모양새가 똑같아서 역시나 난공불락의 요새 같습니다.

오죽하면 야채칸을 청소할 때면 생각지 않은 무언가가 저 깊숙한 곳에서 또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무르거나 상한 재료는 없기에 기분 좋게 안을 비우고 세제 풀어서 싹 씻어 두었습니다.

다음은 냉동고를 청소할 차례였지요. 그런데 냉동고 문을 여는 순간, 무언가 데구르르 굴러 발등에 떨어지는데 얼마나 아팠는지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습니다. 제 발등을 찧은 것은 다름아닌 꽁꽁 언 비닐봉지였습니다.

그 안에는 지난 번 훈제 치킨을 먹었을 때 닭 가슴살을 발라둔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닭다리나 날개는 인기가 좋지만 이 퍽퍽한 가슴살은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바람에 아예 냉동을 해 두었다가 요리할 때 쓰려고 보관해둔 것이었어요.

가뜩이나 작은 냉동고 안에 넣을 것은 많다보니 플라스틱 정리함을 쓰기보다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도록 비닐봉지에 이것 저것 넣어두었거든요. 작은 봉지였으니 망정이지 고기를 얼려둔 커다란 것 같았으면 크게 다칠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더군요.

요리를 주제로 하는 블로그도 운영하고 곧 요리책도 낸다고 하니 가끔은 제가 살림도 정리도 아주 잘 하는 줄 아는 분이 계시던데 그건 정말 오해입니다.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러하듯 요리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설겆이 하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고 물건 사들이는 건 신나서 하지만 정리하는 것은 귀찮아하는 사람이 바로 저거든요. 그러다보니 오늘같이 냉동실 문 열다가 엉뚱한 '벼락'을 맞는 봉변까지 당하구요.

아직까지 발등의 붓기가 좀 남아 있긴 하지만 차마 창피해서 "닭고기에 발등을 찍혔다'고 남편에게는 말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부지런히 냉장고 청소를 하고 남편이 언제나 부르짖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는 일은 없게 만들어야겠어요.

오늘은 냉동실에서 '스스로 굴러 나온' 닭 가슴살과 야채칸에서 발견된 오이를 가지고 닭가슴살 샐러드를 만들어 봅니다. 곁들이 야채로 토마토 한 개가 있다면 더 좋겠구요.

통닭을 먹을 때 인기가 없는 닭 가슴살로 멋진 샐러드를 만들어볼까요? 만드는 시간이 5분도 안 걸리는 스피드 요리지만, 토마토를 곁들여 상을 차리면 색감이 근사해서 만든 품에 비해 꽤 대접을 받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재료

닭가슴살 한 토막 (잘게 찢어서)
오이 1/2개 (씨가 있는 속을 제거하고 채 썰어서)
토마토 (가로로 얇게 슬라이스 해서)
파슬리 가루 (쪽파를 송송 썰어 충분히 대체 가능합니다)

드레싱재료

마요네즈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5작은술
진간장 1/2작은술
고추냉이장(와사비) 1/2작은술


1. 닭 가슴살을 잘게 찢습니다.

▲ 닭고기는 차갑게 식힌 후 찢는 편이 수월합니다.
ⓒ 이효연
2. 속을 제거한 오이를 잘게 채 썬 후 1과 섞어줍니다.

▲ 오이 속을 빼내지 않으면 씨 때문에 음식이 지저분해보입니다.
ⓒ 이효연
3. 드레싱 재료를 혼합해서 2.에 넣어 고루 버무립니다.

▲ 소스는 따로 만들어서 재료에 부어주세요.
ⓒ 이효연
4. 접시에 얇게 썬 토마토를 먼저 깔아 장식한 후 '3'을 보기 좋게 얹고 파슬리 가루나 송송 썬 쪽파를 뿌려줍니다.

▲ 파슬리 가루 대신 쪽파를 송송 잘게 썰어 뿌려도 아주 보기 좋습니다.
ⓒ 이효연
통닭의 가슴살이 아닌 생고기로 준비할 때에는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 뒤 찜통에 찌면 됩니다. 요리의 색감이 화려하므로 접시는 흰 색 등 무늬가 요란하지 않은 큼지막한 접시에 담아야 보기 좋습니다. 양파를 곱게 채 썰어 물에 담가 매운 맛을 제거한 후 같이 섞어 요리해도 매콤한 맛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empas.com/happymc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이야기 

 대형마트 회코너에서 공짜로 주는 고추냉이(와사비)를 받아와서 모아두면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샐러드를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 코너 점원에게 말만 예쁘게 잘 해도 몇 개는 그냥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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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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