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에 나는 '산골 보석'으로 불리는 토종 송이를 보러 10월 첫날 울진으로 향했다. 지금은 송이도 인공재배를 하고 북한산도 들어오지만 예로부터 자연산 토종송이는 울진이 으뜸이라고 알려져 있다.
울진읍내의 큰 연못(연호지) 주위에는 수확기에 접어든 울진송이를 알리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동해 푸른 바다와 울창한 솔숲이 어우러진 자연의 신비가 스며있는 곳에서 자란 울진송이는 다른 지역 송이에 비해 껍질도 두껍고 송이향도 오래간다는 소문이 났다.
‘송이동네’로 유명한 울진군 신림리의 송이 채취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휴대폰은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산으로 둘러싼 송이동네는 청정한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온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30여분 걷는 동안에도 주변 산은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덮고 있어 산정상은 아예 볼 수 없을 정도다. 안개 속에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산골 보석인 송이가 나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골짜기를 따라 졸졸 흐르는 샘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산언저리에 지은 움막에 도착했다. 송이 철이 되면 두 어르신은 한 달여 동안은 아예 여기서 숙식을 하신다. 올해는 예년보다 송이가 너무 적게 난다고 날씨 탓을 하신다. 송이는 가을철에 온도와 습도가 잘 맞아야 많이 난다고 하신다. 요즘과 같은 습한 날씨는 송이 생육조건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
송이는 50년 이상 된 소나무 아래서 주로 자란다. 그러나 너무 큰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는 오히려 송이가 적게 난다. 어르신은 "소나무가 진이 다 빠져 송이도 나질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하셨다. 송이는 잡목이 많은 곳에는 자라지 않는 등 그 생육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그래서 가을철 산골 보석이라 불리는 모양이다. 송이가 자랄 까다로운 조건을 제대로 곳은 우리나라에도 흔치 않으며 그 가운데 울진이 으뜸이라 하신다.
울진송이는 일본이나 서울에도 널리 알려져 높은 값에 거래된다. 매일 오르내리는 송이 값은 오늘 시세로 1Kg에 1등급-19만원에 거래됐다고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송이 작업은 비록 힘은 들지만 자식 키우는 보람에 지금껏 하고 있다고 웃음을 지으신다.
송이 따기는 매일 아침 5시부터 시작한다. 빛을 싫어하는 버섯 특성도 있고 하루만 늦게 따도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매일 송이 밭을 점검해야 된다. 그리고 송이는 어디서 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신기한 버섯이라 한다. 그래서 부지런히 산을 둘러봐도 꼭 등급 외로 취급되는 핀 송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르신은 핀 송이가 향이 더 좋다고 하신다. 송이 향은 하루만 지나면 30%가 날아 가버려 당일 딴 송이가 제일이다.
일행은 2시간에 걸쳐 송이 따기를 했다. 그리고 난생처음 배부르게 송이를 먹는 행운을 얻었다. 안개 낀 솔숲에 자리를 깔고 먹은 울진송이 맛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어르신은 제일 큰 송이를 내놓으신다. 오늘 저녁에 가족과 함께 먹으라고 하면서 맛있게 먹는 요리방법도 알려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