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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민루엔 큰 북 하나가 있다. 전시엔 북을 울려 군대의 사기를 진작하고 평시엔 북을 울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죄를 묻곤했다. 사람들은 지금이 바로 낙민고의 북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그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낙민루엔 큰 북 하나가 있다. 전시엔 북을 울려 군대의 사기를 진작하고 평시엔 북을 울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죄를 묻곤했다. 사람들은 지금이 바로 낙민고의 북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그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 서정일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 낙안읍성. 초가와 고샅길이 정겹고 살구꽃이 멋진 아름다운 마을. 너른 들판에 연초록 보리가 익어 가면 소달구지 타고 막걸리 한잔에 농부가를 흥얼거리던 낭만이 있는 마을 낙안읍성.

예전엔 그랬다. 그때는 그랬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지난 19일, 낙안읍성 보존회 회장을 포함한 10여명의 사람들이 국고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입건되었다. 경찰은 "낙안읍성 민속마을 보존회 임원들이 횡령한 금액이 모두 4천800만 원 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예정된 일이다. 정부에서는 낙안읍성에 수백억 원에 이른 세금을 쏟아 부었다. 또한 연간 삼사백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들이 지갑을 들고 찾아온다. 흘러 다니는 돈이 장난이 아니라는 얘기. 결국 호주머니 얘기는 농사 얘기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도심지에 사는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더욱이 90여 가구라는 것을 알면 뒤로 자빠질 일이다. 아파트 한 동 가구 수보다 적은 한마디로 '손바닥만한 곳'인데 이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낙안읍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무엇보다도 사람냄새 나는 곳이 언제부터 돈 냄새가 나는 곳으로 변질되었을까 하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서 낙안읍성이 사적지로 지정되고 20여 년 동안 수많은 돈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빙산의 일각이 아니냐며 어딘지 석연치 않다고 과거일을 들먹이는 사람도 있다.

이번 일에 대해 순천시청에서도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관련 공무원의 징계도 불가피하다고 한다.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공무원들 또한 책임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마디로 관이든 민이든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낙안읍성을 관심 깊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도 몰랐을까?" 하고 싸잡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 굴러다니는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 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결국 관이든 민이든 돈의 유혹이 너무 가까운 낙안읍성이기에 철저히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철저한 감시와 관리' 라는 것도 어찌 보면 공허한 메아리다. 특수한 구조를 지닌 낙안읍성에서 또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뜻있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시민들이 낙안읍성에 관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만 공정한 감시와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 말한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도 투명한 낙안읍성을 만드는데 좋은 방안이라 의견을 내 놓는다.

지금 낙안읍성은 힘겨운 고개 하나를 넘고 있다. 관이든 민이든 현시점에서 자체적으로 잘 해보자고 의견을 모아도 외부에선 미심쩍어 할 수밖에 없다. 관리사무소에 근무했다는 것이 공직생활의 자랑이 되고 낙안읍성에 살고 있다고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좀더 근본적이며 새로운 대안이 나오길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열린공간 낙안읍성 홈페이지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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