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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북대책위 소속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200여명이 군산 기아특수강 굴뚝농성자들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9일 전북대책위 소속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200여명이 군산 기아특수강 굴뚝농성자들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불길한 예상이지만 혹시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회사는 무언가 선택을 한 것 같다. 대책위는 더 이상 내 놓을 것이 없다. 내일 회사측이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두 사람 다 죽으라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

군산 기아특수강 해고자들의 굴뚝 농성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굴뚝시위는 9일 현재 농성 125일, 단식은 16일째를 맞고 있다. 노조활동과 관련해 91년과 94년 각각 해고 된 바 있는 이재현(44), 조성옥(42)씨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이 회사 50미터 높이 굴뚝에 올라 시위를 벌여왔다.

"어딘가 희망 남아 있을 것"
투석전 현장에서 만난 코넬리아씨

투석전이 벌어지는 현장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힌 코넬리아(41)씨.
11년째 원직복직 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성옥씨의 독일인 아내이다. 현재 군산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후에 있던 강의를 대체하고 이날 집회 현장에 참석하게 됐다고 한다.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마음이 복잡하다"며 "모르겠다"며 힘없이 웃었다. 그녀는 "이 자리에 있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 괴로운 심정을 말했다. 유난히 세차게 몰아친 이날 바닷바람 탓인지, 아니면 격한 감정에서인지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 보다도 바닷바람이 제일 걱정이다"며 "전화하면 괜찮다고 하지만 가족들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 줄 안다"고 말했다. 그녀는 "설마 회사가 사람을 죽게 하기야 하겠느냐"며 "아무리 절망 속에서도 어딘가 희망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국언 기자
농성 125일째 9일, 군산 기아특수강 해고자 전북대책위와 이승휘 기아특수강 사장간에 극적인 대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양측은 타협점 없이 10일 오후 다시 회의를 갖기로 해, 10일 이뤄질 양측 회의결과가 이번 사태의 최대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단식 16일째, 해고자 장기농성 사태 진전 없어

굴뚝농성 시위는 해고자들의 단식이 16일째에 접어들면서 점차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전북대책위가 내놓은 '재입사' 형식의 복직 수정안도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대책위가 원직복직 대신 '재입사'라는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회사측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지난 달 23일부터 음식물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9일 대책위와 이승휘 기아특수강 사장간의 면담은, 이날 오후 전북대책위가 개최한 집회 도중 전격 이뤄졌다. 이날 집회가 회사 진입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로 순식간에 폭력사태로 비화되자, 회사측은 오후 5시경 사태 수습을 위해 대책위의 면담을 전격 수용해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타협점은 이뤄지지 않았다.

군산 기아특수강 정문 앞. 이날따라 바닷 바람이 아주 매서웠다.
군산 기아특수강 정문 앞. 이날따라 바닷 바람이 아주 매서웠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사태가 악화되면서 정치권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민주노동당 전북지역 총선후보인 염경석(전주덕진), 이금희(전주완산), 현주억(익산), 김홍중(군산), 하연호(완주임실) 후보들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 정치권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태 이 지경 이르도록 정치권 뭐했나"

이들은 회견문에서 "올라가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어 보이는 저 굴뚝에서 겨울을 보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전북지역 정치권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규탄했다.

회사 내 진입을 막기위해 배치된 경찰 뒤편으로 관리직 사원과 함께, 멀리 해고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굴뚝이 보인다.
회사 내 진입을 막기위해 배치된 경찰 뒤편으로 관리직 사원과 함께, 멀리 해고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굴뚝이 보인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단식 16일째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서 이날 집회장의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전북민중연대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세우 목사는 연대사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멀리서 바라볼 뿐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고자를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이제 회사는 결단을 내려라"고 말했다.

신동진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장관이나 대통령한테까지 건의해 보고 양보안도 제시해 보는 등 해볼 것은 다해봤다"며 "이미 몸이 극도로 안 좋은 상태에서, 그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떤 돌출행동이 나올지 모른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노동자들은 "정상인도 아파트 옥상에 오르면 살이 떨리는데, 하물며 50미터 높이 굴뚝에서 125일 동안 땅 한번 안 밟아 봤다면 어쩌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해고자 언제 돌출행동 나올지 몰라"

김홍중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날 협상 결과에 대해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해고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말로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전제 하에 내일 대책위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 "회사측이 오늘 두 해고자를 반 죽였다. 이제 반 목숨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이어 "이제 비상대책위도 두 사람을 살릴 힘이 없다"며 "목요일 다시 집회하자. 다시 깃발을 들고 이 자리에 올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대책위는 이날 즉석에서 11일 집회를 결정하는 등 앞으로 투쟁강도를 높여가기로 했다. 단식 16일째를 맞고 있는 이번 사태는 점차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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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에서 설치한 철조망과 철골구조물을 넘어 회사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사측에서 설치한 철조망과 철골구조물을 넘어 회사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장기농성, 폭력사태로 비화
회사, 철 구조물로 정문봉쇄...투석전으로 경비실 파손

9일 군산 기아특수강 대책위가 주최한 집회가 폭력사태로 비화했다. 이날 집회는 굴뚝농성이 넉 달을 넘게 장기화 된 데 따른 우려감이 극히 고조된 데다, 회사측에서는 높이 2미터가 넘는 철구조물과 철조망으로 겹겹이 정문을 봉쇄해 집회 시작 전부터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의 회사 진입을 막기 위해 300여명의 전투경찰을 회사 안에 대기시키는 한편, 회사측도 철구조물로 정문을 봉쇄한 이외에 관리직 사원 100여명을 현장에 동원하기도 했다. 양측간의 충돌은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4시경 회사진입을 시도하면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장애물로 회사 진입이 어려워지자 철조망을 걷어내기 시작했고, 일부 시위대는 담장을 넘어 회사 안에 진입하며 빈병과 페인트를 투척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양측간 다시 격렬한 투석전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이 시위대를 회사 밖으로 밀어냈고 이 과정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시위대들이 방패에 맞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격앙된 시위대의 투석으로 회사 경비실 유리창이 모두 파손됐고 경비실 집기와 시설 일부가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시위대는 또 철제로 된 정문 담장 3m 정도를 뜯어내 5시경 회사 안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대책위 측의 요구를 수용, 오후 5시경 이승휘 사장과 대책위측 간에 전격적인 면담을 갖게 되면서 사태가 수습됐다. 이날 대책위와 이승휘 사장과의 면담은, 해고자들이 지난해 11월 굴뚝농성에 돌입한 이후 가진 두 번째의 면담이었다. / 이국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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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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