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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수첩' 홈페이지.
ⓒ MBC 홈페이지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 PD수첩>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이 경영진 지시로 제작중단 위기를 맞았다가 노조 등의 거센 반발로 하루만에 제작이 재개됐다.

< PD수첩>은 오는 13일 방영 예정으로 송두율 교수 사건을 통해 국가보안법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긍희 사장 등 경영진이 참여하는 임원회의는 7일 방영을 코앞에 둔 '송두율과 국가보안법'에 대해 제작중단 지시를 내렸다.

경영진은 "송두율 사건이 재판에 계류중이어서 방송을 할 경우 재판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비전향 장기수 3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데 대해 반발이 큰 시점에서 송두율 교수 관련 방송은 마치 MBC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두둔하는 것처럼 비쳐 불순세력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제작중단 지시는 MBC 정체성 뒤흔드는 폭거"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8일 오전 'PD수첩 제작중단 지시 당장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경영진 결정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노조는 "기획안 통과로 촬영이 진행중이고 방송을 코앞에 두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느닷없이 제작중지를 지시한 것은 유례가 없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실무 국장이 제작진과 토론을 통해 제작지시를 내린 사안에 대해 경영진이 중지시킨다는 것은 공영방송 MBC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라며 "외부세력의 입김이 두려워 MBC의 독립과 자율, 국민의 알권리에 봉사할 의무를 팽개치는 경영진은 더 이상 필요없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또 "현안이 민감하고 논란이 많을수록 시사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의문사진상규명위 결정으로 인한 최근 논란은 오히려 시사프로그램 제작자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는 제의를 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번 방송이 송두율 교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영진의 해석도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미 1심 재판이 끝난데다가 사실관계를 파악할 실증적인 자료까지 모두 입수한 상태에서 만든 방송이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경영진 "제작중단 아니라 방영시기 고려하자는 것"

노조와 제작진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되자 경영진은 8일 오전 임원회에서 어제 지시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은 예정대로 제작 중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제작중단 지시'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제작은 하는데 방영시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경영진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이 얘기한 방영시기 고려 문제가 제작진 등의 입장에서는 '제작중단' 지시로 인식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덕수 시사교양국장은 "제작중단은 아니고 시기에 대한 고려를 했으면 하는 경영진 의견이 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정상대로 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 PD수첩> 건에 대해 제작 중단지시 및 번복과 관련, 경영진의 최종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박종 제작본부장은 거듭되는 회의참석차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편 노조와 회사측은 8일 오후 5시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를 열고 있다. 노사 대표와 관련 이사, 국장 등이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는 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노조는 여기에서 문제 원인을 추궁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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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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