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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서울대교구대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18개 천주·개신교 단체들이 '파병반대 기도모임' 참가자를 강제 연행한 경찰의 처사에 항의하는 공동 성명을 12일 발표했다.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모든 그리스도인 일동'으로 작성된 성명에서 이들은 ▲연행자 즉각 석방 ▲경찰의 집회·시위자유 침해에 대한 사과 ▲정부의 이라크파병 결정 철회 ▲미국의 이라크 완전 철수 등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파병반대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평화 기도회를 열던 청년들을 강제연행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자유, 표현의 자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미국의 추악한 침략전쟁인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고 한국군 추가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일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종교단체들은 "기도하다 1명 잡혀가면 10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것"임을 강조한 뒤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철회할 때까지 계속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국익'을 논하지 말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에게 이라크 파병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한국기독학생총연맹,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평화를여는카톨릭청년, 서울대교구카톨릭대학생연합회 등은 이보다 하루 앞선 11일 오후 4시30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파병철회와 이라크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청년학생 기도회'를 열고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으로 이동하던 중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경찰에 의해 참가자 27명이 강제 연행됐다.

다음은 18개 천주교 및 개신교 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 전문.

정부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석방하고,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하라

어제, 7월 10일 오후 6시30분 경 가톨릭과 개신교의 청년들이 그리스도인 청년이란 이름으로 이라크의 평화와 한국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기도회를 열고, 광화문으로 평화 행진을 하던 도중 27명이 불법강제연행되었다.

행진을 시작하던 명동에서 이미 30여분을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행진이 중단되었었고, 인도와 지하도를 이용해 평화행진을 진행하던 도중 교보문고 옆 골목길에서 불법강제연행되어 수서, 강동, 노량진, 송파 경찰서 등에 분산 수용되어 아직도 구금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리는 먼저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경찰의 강제연행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 청년들은 기도회를 마치고, 인도를 이용하여 평화적인 행진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파병반대 구호가 나온 이상 이는 종교행사가 아니라 불법집회'라며 막아섰고, 청년들은 펼침막을 접기로 하고 행진을 계속했다. 아무런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던 청년들을 파병반대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연행한 셈인 것이다.

이라크의 평화를 기원하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의 순수한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우리는 연행된 청년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경찰의 공식적인 사과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미국에 의한 추악한 침략전쟁인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고, 한국군 추가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일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의무이다.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이라크 추가파병을 막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미국이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다고 한 대량학살무기는 1년이 넘도록 찾지 못하고 있고, 9·11 쌍둥이 빌딩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증거 역시 발견하지 못했다고 미국이 스스로 자백하고 있다.

또 미국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수없이 많은 만행을 잊을 수 없다. 교도소에서는 전쟁포로인 이라크인들에게 참혹한 학대와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으며,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무차별 폭격은 대부분이 어린이들과 여성, 노인인 민간인들에 대한 '학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것은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하고 파병을 하여 전범국가의 국민이 된 것에 대한 참회를 통해 모든 것을 다 걸어 평화를 지켜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함이었다. 고 김선일님의 죽음 앞에 속죄하고, 이라크에서 죽어간 수천의 이라크 민중들을 비롯한 모든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이라크 추가파병이 불러올 재앙을 미국과 한국정부가 깨닫고 회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철회할 때까지 계속 기도할 것이다. 기도하다 1명이 잡혀가면 10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정신이고, 그 정신을 따르는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실체도 보이지 않는 '국익'을 떠들지 말라. 이라크 민중의 피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경찰은 연행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정부는 이라크 파병결정을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속죄하여 평화의 편에 서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이 앗아간 우리 민중들과 세계민중들의 눈물을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이 추악한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하는 날까지 우리의 의무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하나. 경찰은 기도행진 중 연행된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즉각 석방하라!!
하나. 경찰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사죄하라!!
하나. 정부는 이라크 파병결정 즉각 철회하라!!
하나. 정부는 고 김선일님의 죽음에 대해 국민 앞에 속죄하라!!
하나. 미국은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하고, 이라크민중들에게 사죄하라!!

2004. 7. 11.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모든 그리스도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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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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