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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7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기사가 청와대와 거대자본의 압력으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기사삭제 압력의 전면에 나섰던 거대자본은 월간중앙 본지인 중앙일보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월간중앙 기자 13명은 20일 '독자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자크 로게-청와대-김운용 위험한 3각 빅딜 있었다」 기사를 외압에 의해 싣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압력은 거절, 그러나 거대자본 압력은..."

기자들에 따르면 해당 기사의 요지는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전제로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청와대가 극비협상을 통해 3가지 약속을 했다는 것. 그 약속이란 ▲2014년 동계올림픽의 평창유치 ▲태권도의 정식종목 유지 ▲IOC 위원의 한국인 승계 등을 말한다.

이에 대해 월간중앙의 한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대표를 만났지만 바로 거절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실명을 적시할 수 없지만 '거대자본'의 압력에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말했다. 기사삭제의 직접적 원인은 바로 '거대자본'의 압력이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상부로부터 기사삭제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17일 밤 9시경. 기자들은 곧바로 비상총회를 열고 삭제 압력에 항의했지만 월간중앙 7월호에 해당 기사는 실리지 못했고, 20일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호는 외부압력으로 4만부 폐기

월간중앙 외압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NSC는 대통령 기망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도 외부 압력에 의해 빠진 바 있다. 이 기사는 '청와대가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극비리에 조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월간중앙은 지난달 17일 발행 예정으로 인쇄까지 마친 상태에서 4만부 전량을 폐기하고 해당 기사를 다른 기사로 대체, 새로 찍는 소동을 벌였다. 이미 외부 언론에 당월호 '요약본'이 배포된 뒤였다. <문화일보>는 이날 「청와대 이종석 NSC 차장 극비 조사중: 작계 5029관련…정동영 NSC 상임위원장 4월초 지시」란 제목의 월간중앙 기사를 인용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월간중앙 기자들은 지난달 20일 기자총회를 열고 대외 이미지 실추에 따른 책임 등과 함께 재발방지를 경영진에 요구했다. 그러나 NSC측은 "이종석 차장은 월간중앙이 비보도를 전제로 한 얘기를 약속을 깨고 써서 항의를 한 것일 뿐"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한 바 있다.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중앙일보는 책임져야"

외압에 따른 잇따른 기사누락 사태에 대해 월간중앙 기자들은 "권력과 거대자본의 외압에 진실보도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며 독자와 국민에게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

기자들은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중앙일보 및 월간중앙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월간중앙 대표는 이날 저녁 8시 현재 핸드폰이 꺼진 채 연결되지 않고 있다.

삭제된 기사는 어떤 내용?

<월간중앙> 7월호에 실릴 예정이었다가 외부 압력으로 삭제된 「자크 로게-청와대-김운용 위험한 3각 빅딜 있었다」는 어떤 내용이었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해당 기사의 요약본전문은 다음과 같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20일 공식 발표된 김운용 IOC 부위원장 자진사퇴의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월간중앙> 7월호(5월18일 발매 예정)에 따르면 김 전 부위원장은 청와대의 설득으로 사퇴를 결심했고, 그 대신 가석방을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청와대는 그 과정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의 긴밀한 협상을 통해 김 부위원장이 사퇴하는 조건으로 3가지 사안을 약속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4월 15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로게 위원장회담에서 로게 위원장은 김 전 부위원장이 자진사퇴하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태권도 정식종목 유지 ▶2014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후임 IOC 위원 한국인 승계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키로 했다.

이후 청와대는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 측 주도로 김 전 부위원장측과 여러 차례 밀고당기는 협상 끝에 결국 자진 사퇴를 이끌어 냈으며 김 부위원장에게는 가석방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익적 차원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히고 "김 부위원장도 이에 공감하고 스스로 사퇴한 것이지 절대 강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로게 위원장간에 이러한 합의를 하게 된 데는 김 전 부위원장의 압박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횡령 및 배임혐의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김 전 부위원장은 2004년 1월 구속 직후부터 지난 5월 초까지 끊임없이 석방을 요구하며 재기를 노려왔다.

그러다 지난 2월 11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김 부위원장에 대한 제명권고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김 부위원장은 궁지에 몰렸다. IOC는 7월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총회에서 김 부위원장에 대한 제명여부를 투표에 부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마침내 '김운용 파일' 공개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IOC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파일에는 그가 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35개국 60여명의 IOC 위원들을 상대로 국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로비를 했던 내역이 상세히 기록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일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IOC도 조직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등 국제적 스캔들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정부와 로게 위원장은 김 전 부위원장 사퇴가 최선의 길이라는데 공감하고 위와 같은 내용에 합의한 것이다.

처음에는 사퇴 요구에 강력히 반발하며 석방을 요구하던 김 전 부위원장도 단호한 입장의 정부와 로게 위원장의 태도, 그리고 점점 악화되는 건강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7월 싱가포르 총회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정식종목 채택 여부를 가리는 투표가 예정돼 있어 이러한 내막이 알려지면 태권도의 정식종목 유지에 어떤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지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또 동계올림픽 유치, IOC 위원 승계 문제 등에 대해 한국과 극비 약속을 한 로게 위원장도 이후 큰 파문에 휩싸이며 행보에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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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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