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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열할아버지
김조열할아버지 ⓒ 송영한
나이가 든 분들치고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선한 일을 하면 필경 좋은 일이 있다(積善之家 必有慶)'라는 경구를 듣지 않은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개인이나 집안을 두고도 이런 경구가 있을진대 하물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대명천지에 77살이나 된 무의탁 노인을, 그것도 구리시에서 30여년을 살아온 참전 유공자의 주민등록을 말소하여 생활력 없는 노인의 유일한 생명줄인 생계비 지급을 중단하고, 유공자 보조금마저 못 타게 하고 그동안 지급해 왔던 도시락마저 중단한 행태는 시민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런 민심은 '사람 위에 법 없다'는 보통시민들의 정서가 그대로 표현 되었다고 보며 그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구리넷>과 <오마이뉴스>에 사실이 보도된 지 열흘, 그동안 뜻있는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줄을 이었고 시와 복지관 관계자의 해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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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도 안되는 움막까지 포기하라니

그동안 할아버지를 도와온 사람들은 기사를 보고 일시적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도덕적 향락을 누리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할아버지를 지켜봐온 주변 주민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할아버지가 결코 주민들에게 결코 위해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나같이 증언한다.

그러나 시의 해명자료를 보면 할아버지와 주변의 문제점들을 들어 ▲할아버지 주변에 노숙자들이 모인다 ▲그 노숙자들이 풍기문란을 일으킨다는 제보가 있다 ▲할아버지는 주민들의 동정을 받는데 익숙해 있고 주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노하우가 있다 ▲할아버지가 상당액의 돈을 친구에게 맡겨놓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시가 손을 놓고 있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직접증거나 통장 존재가 확인된 것은 없었다.

이런 시의 해명을 100% 인정한다고 해도 노숙자 처리와 주변 환경정화를 위하여 할아버지를 이용하려 했다면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일로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기자가 몇 차례 현장을 방문하였지만 현재 할아버지와 기거하는 사람은 최아무개씨 한 사람으로 오래 전부터 적적한 할아버지의 말벗으로 아들같이 지내왔으며 더욱이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한 사람 옆에서 자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고 할아버지는 말한다.

그 사람이 정말로 범죄의 혐의가 있고 할아버지를 위해할 수 있는 위험인물이라면 그것은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여 공권력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 것이지 할아버지의 주민등록을 말소하여 생계비를 끊는 조치로 해결될 일은 더 더욱 아니다.

그동안 할아버지에게 지급되던 도시락은 거동장애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지급되던 도시락으로서 할아버지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단하였다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는 속담처럼 왜 이제까지 지급하던 도시락을 주민등록말소와 때맞추어 중단하였는지? 복지관의 해명도 군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라는 솔직한 표현이 더 가슴에 와 닿지 않겠는가?

이제 시간이 없다. 추워지는 날씨에 할아버지가 불씨관리를 잘 못해 움막에 불이 나거나 혹한에 동해를 입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것이다.

기자와 만난 할아버지는 '보호시설에는 절대 가지 않겠지만 거처가 마련되면 가겠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의사를 밝혔다. 할아버지가 감춰논 돈이 있다면 그 액수가 얼마가 될 것이며, 사신다면 얼마나 더 사시겠는가? 이제라도 시와 복지관계자들은 할아버지도 구제하고 주변 환경도 말끔하게 정리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행히 기자와 통화한 시청 관계자와 복지관 관계자들은 그동안 할아버지를 위해 오랫동안 봉사해 온 분들로서 한결같이 11월 초순 안에 할아버지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교회와 성당을 접촉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하니 다 같이 믿고 기다려볼 일이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속에 뛰어 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는 성구처럼.

이번 사태에 유일한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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