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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왼쪽에 도로가 놓여 있고, 그곳을 달려가다 보면 대림산성이 곧장 보입니다. 그리고 도로 아래에는 멋진 달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버드나무 왼쪽에 도로가 놓여 있고, 그곳을 달려가다 보면 대림산성이 곧장 보입니다. 그리고 도로 아래에는 멋진 달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 권성권
도로변에서 대림산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은 아스팔트가 깔려 있습니다. 옛날에는 비좁아서 겨우 한 두 사람만 지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널찍합니다. 차도 한 대 정도는 여유 있게 지나갈 수 있는 길목이었습니다.

산 아랫녘에 차를 멈추어 세워 놓고서 꾸역꾸역 산성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중턱쯤 올라가니 어디서 날아 왔는지 윙윙 벌 떼가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두꺼운 옷으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혹시나 벌에 쏘일까봐 걱정이 됐던 탓이었습니다.

대림산성을 가리키는 푯말입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틀어 올라가면 산성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대림산성을 가리키는 푯말입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틀어 올라가면 산성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 권성권
하지만 벌은 잠깐 동안만 위협하였을 뿐 이내 제 자리를 찾아 날아갔습니다. 저 멀리 산 중턱에 벌통이 수십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곳을 벌이 왔다 갔다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먹이를 먹고서 거기에다 배설하는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한참을 더 올라가니 산 정상이 보였습니다. 산 아랫녘에서부터 산 정상까지는 삼십 여분 정도 걸리는 듯 했습니다. 산 정상에 서 보니 사방이 훤히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옛 고려시대 때 이곳을 기점으로 몽고를 맞아 싸웠다고 하니 그 모습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가히 상상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대림산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계곡입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대림산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계곡입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 권성권
또 이곳에서 삼국시대 때 백제군이 신라군을 맞아 격전을 치렀다고 하니 그 위세가 대단한 듯 했습니다. 더욱이 임진왜란 때에는 문경새재를 넘어오던 왜군이 산성에 숨어 있던 우리 군을 알아차리고서 성 밑을 지나지 않고 달천강 상류를 건너 충주시를 거쳐 탄금대로 곧장 쳐들어 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만약 왜군이 산성을 침탈하려고 했다면, 거꾸로 왜군이 더 큰 피해를 봤을 게 뻔합니다.

그토록 위풍당당하고 산성이 튼튼한 곳이라는데, 지금 이곳 산성에는 옛 성터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그저 옛 흔적과 자취만 고이 간직돼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그 위풍스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커다란 돌맹이로 쌓아 놓은 돌담들이 그 옛 모습을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산 중턱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입니다. 아마도 이 곳을 격전지로 삼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산 중턱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입니다. 아마도 이 곳을 격전지로 삼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 권성권
다시 발길을 돌려 산 아랫녘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목에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칠순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였습니다. 그 분에게 이 산성의 옛 역사와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는 몇 가지 아쉬움을 털어 놓았습니다. 옛날에는 차도 없어서 조용했고, 공기도 무척 좋았는데 지금은 많이 더렵혀졌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또 충주 시에서도 대림산성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리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열 몇 채가 함께 재미있게 살았는데, 지금은 다들 떠나고 대여섯 채 집들만 서로 모른 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들 멋지고 호화로운 집들만 지어 놓고 살고 있으니, 시도기념물로 지정된 산성이라는 의미가 서서히 퇴색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할머니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듯 수많은 벌 떼들이 내게 달려드는 듯 싶었습니다. 그건 잘 가라는 인사말보다는 또 다른 생각을 가져다주는 것 같은 벌들의 외침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다음에 올 때는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그리고 대림산성 둘레를 개발하려고만 들지 말고 어떻게 하면 옛 모습을 보존할 수 있을지 거기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라는, 그런 뜻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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