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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소유의 <부산일보> 노동조합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이사장 사퇴를 계기로 본격적인 정수장학회 개혁투쟁에 나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위원장 김승일)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21일부터 1주일간을 정수장학회 개혁 집중투쟁으로 정해 국회 앞 1인시위, 신문광고, 리본달기, 유인물 배포 등 다양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요구는 ▲정수장학회 현행 이사진 총사퇴 및 개혁적 이사진 선임 ▲노조 등 이사회 참여 보장 ▲장학회 이름 개칭 ▲투명한 부산일보 경영진 선임방식 도입 등이다.

특히 유신의 잔재를 나타내는 '정수'(박정희의 '정'과 육영수의 '수'를 딴 이름)라는 장학회 명칭과 관련, "박 대표의 이사장직 사퇴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이를 위해 21일부터 1주일간 매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게 된다. 1인시위에는 전국언론노조와 지역 시민단체가 번갈아가면서 참여하고 향후 한나라당사 앞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첫날에는 김승일 노조위원장이 나선다.

또 부산일보 본사 벽에 '정수장학회 이젠 바꿔야 합니다'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부착하는 한편 부산일보와 중앙 일간지에 정수장학회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의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

이어 부산일보 내부에서는 노조 간부들이 출근시간대 회사 로비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피켓홍보를 하고 전 사원이 '바꿔! 정수장학회'라는 문구의 리본을 달며 투쟁속보를 매일 발행할 계획이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주식 100%, 문화방송(MBC) 주식 30%, 경향신문 부지 일부 등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 김지태씨가 세운 부일장학회를 헌납받아 5.16장학회로 개칭했다가 8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태생적 논란과 정치편향성 소지로 끊임없는 정치공방을 불러일으켜왔다.

다음은 부산일보 노조가 지난 18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앞으로 보낸 서한이다.

박근혜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1월 출범한 부산일보 제17대 노동조합 위원장 김승일입니다.

노조가 이번에 이사장께 이례적으로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 때문입니다. 부산일보 노동자들은 이사장께서 밝힌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의가 취지를 살리려면 몇가지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간 생략)…

정수장학회 개혁을 위해 부산일보 노동자들은 다음 사항을 요구합니다. ▲재단 이사진의 총사퇴 ▲이사진 구성에 사회적 합의구조 가미 및 이사직 개방 ▲재단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부산일보 구성원들에게 이사진 추천권 부여 등입니다. 여기에 ▲재단이 과거사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고자 한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인 조치로 '정수' 장학회라는 이름부터 바꾸는 것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정수장학회 개혁이 끝이 아닙니다. 부산일보 경영도 민주화해야 합니다. …(중간 생략)… 부산일보 노동자들은 경영민주화를 위해 부산일보 경영권 선임권을 요구합니다. 재단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뜻이 반영돼야 합니다.

경영과 편집에서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논의구조는 언론계의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공영적 언론 대부분이 사장을 추천·직선·공모제로 선임하고 있습니다. 공익법인인 재단이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조치이며 시대적 요구입니다.

박근혜 이사장님! 부산일보 노동조합은 재단의 이번 정기 이사회에 앞서 이사장님을 뵙고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뜻을 정중히 전하고 싶습니다. 이 편지에 대한 답은 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이뤄졌으면 합니다.

가벼이 여기지 않으시라고 믿고,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년 2월 18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위원장 김승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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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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