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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해 10일 공개한 철도청 내부문건.

사기극인가 권력형 비리인가.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미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규정해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등 권력층의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이 의원은 "누군가 나를 팔아 사기를 쳤다"고 반박하고 있고,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했던 철도진흥재단의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도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 사업을 둘러싼 파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최근 "수사 여부는 검찰에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검토할 문제"라며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순서지만 중간에 수사의뢰가 들어오거나 감사원의 자료가 넘어오게 되면 감사 중이라도 검찰이 나설 여지는 있다"고 원론적인 말로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최근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등을 통해 감사원 감사추이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30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달굴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의혹의 진실공방이 주목된다. 다음은 이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을 요약한 것이다.

[의혹 1]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전대월씨의 사기극?

이 사건의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한국크루드오일 대주주인 전대월(부동산 개발업자)씨이다. 하지만 그는 경찰이 부정수표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자 잠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전대월씨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그의 전직과 최근 보여온 행태가 이같은 가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는 박재규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또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동향이며 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철도청이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 참여를 추진할 당시 전씨는 심각한 사업상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만큼 '급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씨로서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모든 인맥과 아이디어를 활용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때마침 철도청도 KTX 출범에 따른 14조원의 적자구조를 메우기 위해 새 부대사업을 물색하고 있던 때였다. 특히 석유의 안정적 확보와 수익사업 창출이라는 두가지 고민을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던 철도청에 유전개발사업은 비교적 구미에 맞는 편에 속했다. 당시 철도청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당시엔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유전개발사업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진행됐다. 지난해 5월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가 전대월 하이앤드 사장에게 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씨와 동향인 이광재 의원 소개로 유전 전문가인 허문석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가 참여하면서 구상은 현실로 바뀌기 시작했다. 철도공사는 허씨의 제의로 지난해 8월 사업에 뛰어들었다.

결국 전씨 등의 제안을 철도청이 긍정적으로 수용, 이후 이 사업에 깊이 손을 대게 된 셈이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불확실한 '아이디어'가 철도청의 부대사업 마련에 대한 절박성 등과 결합하면서 파문이 커진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대월씨는 지난 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권력형비리가 아니라 해프닝으로, 철도공사가 과잉 오버(충성)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고 말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 것은 당시 철도청이 부도 위기에 직면한 전대월씨 등과 왜 합작을 했느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인 이광재 의원과 음으로 양으로 연을 맺고 있던 전씨의 배경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종의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씨가 대규모 행사를 지원하면서 정치권 인사와의 친분을 여러차례 과시해 온 것도 그를 끌어들이게 된 배경이 되지 않았느냐는 해석도 있다.

[의혹 2] 권력실세 이광재 의원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

▲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연루설은 전대월씨에게 허문석 박사(KCO 대표)를 소개해 준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대월씨는 지난해 6월 동향인 이광재 의원에게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에 도움을 요청하며 전문가를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국회 산자위 소속이던 이 의원은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의정연구센터의 에너지 정책분야 자문을 맡고 있던 허 박사를 전씨에게 소개시켜줬다. 그의 표현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전씨에게 허 박사를 소개시킨 것은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광재 의원이 사업을 제의했다"는 왕영용 철도공사 본부장의 발언이 담긴 철도청의 내부문건은 이러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10일 공개한 지난해 8월 12일자 철도청 '신규진출사업 설명·토론회' 문건에 따르면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은 "유전사업 참여동기가 이 사업을 주도하는 외교안보위(이광재 의원)에서 청에 사업참여를 제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왕 본부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허문석 박사로부터 `이 의원이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전해들은 적이 있어서 지난해 8월 중순 철도청 정책토론회에서 `이광재 의원이 이번 사업에 관한 제언을 줬다'고 회의 마지막에 얘기했던 것이 일파만파로 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은행이 선뜻 대출에 나선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전대월씨는 8월 30일 우리은행으로부터 돌아온 25억원의 수표를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냈다. 그런데 전씨가 대주주로 있는 KCO쪽에 계약금을 대출해 준 쪽도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이 회수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계약금을 왜 KCO쪽 빌려줬는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력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강력 반박하고 있다. 이 의원 자신이 "누군가 나를 팔아 사기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힐 정도다. 전대월씨, 왕영용 본부장 등 관련자 등도 한결같이 "이광재 의원은 피해자"라고 진술하고 있다.

철도청 러 유전개발 참여 사업은?

철도공사가 사할린 6공구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된 명분은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다각화였다. KTX 도입에 따른 적자 구조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를 위해 철도청은 사업다각화 전담 기구인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을 지난해 1월 5일 설립했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장본인은 현 건교부 차관인 김세호 당시 철도청장이었고, 신남순 현 철도공사 사장은 당시 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철도교통진흥재단은 유전개발사업 참여를 위해 지난해 8월 17일 부동산 개발회사인 하이앤드 그룹·쿡에너지와 공동으로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KCO는 사할린주의 원유생산업체(알파에코그룹 자회사)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인수계약을 지난해 9월 3일 체결했다. 불과 보름만이다.

이후 재단 소속의 KCO는 사할린주의 원유생산업체이자 알파에코그룹 자회사인 니미르페트로사 주식을 62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계약금 620만달러(당시 한화 60억여원)를 지급했다. 2004년 10월 4일의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5일로 명시된 기일 안에 러시아 정부의 사업승인이 이뤄지지 않자 KCO는 계약조건에 따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불과 2개월 여만의 계약해지로 계약금조로 지불한 60억원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물론 KCO가 계약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상대방은 행정비용 등을 요구하면서 반환금액에 이견을 보였다. 결국 3차 반환협상 끝에 계약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27억원 정도만 돌려받았다.

철도공사는 이날 반환 합의에 대해 "본 합의는 계약금 전액반환에 러시아쪽이 동의함으로써 계약금 반환의 정당성이 입증된 것이고 또한 러시아측에서 계약파기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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