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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비준안 처리 연내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지난 13일 비준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에 들어갔다. 최대 이슈로 떠오른 쌀협상 비준동의안에 대해 국회 통외통위 위원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권영길(통일외교통상위원회)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여당의 '쌀협상 비준동의안' 연내처리 방침에 대해 "정부가 일을 저질러놓고 국회더러 치우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아무런 판단 근거도 제출하지 않고 국회에 비준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의원은 또 쌀협상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협상 결과가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쌀협상으로 인한 추가 시장개방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권 의원은 '쌀협상 비준안 처리를 12월 홍콩 각료회의 이후로 미루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을 절대적으로 내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전농 등 농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 시각과는 다르다. 농민단체들은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협상결과를 지켜본 후 내년에 비준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쌀협상 비준동의안의 통외통위 상정을 물리적으로 막지 않은 데 대해서는 "농민단체나 당에서 더이상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권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2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상정될 예정인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의 상정 및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통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해,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진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둘러싼채 쌀협상비준동의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2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상정될 예정인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의 상정 및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통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해,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진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둘러싼채 쌀협상비준동의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애초 정부와 여당은 19일 쌀협상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왜 연기했나.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민주노동당과) 합의한 것이 없다. 우리는 국회의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여당이) 지난 9월 23일 국감기간 중에 기습적으로 상정한다는 것도 통외통위 절차를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본 것이다. 졸속 강행 처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그 이후 10월 13일 또 상정하겠다고 해서 논의 끝에 19일 강행통과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통외통위에 안건을 상정해 정부 보고만 받기로 했다. 그리고 공청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 전농 같은 농민단체의 경우 통외통위 상정 자체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민주노동당이 애초 방침에서 물러선 것 아닌가.
"아니다. 추석 전부터 여야가 안건을 상정하려 했는데 민주노동당이 막았다. 추석 이후로도 미뤄졌지만 그것을 또 물리적으로 막고…. 농민 쪽에서도 당이 더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크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민주노동당으로서도 물리력보다는 안건을 상정해 심의, 의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농민단체가 좀 불만스러운 점이 있을지라도 양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이상 물리력 행사는 부담... 비준안 상정 농민들 양해할 것"

- 정부에서는 오는 12월 홍콩각료회의 이전까지 쌀협상안 비준안이 통과 안되면 자동관세화가 돼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설득이 국민들에게 먹혀 들어가면 민주노동당으로선 불리한 것 아닌가.
"그 점에선 양쪽 주장이 모두 다르다. 지금 정부는 10월 중으로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관세화가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농업문제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그런 정부 주장이 오히려 근거가 없거나 빈약하다고 말하고 있다.

18일 공청회를 여는 것도 비준안 처리에 앞서 통외통위에서 제한없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당국자와 전문가들이 공개적으로 논거를 제기하고 국회의원들이 질문할 수 있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정부는 왜 비준동의안을 서둘러 처리하려 한다고 보나.
"정부는 10월까지 비준안을 처리해야 최소시장접근물량(의무수입물량) 수입에 필요한 시간을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견해는 다르다. 늘어나는 부분(수입물량)을 일시에 수입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협상문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기 때문에 국회에서 한번 걸러봐야 한다."

- 공청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정부 주장이 옳다고 여기면 민주노동당이 정부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공청회에조차 어느 쪽 주장이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비준안이 처리 안 되면) 자동관세화가 된다는 규정이나 안 된다는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정부나 전문가 어느 쪽이 옳다는 얘기는 못 한다. 그게 문제다.

이번 공청회에 대해 정부는 주관 상임위인 농림해양수산위원회가 이미 다뤄온 사안이고 '쌀협상 국정조사'까지 한 마당에 뭘 더 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농해수위는 오랜 논의를 통해서도 결론을 못 내렸다. 쌀협상 국정조사도 결과가 3가지로 나와 보고서조차 못내고 있지 않는가.

결론이 3가지로 다르다는 것은 결국 어떤 결론을 내릴 만한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정부도 명확한 답변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준안을 처리해야 할 통외통위가 뭘 가지고 판단하겠느냐는 게 민주노동당의 생각이다."

- 결국 서두르지 말고 국회에서 논의를 신중하게 하자는 게 민주노동당의 견해인가.
"그렇다. 하지만 이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어떻게 받을지는 모른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15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쌀재협상 국조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15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쌀재협상 국조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정조사 보고서조차 못 내면서 뭘 가지고 판단하라고..."

- 서두르지 말자는 것은 쌀협상 비준안을 12월 홍콩 각료회의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 아닌가.
"그것을 절대적으로 내건 것은 아니다. 우리 주장은 비준안이 처리됐을 때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부가 파악한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중대한 협상에서 의무수입량을 몇 퍼센트로 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아니면 관세화가 좋을까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그야말로 큰 문제다.

협상 결과가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구이다. 이런 판단 근거를 제출하지도 않고 국회가 알아서 판단해 비준안을 처리하라고 하면 어떻하나. 그야말로 정부가 똥싸놓고 국회더러 치우라고 하는 격이다. 똥싼 사람이 치워야지, 정부가 저질러놓은 일을 왜 국회더러 치우라는 것이냐."

- 국내에 미칠 영향력을 미리 자국에 공개하는 것은 국제협약 관례상 어긋나는 일이라는 게 정부 입장인데.
"정부가 그렇게 말하고는 있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 나라가 어딨나. 미국은 외교문제가 있으면 의회에 수시로 보고하고, 의회가 판단한다. 사실 쌀협상도 있지만, 우리나라 외교통상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할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 협상인데도 다 끝난 다음에야 국회에 내밀고, 국회는 아무런 자료 없이 판단하라고 한다. 협상 전부터 국회가 판단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이해당사자들이 참가하는 조정적 기관이 필요한데 이런 절차가 없으니까 국가적,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만 일어나는 것이다."

- 일부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결국 '자동관세화'로 사태를 몰고가 국익을 해치려 한다는 비난을 하고 있는데.
"지난번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노동당 주장에 따라 비준안이 처리 안되면 무조건 자동관세화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비준안이 처리 안되어도 자동관세화가 안 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 지금껏 민주노동당은 쌀협상 내용에 관해 단정한 적이 없다.

박계동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내용을 단정하고 반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민주노동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우리 입장은 줄곧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양쪽을 대면시킨 자리에서 쌀협상 내용을 충분히 파헤치자는 것이다."

- 정부 주장대로 쌀협상 비준안의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그것은 지금 얘기 못 한다.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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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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