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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특수강 해고자들이 농성중인 50m 높이의 굴뚝
기아특수강 해고자들이 농성중인 50m 높이의 굴뚝 ⓒ 오마이뉴스 안현주
굴뚝농성 121일, 단식 12일째를 맞고 있는 전북 기아특수강 해고노동자 농성사태가 대책위원회의 '재 입사 복직안' 제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군산 기아특수강 해고자 복직 전북대책위는 5일 오전 11시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측에 '재 입사' 형식의 복직안을 공식 제안했다.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기아특수강노동조합과 전북대책위원회와의 면담 속에서 원직 복직은 어렵더라도 재 입사 형식의 복직이 가능하도록 노력하자는 양측의 잠정합의가 진행됐다"며 "재 입사 형식의 복직을 세아특수강 사측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두 해고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원직 복직이 아닌 재 입사로 협상 안을 낮추었기에 세아특수강이 문제해결의 의지만 있다면 노동조합과 대책위가 요구한 절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러한 전제가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굴뚝 농성을 끝낼 것을 설득하고 종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아울러 "굴뚝농성 중인 두 명의 해고자가 무사히 내려오고, 대책위원회의 전향적 요구 안을 세아특수강 사측이 받아들일 때까지 4일 오전 9시를 기해 릴레이 단식에 돌입한다"며 "해고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단식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입사' 안 수용여부, 최대 분수령 될 듯

 5일 기아특수강 해고자 전북대책위가 전북도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입사' 방식의 복직안을 타협안을 내 놓고 회사측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5일 기아특수강 해고자 전북대책위가 전북도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입사' 방식의 복직안을 타협안을 내 놓고 회사측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 참소리 제공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북대책위는 4일부터 회사앞에 텐트를 쳐 놓고 릴레이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북대책위는 4일부터 회사앞에 텐트를 쳐 놓고 릴레이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이날 대책위원회가 문제해결을 위해 원직 복직이 아닌 '재 입사 복직안'을 회사측에 공식 제안함에 따라 굴뚝 농성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회사 경영진의 수용 여부는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책위원회는 4일부터 회사측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며 회사 앞에서 동조단식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대책위가 제시한 '재 입사 복직안'은 넉 달이 넘는 장기농성 사태가 지속된데다, 지난 23일부터는 단식에까지 들어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는데 노조와 뜻을 같이 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중순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하현준(36) 기아특수강 노조위원장은 농성문제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동안 대책위와 '재 입사' 형식의 절충안을 모색해 왔다.

김홍중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재 입사 형태의 복직안은 대책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최종안"이라며 "회사측이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대책위원회를 더 확대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노 대통령, 조속한 해결 방안 지시"

 해고자들이 농성중인 굴뚝에서 줄을 이용해 물품을 공수받고 있다. 굴뚝에 걸린 줄을 통해 아찔한 굴뚝 높이를 짐작케 하고 있다.
해고자들이 농성중인 굴뚝에서 줄을 이용해 물품을 공수받고 있다. 굴뚝에 걸린 줄을 통해 아찔한 굴뚝 높이를 짐작케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은 "4일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청와대 면담에서 울산 현대중공업 문제 등 관련 문제들과 함께 기아특수강 해고자 문제도 거론했다"며 "(노 대통령이) 사회문제화 되지 않도록 조속히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도록 관계 장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무총장은 "노동부와 민주노총이 선을 갖고 중재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고 있지만, 사측이 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8일 민주노총 차원의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노총 사업장이지만 사람을 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며 "양보 안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중앙차원에서 새로운 투쟁에 들어 갈 것"이라며 사태해결에 대한 개입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회사측은 "현 시점에서는 아직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성 인사노무팀 과장은 "노동조합과 대책위간에 얘기된 것이어서 정확한 것은 아직 모르겠다"며 "법적으로는 이미 끝난 문제여서 현 시점에서 회사가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여러 안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며 대화의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아슬아슬 물품 전달현장... 도르레-줄 이용 생필품 올려줘

▲ 굴뚝 농성자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배낭을 단단히 묶고 있다. 주변에는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여 매트리스를 설치해 놓았다
ⓒ오마이뉴스 이국언
"남들 같으면 진즉 이혼 도장 찍고 도망을 갔어도 몇 번을 갔을 것입니다. 코넬리아씨가 고생입니다. 어제 집회를 했는데 '죽음'이란 말이 너무 많이 나와 저도 처음 공포감 같은 것을 느껴봤습니다."

4일 전북 군산 기아특수강 농성현장. 정미례(42)씨는 넉달째 50미터 높이 굴뚝에 올라있는 남편 이재현(44)씨를 지켜보는 주변의 불안감을 이렇게 전했다. 전주에서 군산까지 매일 걸음으로 달려오는 것이 벌써 넉달 째. 답답하지만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 굴뚝에 물을 올려주는 일 뿐이다.

이날 생수를 전달하기로 한 사람은 조성옥(42)씨의 독일인 부인인 코넬리아(41)씨. 둘째가 생후 9개월인데 이제 아빠 얼굴도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한다. 새봄을 시샘하듯 눈 소식과 함께 오늘따라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굴뚝에 접근하려면 경비실에서 간단한 출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굴뚝 농성이후 경비실에는 '농성자 가족 출입대장'이라는 새로운 출입일지가 마련됐다. 이날 가족들이 전할 물품은 1ℓ생수 2병과 보온병 하나. 경비실 CCTV 화면에는 굴뚝현장이 잡혀있다.

약 300여미터 남짓한 굴뚝까지는 회사측 승용차를 이용한다. 굴뚝 밑에 멈춰선 승용차가 서너 차례 경음기를 울려댔다. 어느새 굴뚝에서 바람에 심하게 휘청거리며 배낭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경음기는 굴뚝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였다.

육중한 굴뚝의 높이에서 내려오는 줄은 가느다란 실같다는 느낌이다. 배낭이 바람에 흔들거려 아슬아슬해 보일 뿐이다. 옥상에 희미하게 얼굴이 보이지만 누구인지는 전혀 알아볼 길이 없다. 50미터 높이에서는 물론 대화 한마디 이뤄지지 않았다.

배낭이 바닥에 닿자 재빠르게 물을 옮겨 담고 끈으로 단단히 조여 맸다. 다시 배낭이 굴뚝에 오르기 시작했다. 무게 때문인지 처음보다는 흔들림이 덜했다. 수송에 소요된 시간은 대략 10여분쯤. 회사측 관계자는 농성자들이 굴뚝에 올라갈 때부터 미리 도르레와 줄까지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국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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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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