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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니지아 특유의 파란색 대문과 장식
ⓒ 함정도
튀니스에서 교외선(TGM)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서 '시디 부 사이드' 역에 내렸다. 높다란 바닷가 언덕에 온통 새하얀 집들과 파란 창문이 예쁜 특이한 마을이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과 비슷하다.

▲ 시디 부 사이드 전경
ⓒ 함정도
▲ 다양한 대문 장식
ⓒ 함정도
스위스의 화가 '클레'는 이곳을 여행하면서 "색채가 항상 나를 지배하고 있고 지금 행복한 시간을 누리는 것은 바로 색채와 내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고 기록할 만큼 이곳의 파랑 색은 강렬했다.

또한 이 마을에 있는 오래된 찻집인 '카페 데 나트'(Cafe des Nattes)는 소설가 앙드레 지드가 즐겨 드나들었던 카페로 이슬람 전통의 돔형 지붕과 양탄자를 깔아 놓은 이국적 분위기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내가 찾은 날 역시 사람들로 꽉 차 빈 자리가 없었다.

▲ 튀니지아 전통 가옥 내부
ⓒ 함정도
▲ 튀니지아 전통 가옥과 파란 창문
ⓒ 함정도
언덕길을 오르다 전시 가옥으로 갔다.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개방하고 있는 튀니지아 전통가옥이었다. 빨간 꽃덩굴이 뒤덮은 바깥 모양은 단순하지만 안에서 보면 안뜰을 중심으로 빙 둘러 건물을 배치한 모습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안뜰에는 우물이 있고 작고 예쁜 정원도 곳곳에 있으며 계단 아래까지 푸른색 타일로 꾸민 벤치가 있어 구석구석 정성이 가득했다. 좁은 집안을 이리저리 계단이 연결되어 옥상까지 어찌 그리 예쁜지 마치 인형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 전통 가옥의 좁은 계단
ⓒ 함정도
▲ 헤나 문신을 하고 있다
ⓒ 함정도
이곳 저곳 구경하던 아내가 헤나를 발견했다. 튀니지아는 질 좋은 헤나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헤나 나무의 잎을 말려 곱게 갈아 만든다고 한다. 튀니지아의 시장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고 기념품가게에서도 팔고 있었다.

무료로 전통 차를 서비스하면서 손등에 헤나 문신을 해 주고 있었다. 평소 헤나에 관심이 있던 아내는 약 2주 정도 지속되다가 없어진다는 직원의 말에 덥석 손을 내밀었다. 아내의 못 말리는 호기심 덕분에 세 시간 정도 팔을 걷어올린 채 다니면서 또 시선 집중.

▲ 좁은 골목길
ⓒ 함정도
새파란 바다와 하얀 집들, 섬세하게 무늬를 만든 창문의 창살과 둥근 못을 박은 듯한 현관문의 장식이 특이한 기하학적 문양을 나타내었다. 이슬람의 영향으로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기보다 상징적이고 연속적인 문양이 발달했다고 한다.

가게에서 손바닥에 눈이 그려진 열쇠고리를 하나 샀다. 튀니지아 전통 무늬로 행운을 가져다 준다며 집집마다 부적처럼 걸어 두고 있었다.

▲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지중해
ⓒ 함정도
튀니지아인들은 정원을 아주 잘 가꾼다. 사철 꽃이 피고 따뜻해서 그런지 가운데에 분수를 두고 사방으로 꽃밭을 배치한다. 거기에 비해 방은 작고 창문도 작게 만든다.

특히 가죽공예와 금속공예가 유명하다. 멋진 가방도 아주 싸서 서양 관광객들이 좋아한다. 양탄자는 좀 거친 편이고 도자기 접시는 두꺼운데 특유의 문양을 세밀하게 반복적으로 그려 넣은 것이 많다. 푸른 모자이크 타일이 유명하며 특히 대문 장식에 온 정성을 쏟는다.

▲ 성벽에 걸린 대형 초상화
ⓒ 함정도
이곳에 온 지 며칠이 지나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도시 어디를 가나 크기만 달랐지 똑같은 얼굴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유명 가수 아니면 배우겠지 생각하고 무심코 넘겼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빠짐없이 그 특유의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관공서나 공공장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만국기처럼 주루룩 걸려 있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그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현직 대통령이다. 따라서 훼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오래된 성벽을 뒤덮은 거대한 초상화는 황당했다. 사진 속의 미소는 튀니지아 여행 내내 지워지지 않는 한 가지 씁쓸함으로 기억되었다.

호텔에서 길을 내려다 보았다. 쇼핑몰이나 가게가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가만히 서 있는 남자들이 많았다. 그저 얌전히 서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어찌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반쯤은 걷고 있고 반쯤은 서 있다. 실업률이 높아서일까? 아니면 사막사람들이라 시간개념이 우리랑 다른 걸까?

시골에서는 아침부터 남자들이 카페에 가득 모여 담배를 피워댄다. 그러고 보면 서울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는 활기차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피부색과 종교가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틀리지만 그들 나름대로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여행이란 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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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5년 1월 3일부터 19일까지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몰타를 호텔팩으로 다녀온 부부 배낭여행기입니다. 이글은 안락답사회 홈페이지(http://hamjungdotour.net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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