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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사진.
ⓒ 명진출판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난 왜 이렇게 사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야?"


이런 문제들로 스스로 해답을 찾아 헤매며 살아 본 적이 있지 않나? 누구나 한 번쯤 실패에 좌절하고, 괴로워 하며 삶에 회의를 느끼지 않은 사람은 (돈이 많든 적든, 긍정적인 사람이든, 아니든 말이다.)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이런 난감한 질문에 정확하게 해답을 주고 요목조목 꼬집어 충고해 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인생 9단>이란 에세이집이다.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29년 동안 사형수 상담, 법무부 교정대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법무부 장관상 수상, 영암군청 사회복지가 특채 상담실장, 현재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양순자심리상당소장 등 여러 가지 수식어 붙는 65세의 양순자 할머니가 그 에세이에 주인공이다. 또한 그녀를 간단명료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별명이 바로 '인생 9단'이다.

그녀의 이러한 다양한 이력 때문인지, 인생의 지혜를 가장 간단하게 공식화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어떻게 그런 것일까? 분명한 건 그녀가 37세부터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근무하며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서있는 사형수를 상담하며 얻은 값진 경험에서 우러난 글이라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그들의 입장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인생에 대해 생각한 그녀의 생각들이기에 좀 더 신뢰를 가져봐도 될 듯.

이 책은 이 책은 인생 기본 공식, 사람 사이 공식, 가족 사이 공식 등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기본공식'에는 늘 머릿속에 담아 두고 되뇌이면 인생이 편안해지는 9가지 공식을 담겨 있고, '인간 사이 공식'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 믿음, 복수, 용서 등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제반 문제들의 핵심과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끝으로 '가족사이공식'은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족관계를 만들면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공식을 제시한다.

사실 가족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지만, 또한 우리의 인생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부부, 시댁, 자녀 문제와 함께 혹시 결혼생활이 불행할 경우 이혼을 잘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양순자 할머니가 세상 고민 혼자서 다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젊은이 앞에서 '해라'체로 투박하게, 뭔가 통쾌하게 만사를 해결해주듯이 풀어놓은 처세론이다. 자신의 상담 경험을 곁들여 가며 엮어간 이야기들은 설혹 실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치더라도 받아들이는 마음만은 시원하다.

그럼 왜 사람들은 양순자 할머니를 인생 9단이라고 부르는지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양순자 할머니와 인연을 맺었던 김성수 씨(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사형수였습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서슬 시퍼랬던 시절, 미국 유학생이었던 저는 간첩단으로 조작된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수가 되었습니다. 그때 양순자 할머니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기수로 감형이 되고 석방이 된 후 그리고 현재까지 20년 동안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앞길 창창한 젊은이였던 제가 견뎌내야 했던 간단치 않은 세월 동안 그이는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입니다.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초조한 심정으로 형집행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들어왔던 다른 사람들은 다들 석방이 되고 있었습니다.

구치소 안에서 같이 잠자고, 같이 운동하던 학생들과 재야인사들은 정치적 상황변화에 의해 재판도 받지 않고 저와 몇 사람만을 구치소에 남겨놓은 채 다들 석방이 되고 있었습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동료들이 짐을 꾸려서 나간 후 구치소는 저에게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도 텅 비고 구치소도 텅 빈 속에서 슬픔에 젖어있는 저에게 누가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가슴앓이를 하며 온 몸에 힘이 없이 지내던 저는 양순자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그만 기력을 되찾고 말았습니다. '양심수 중에서 네가 맨 마지막으로 멍석 말아서 나올 모양이다. 남들 다 내보내고 네가 맨 마지막에 멍석을 말아서 나온다고 생각해라' 할머니의 그 말에는 놀라운 힘이 있었습니다. 희망의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할머니의 그 말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양순자 할머니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와장창 깨는 파격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이 늘 비어서일까요?

남다른 통찰력으로 다른 사람의 고정관념을 꿰뚫어 보고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제시합니다.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안겨주는 양순자 할머니, 저는 그이를 '인생 9단'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거칠어도 애정이 담뿍 담긴 이야기 솜씨는 사랑이 단맛만 있는 게 아니라 쓴 맛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조차도 통쾌하게 들린다. 또한 "이제 끝장이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번 인생이 끝이 아니라 윤회해서 한 번 더 산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늘 힘겹게 사는 정신지체 장애인 가정의 애들을 데리고 슈퍼마켓에 가서 있는 돈 몽땅, 아니 은행에서 찾아서라도 낼 요량으로 사고 싶은 것 다 사라고 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사람은 한 번은 행복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게다가 이혼에 대해서도 연세가 있는 분답지 않게 하려면 제대로 완벽하게 이혼을 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에는 꼭 예행연습, 마음의 준비를 해라. 헤어진 배우자는 잘 나가고 자신은 찌그러져 산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까지 연습해라"고.

인생을 즐겁게 생각하고 사는 양순자 할머니는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는 모든 사람을 혼쭐 내주고 싶다고, 고통스러운 인생이지만 어떻게 하면 살만해질까 고민하는 일만 생각한다고. 그렇게 할머니는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힘들어하고, 그것이 이 세상 어느 사람보다 불행하다고 믿기 마련이다.

이젠 그러지 말길. 힘들때 마다 양순자의 할머니가 충고해주는 말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아로새겨보길 바란다.

인생 9단 - 고전의 향기

장영동 지음, 좋은땅(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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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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