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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비리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3개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20일 오후 한마당 행사를 갖고 '재단퇴진' 등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재단비리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3개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20일 오후 한마당 행사를 갖고 '재단퇴진' 등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 서태영
"학장님! 양심은 어디다 버려두고 오셨습니까?"
"이사장님! 죄를 짓고 당당히 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재단 비리와 비민주적 학교 운영을 비난하는 스승과 제자들의 '야유'가 빗발쳤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요구는 재단의 즉각적인 '퇴진'이었다.

분규 겪는 대학들 교수·학생 모여... "비리 재단 퇴진해야"

최근 학내 문제로 재단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구보건대학·계명문화대학·경북과학대학 등 대구경북지역 사립 전문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 목소리를 냈다.

20일 오후 5시 30분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대학 민주화 쟁취를 위한 교수·학생 한마당이 열렸다. 대구경북 대학민주화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유병제)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대구보건대 학생을 비롯해 해당 학교 교수 등 40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도덕없는 비리재단 교육사업 그만두라" "썩어빠진 사립대학 대구미래 다 망한다"는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과 풍선을 들고 해당 학교 재단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한마당 행사를 가진 대구보건대학 교수협의회는 현 재단이 각종 학교 시설물 공사비와 실험실습비·국고연구비 등을 착복했다면서 비리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빚어졌다.

재단 비리로 얼룩진 대학들... 갈등 악화

대구경북 대학민주화 쟁취 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재단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경북 대학민주화 쟁취 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재단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서태영
특히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당시 재단측이 시설물 확충과 복지 혜택 등을 줄 것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며 교수협과 함께 재단퇴진을 비롯해 현 이사장의 부인인 현 학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보건대학 교수협과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공동 대책위를 꾸리고 대학 본관을 점거해 철야농성을 벌이는 등 대응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양측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계명문화대는 지난해 4월 교육부 감사 당시 교비 유용(또는 전용) 사례 등이 발견되는 등 현 학장이 비리의혹을 제기하면서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계명문화대는 교수협이 현 학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침묵시위를 벌이는 등 지난 1월 집단행동을 벌이자 교수협 김진규 의장을 해고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경북과학대 역시 현 학장의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 등을 이유로 교수협과 직원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경북과학대 교수협은 지난 3월 교육부 종합감사가 있었지만 부실 감사를 주장하면서 검찰과 감사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 연이은 분규... 지역 사회문제로 대두

ⓒ 서태영
이날 대학 민주화 쟁취를 위한 한마당 행사는 그동안 각 학교별로 이뤄졌던 사학재단 퇴진요구의 공동 투쟁의 시발점이다. 지역 대학의 분규 상황이 개별 대학에서 지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한마당 행사에서 지역 시민단체 대표로 연대사를 한 대구시민사회연대 전형수 공동대표는 "다른 지역의 사립대학도 문제가 많지만 유독 대구경북 지역의 사립대학은 썩을대로 썩어있다"면서 "육영사업을 빌미로 학원을 세웠지만 등록금을 벌어 돈벌이 하기 바쁘다"고 비난했다.

전형수 공동대표는 "50여년간 이어왔던 사립대학 재단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학내 분규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당당히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구경북 대학민주화 공대위와 참석자들은 이날 ▲족벌사학 퇴진 ▲비리사학 비호 교육부 각성 ▲사학법 개정 등을 위한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저녁 7시 30분쯤 행진을 마지막으로 이날 행사를 마쳤다.

"사학비리 근절은 사학법 개정으로"
[인터뷰] 유병제 대구경북 대학민주화 공동대책위원장

ⓒ서태영
-대구경북 지역에서 재단비리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대학의 현황은?
"오늘 한마당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3개 대학 외에도 대구예술대학 등 과거 분규가 아직 해결 안된 학교도 있다. 또 전문대 외에도 총장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는 대구대 등을 포함하면 7~8개 대학 정도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사립대학의 재단비리나 비민주적 학교 운영을 둘러싼 문제가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현재 관선이사가 파견돼 있는 대학은 전국 13개 대학이다. 이중 6개가 대구경북에 소재한 대학이다. 과거 다른 지역에선 일찌감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재단비리 등이 척결됐지만 대구경북 지역은 특성상 보수적이다 보니 문제가 수면위로 부각되지 못했다가 뒤늦게 논란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학의 공통적인 특성은 뭔가?
"족벌체제를 바탕으로 사립대학이 대부분이다. 족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이사회도 제대로 열지 않고 학장을 선출하는 경우도 있다. 교수들의 반발 역시 무시하기 일쑤다."

-학내 갈등을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아쉽게도 분규를 겪는 등 사태가 악화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조용한 대학의 재단비리 등은 수수방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단 감사와 처분이 미약한 점을 보면 사학재단의 비리를 감시해야할 교육부가 사학재단과 깊이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재단비리 등을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가?
"현재 사립학교법으로서 재단비리를 근절할 방법이 없다.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로 사립학교법으로서는 감사 결과 사학비리가 적발돼도 시정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인취소 등 과감한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위한 법이 필요하다." /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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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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