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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도쿄 고마바 아고라 극장에서 막이 오른 2004 서밋페스티발의 개막작은 안톤 체홉의 원작 <세자매>를 새롭게 해석해낸 <세자매~아시아 크로스 버전>. 우연히도 안톤 체홉 서거 100주년에 맞춰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한국, 일본, 홍콩 세 나라의 공동기획이며 아시아 대안문화 교류의 물꼬를 튼 작품이다. 약 1년 반 간의 공동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히 서로의 작품을 소개하는 피상적 교류의 차원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 <세자매~아시아크로스버전>
ⓒ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이 작품은 작년 12월에 서울프린지 네트워크가 아시아의 신진 예술인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프로젝트 ‘넥스트 웨이브’의 개막작으로, 2월에는 홍콩 프린지 클럽의 초청을 받아 단독공연을 가졌다. 일본의 젊은 연극인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2004 서밋 페스티발’의 개막을 알리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한국, 일본, 홍콩, 3개국의 이번 프로젝트는 일단락된다.

체홉의 3대 희곡 중 하나인 <세자매>를 동시대, 아시아라는 지역에서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가지고 살아가는 세 나라 여배우들의 모습으로 녹여낸 이 작품은 체홉 작품이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세 나라 배우가 각기 다른 언어(한국어, 일본어, 광동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적 리듬감과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체홉 작품의 묘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으며 한 가족이며 같은 꿈(모스크바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지만 끝내 서로를 이해 못하고 소통 불가능의 상태에 이르고 마는 세 자매의 현실은 새롭게 구성해 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 각기 다른 욕망을 지닌 채 소통불가의 상황에 빠지는 '세 자매'
ⓒ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무엇보다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아시아 문화예술인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꿈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과 문화적 소외집단인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아시아 3국의 젊은 여성 연극인들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아시아 문화 교류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문화 이해
서울 프린지네트워크-일본 아고라 극장, 홍콩 프린지클럽 연대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매년 여름 열리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일본, 홍콩, 인도, 방콕, 싱가폴 등 아시아 문화예술계와의 교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의 대륙으로 급부상 중인 아시아의 젊고 혁신적인 예술가들의 다양한 경향을 소개하고 교류와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단체이다.

이번 공동기획의 주축이 되어 지난 1년 반 동안 작품의 주제작사로 활동했다.

홍콩 프린지클럽은 지난 82년 ‘홍콩프린지페스티벌’을 개최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프린지 페스티벌’이라는 열린 방식의 축제를 소개했다. 홍콩 프린지클럽은 홍콩 문화예술계의 거점이며 프린지클럽을 주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아고라 극장은 일본 현대 연극의 아버지,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의 <극단 청년단>이 운영하는 극장으로 창의적인 실험연극과 신인 연극인을 적극 지원해 일본 연극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곳이다. / 한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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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영상번역작가. 인터뷰를 번역하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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