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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시인의 사회>에 아이들의 수호천사 키팅 선생이 실제로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말이다. 조금은 심술 맞게 일본에 그런 훌륭한 분이 있다는 게 달갑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어디엔가 존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멋진 사람의 이야기가 소개된 책이 출간되었다.

ⓒ 에이지21
일본의 한 야간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지난 13년 간 방과 후 요코하마 밤거리를 돌며 5천여 명의 비행 청소년에게 새 삶을 찾아준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일본인이 쓰고 일본 출판사가 비용 전액을 댄 채로 한국에서 출판됐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 에세이는 미즈타니의 활약을 보기 좋게 영웅처럼 그리기 보다는 그저 선생이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어난 일화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어 좀 건조하지만 감동은 어떤 책보다 진하다.

시끌시끌한 밤거리에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지 13년. 마약상인에게 옆구리를 찔리고, 야쿠자들에게 손가락을 잘려가면서도 아이들을 선도하기 위해 밤이면 어김없이 길을 나서는 미즈타니 선생님의 감동 실화를 담은 책이다. 13년 간 그가 새 삶을 되찾아 준 아이들만 5000여 명. 사람들은 그를 '밤의 선생'이라 부른다.

이 책 속에는 미즈타니 선생님이 만나온 밤거리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교사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소홀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게 된 뼈저린 후회도 담겨 있고, 그의 믿음을 끝내 저버리지 않고 건강한 생활로 돌아간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그의 절절한 애정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한없이 기다려주는 인내와 노력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저, 도둑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원조교제했어요."
"괜찮아."

"저, 친구 왕따시키고 괴롭힌 적 있어요."
"괜찮아."

"저, 본드 했어요."
"괜찮아."

"저, 폭주족이었어요."
"괜찮아."

"저 죽으려고 손목 그은 적 있어요."
"괜찮아."

"저, 공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학교에도 안 가고 집에만 쳐박혀 있었어요."
"괜찮아."

어제까지의 일은 전부 괜찮단다.

"죽어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얘들아,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우선 오늘부터 나랑 같이 생각을 해보자.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아이들이 왜 등교거부를 하는지 곁에서 침묵하며 기다린 적이 있는가?', '당신은 아이가 왜 죽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책에서 그는 어린 시절 마음에 상처를 입고 방황했던 경험, 자신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긴 고등학생 마사후미와의 안타까운 인연, 자신의 도움으로 '밤거리'를 벗어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미즈타니 선생님의 이야기는 일본 유수의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NHK에서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영되었으며, TBS에서는 2004년 10월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그리고 각종 강연회와 만화, 언론매체 등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한국 청소년들도 일본 청소년 문화의 나쁜 점을 닮아간다고 느껴 자신의 책을 한국 부모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는 저자. 그의 마음은 훈훈한 정을 느끼게 만든다.

더욱이 그는 건강을 염려하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까지 아마 나는 그렇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밤거리 아이들의 친구를 자처하는 그는 마지막 장에 어른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아이라도 그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인정하고, 제대로 칭찬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지금까지 정말 잘 살아줬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 밤거리 아이들과 함께한 ‘밤의 선생님’의 감동 스토리!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에이지2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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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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