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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서 대림산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습니다. 옛날에는 비좁아서 겨우 한 두 사람만 지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널찍합니다. 차도 한 대 정도는 여유 있게 지나갈 수 있는 길목이었습니다.
산 아랫녘에 차를 멈추어 세워 놓고서 꾸역꾸역 산성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중턱쯤 올라가니 어디서 날아 왔는지 윙윙 벌 떼가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두꺼운 옷으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혹시나 벌에 쏘일까봐 걱정이 됐던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벌은 잠깐 동안만 위협하였을 뿐 이내 제 자리를 찾아 날아갔습니다. 저 멀리 산 중턱에 벌통이 수십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곳을 벌이 왔다 갔다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먹이를 먹고서 거기에다 배설하는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한참을 더 올라가니 산 정상이 보였습니다. 산 아랫녘에서부터 산 정상까지는 삼십 여분 정도 걸리는 듯 했습니다. 산 정상에 서 보니 사방이 훤히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옛 고려시대 때 이곳을 기점으로 몽고를 맞아 싸웠다고 하니 그 모습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가히 상상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또 이곳에서 삼국시대 때 백제군이 신라군을 맞아 격전을 치렀다고 하니 그 위세가 대단한 듯 했습니다. 더욱이 임진왜란 때에는 문경새재를 넘어오던 왜군이 산성에 숨어 있던 우리 군을 알아차리고서 성 밑을 지나지 않고 달천강 상류를 건너 충주시를 거쳐 탄금대로 곧장 쳐들어 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만약 왜군이 산성을 침탈하려고 했다면, 거꾸로 왜군이 더 큰 피해를 봤을 게 뻔합니다.
그토록 위풍당당하고 산성이 튼튼한 곳이라는데, 지금 이곳 산성에는 옛 성터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그저 옛 흔적과 자취만 고이 간직돼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그 위풍스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커다란 돌맹이로 쌓아 놓은 돌담들이 그 옛 모습을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산 아랫녘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목에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칠순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였습니다. 그 분에게 이 산성의 옛 역사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는 몇 가지 아쉬움을 털어 놓았습니다. 옛날에는 차도 없어서 조용했고, 공기도 무척 좋았는데 지금은 많이 더렵혀졌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또 충주 시에서도 대림산성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리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열 몇 채가 함께 재미있게 살았는데, 지금은 다들 떠나고 대여섯 채 집들만 서로 모른 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들 멋지고 호화로운 집들만 지어 놓고 살고 있으니, 시도기념물로 지정된 산성이라는 의미가 서서히 퇴색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할머니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듯 수많은 벌 떼들이 내게 달려드는 듯 싶었습니다. 그건 잘 가라는 인사말보다는 또 다른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은 벌들의 외침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다음에 올 때는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그리고 대림산성 둘레를 개발하려고만 들지 말고 어떻게 하면 옛 모습을 보존할 수 있을지 거기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라는, 그런 뜻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