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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교통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장흥군청을 둘러싸고 파업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당요금 징수로 촉발된 장흥교통의 비리 문제가 노사갈등과 자살 건 등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흥교통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장흥군청을 둘러싸고 파업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당요금 징수로 촉발된 장흥교통의 비리 문제가 노사갈등과 자살 건 등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마동욱

26일 오전 전남 장흥 군내버스 운전기사인 정상국(38)씨가 극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 하루만인 27일 오후 숨졌다.

민주노총 민주버스노조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8시50분경 장흥교통(대표 이상일) 버스 운전기사인 정씨가 회사 차고지에서 농약을 마신 것을 발견, 곧바로 전남대병원으로 옮겼으나 27일 오후 2시경 숨졌다.

정씨는 이에 앞서 지난 21일도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으나 주위 동료들이 급히 제지하고 나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노조에 따르면 정씨는 분신 시도 전 "장흥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김인규 장흥군수를 직접 만나야만 한다"며 군에 대한 항의표시로 분신을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 직접 만나야" 21일에도 분신 기도

장흥교통은 지난 1월 노동조합(지부장 안준성)이 결성되면서부터 극심한 노사 마찰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 장흥교통이 벽지노선 보전 비용 등으로 지난 한해만 6억9000만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총 68개 노선 등에서 50원∼300원의 부당요금을 받아 착복해온 것이 드러나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회사는 결국 잘못을 시인하고 지난 3월 8일부터 "2004년 3월까지 더 받은 요금만큼 1년 동안 내려서 받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장흥교통을 관리 감독해야 할 장흥군청은 전반적 실태조사 대신 20만원의 과징금 처분만을 내려 군민의 원성을 사왔다. 군민들은 "행정당국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전히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부당 요금 착복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상습적으로 체불되는 등 노사관계도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회사는 갑작스레 공금을 착복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 2명을 해고하면서 사태는 더 악화됐다. 노조는 급기야 사측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23일 군내버스로 장흥군청을 둘러싸며 하루동안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장흥군의 안일한 대책 등으로 장흥교통 문제가 몇 달째 방치되고 있다.
장흥군의 안일한 대책 등으로 장흥교통 문제가 몇 달째 방치되고 있다. ⓒ 마동욱
회사는 당시 불법파업을 이유로 조합원 4명을 추가로 해고시키는 한편, 8명의 노조원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한 상태다. 회사측은 숨진 정씨가 지난달 분신을 시도하자 뒤늦게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한 바 있다.

민주노총 민주버스노조는 28일 성명에서 "사측의 부당함과 군청의 책임회피로 끝내 이번 비극적 사태가 발생했다"며 ▲대량징계 철회와 해고자 원직 복직 ▲사업주 구속 ▲사업면허 취소와 공영제 실시를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장흥교통은 땅 짚고 헤엄치듯 국가보조금을 받아 잇속을 채운 것도 부족해 군민들에게 터무니없는 버스요금을 징수해 군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며 "장흥군청의 부실행정도 이에 한 몫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행복 노조 부지부장은 "벌써 몇 달 전부터 불거진 문제였는데 행정관청은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며 "회사측은 마치 고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것처럼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 부지부장은 또 "조합원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노조 지부장이 오히려 말리러 다니는 형국"이라고 격앙된 조합원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숨진 정씨의 장례식은 28일 오후 화장장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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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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