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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12일 교장 자격도 없이 9년이나 교장을 하고 있던 한 사립고 교장의 자격을 박탈한 사실이 13일 알려졌다.

당사자는 경기도 평택에서 한 울타리 안에 남녀 중·고 4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ㅎ학원 이사장 송아무개씨의 사위인 홍아무개씨로, 홍 교장은 지난 1996년 9월부터 2005년 10월 현재까지 9년 2개월 동안 교장으로 근무해 오다가 이번에 교장 자격을 박탈당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장 승인을 받으려면 교사 경력이 9년 이상 되어야 하는데 홍 교장은 이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고, 그래서 12일 학교 쪽에 홍 교장의 교장 자격증 박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과 이 학교 전교조 연합분회(분회장 김진훈) 소속 교사들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1996년 "9년 2개월의 교사 경력이 있다"며 교장 승인 신청을 했는데, 그것이 9년만인 이번에야 '허위사실'로 밝혀져 교장 자격증까지 박탈당한 것이다.

교사들은 "홍 교장 사건을 보면, 족벌 사립학교가 학교 경영을 세습하기 위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유령 근무, 허위 근무 경력 이용 월급 수령, 뒤늦은 월급 환수 등 온갖 수법을 다 동원했다"고 주장한다.

사립학교가 자격 없는 교장을 채용했다손치더라도, 도교육청이 나서서 교장 자격증을 박탈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교장자격 박탈이라는 엄격한 조치를 취한 경기도교육청조차도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의 진정과 항의 시위, 고발 등을 지난 9년 동안 묵살해 왔던 터였다.

이와 관련 전교조 경기지부는 보도자료를 내어, "진실을 밝히는데 무려 8년이 걸렸다"며, "국감에서 드러난 수억 원대의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것"과 "인사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해 조속히 학원을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했다.

한편 민주적 인사위 구성 등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며 215일째 이색적인 '철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학교 전교조 연합 분회 소속 교사들은, "홍 교장은 그 동안 학교의 실질적 운영권을 지니고 있던 유일한 실세였기 때문에 너무 늦었지만 지극히 잘 된 일"이라고 밝히고, "하지만, 학교 내 급식시설공사 수억 원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민주적 인사위원회 구성 등,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철막농성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철막농성'은 이 학교 전교조 분회 교사들이 만든 말로, 교사들이 학교 안에 천막을 치고 '천막 농성'을 해 오다가, 학교측의 고발과 사법당국의 '철거' 가처분 결정 직후, 학교 정문 밖에 대형 탑차를 주차시키고 농성장으로 쓰면서, '천막'이 아닌, '철막'이라고 부르고 있다.

"횡령 수사, 민주적 인사위 구성 때까지 농성 계속"
[인터뷰] 전교조 분회장 김진훈 교사

- 교사 경력을 어떻게 허위로 작성하나?
"그 분(홍 교장)은 1985년 3월부터 1987년 2월까지 만 2년 동안 학교에 전혀 근무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졸업앨범에 교사로 버젓이 사진까지 올려놓았다. 그래서 그 때 근무하던 교사 한 분이 '이 사람은 누구냐?'며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나중에 보니까 교무실에는 그 분 이름으로 된 출석부까지 있었다.

우리는 그 분이 그 기간의 일부인 1986년에 서울의 두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한 사실까지도 확인했다. 1987년도에는 주당 2-3시간 정도 수업을 했다. 하지만 1989년 3월부터 1992년 말까지는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니느라 수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은 대리 강사를 썼는데, 그 때 대리강사 하시던 분이 지금도 우리 학교에 근무하고 계시다.

그런데도 그 기간 동안 모두 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경력을 허위로 작성해서 제출한 것이다. 결코 실수가 아니고, 학교법인 이사장과 그 분 본인의 조직적인 음모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죄질이 무겁다고 본다."

- 월급 환수 조치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허위 근무 경력 기간 전체에 월급을 다 타갔는지, 그리고 그 때 그렇게 타간 월급을 다 환수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992년 3월부터 1993년 5월까지 1년 3개월치에 대해서 월급 환수 조치가 이뤄진 것은 정확히 확인됐다. 그 분은 그 당시 근무하지도 않으면서 월급만 타갔다가, 그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경기도교육청이 1999년 2월 3일 1600여만 원을 환수한 것이다."

- 교장 자격증이 박탈됐으니,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학교 법인은 우리가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한 대로, 민주적인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새로운 교장을 빨리 세워야 한다. 그리고 경기도교육청은 올 국감에서 새로 드러난 수억 원의 교비 횡령 의혹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학교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밝고 투명하고 깨끗한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평택 지역에서 비리 시설의 상징이던 에바다학교는 7년 간의 '비리 재단 퇴진 운동' 끝에 이사회를 완전히 민주적인 이사진으로 바꾸는데 성공했으며, 이제는 언론에서도 가장 투명한 시설의 대명사로 소개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학교도 지금은 비리 사학의 상징처럼 되어 있지만, 머지않아 투명한 명문 사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우리는 그 날을 위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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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함께가는둥근세상 댕구리협동조합 상머슴 조합원 아름다운사람들식품협동조합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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