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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 나온 숟가락   이양의 가방안에서 숟가락 한 봉지가 나왔다. 16일은 학생들끼리 음식을 해먹는 단합대회 날이었고 이양은 여러 학생들의 숟가락을 챙겨가기로 돼있었다. 이양은 사고가 난 15일 단짝 친구에게 "학교에 숟가락 꼭 챙겨가라"고 전화를 걸었다.
가방에서 나온 숟가락 이양의 가방안에서 숟가락 한 봉지가 나왔다. 16일은 학생들끼리 음식을 해먹는 단합대회 날이었고 이양은 여러 학생들의 숟가락을 챙겨가기로 돼있었다. 이양은 사고가 난 15일 단짝 친구에게 "학교에 숟가락 꼭 챙겨가라"고 전화를 걸었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이양의 친구들은 울먹였다. 친구들은 불쑥 학교를 찾아온 기자에게 연신 "도와달라",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고 말했다. '존속살인'이라는 무서운 죄명으로 경찰서에 갇혀 있는 이양 친구들은 다급해 보였다.

19일 오후 이양이 다니는 강릉 A중학교는 갖가지 봄꽃이 만개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양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

학교에 이양의 사건을 가장 먼저 전한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장혜진(중3. 가명)양이다. 그는 16일 아침 이양으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 장양은 뉴스에 나왔던 '존속살인'에 이양이 관계된 것을 예감하고 담임 교사에게 연락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이양과 단짝으로 지낸 장양은 "믿기지 않는다"며 "경찰에 있는 친구와 함께 졸업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무엇보다 장양을 슬프게 하는 건 "학교에 숟가락 꼭 챙겨가라"는 이양의 마지막 전화통화다. 16일은 A중학교 학생들끼리 음식을 해먹는 단합대회가 있던 날이었다. 이양은 당일 여러 학생들의 숟가락을 챙겨가기로 돼있었다. 장양은 "경찰서에 가서까지 친구들이 자기 때문에 밥을 못 먹을까봐 걱정할 정도로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술 취한 아버지 때문에 매일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양의 친구들은 "학원이 끝나는 밤 9시면 꼭 집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술 취했는가를 확인했다"며 "아버지가 술 취한 날이면 친구들과 머물다 아버지가 잠이 든 늦은 시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양의 담임 박아무개 교사는 "이양은 지금까지 결석은 물론이고 지각 조퇴도 한 번도 없던 아이였다"며 "평생 가정 폭력에 시달렸으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밝게 자랄 수 있었는지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이양을 면회하고 있다. 그는 "이양은 현재 밥도 못 먹고 말도 잘 하지 않은 채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경찰은 어린 학생임을 감안해 구속 수사가 아닌 불구속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병행한 조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박 교사를 비롯해 강릉 A중학교 교사 50여명은 경찰과 법원에 이양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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