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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문앞 조화의 행렬.
상가 문앞 조화의 행렬. ⓒ 유성호
상가 입구에는 조화가 숙연히 도열해 있다. 문상객이 그리 많이 않은 시간이라 곡소리는 나지 않았다. 입구에서 눈썰미로 장인과 장모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게 싫어 마당에 차려진 빈소에 들어가 문상을 했다.

상주들은 일제히 곡을 시작했다. 목례 후 향을 피우고 제례(祭禮)를 다했다. 상주와 상배를 하고 그들을 올려봤지만 잘 모르는 기색이라 고인의 외손녀 사위라고 밝혔다. 그때서야 알아차리는 눈치다.

마당에 열기를 전하기 위해 연탄 수십장과 장작을 한꺼번에 때고 있다.
마당에 열기를 전하기 위해 연탄 수십장과 장작을 한꺼번에 때고 있다. ⓒ 유성호
고인의 유해는 집안에 모셔져 있었다. 문상객의 편의를 위해 빈소와 식당은 마당에 차려졌다. 한켠에서는 연탄 수십장을 한꺼번에 태워 마당에 온기를 보태고 있었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경이다. 그리고 또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는 꽃상여.

오색의 종이꽃으로 치장된 꽃상여.
오색의 종이꽃으로 치장된 꽃상여. ⓒ 유성호
고인의 몸집만큼 작은 꽃상여지만 세상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색의 종이꽃으로 치장한 꽃상여를 오랜만에 본 터라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순간 엄습하는 죽음이라는 심연의 공포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아낙들은 길흉사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일에 치인다.
아낙들은 길흉사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일에 치인다. ⓒ 유성호
상이 났을 경우 여느 길흉사 때와 마찬가지로 일거리는 아낙네들들 목이다. 남정네들은 이리저리 문상객을 맞으면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술 한잔 마시는 게 일이라면 큰 일이다. 저녁이 되면서 문상객의 발길이 많아졌다. 덩달아 아낙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밤이 되자 문상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밤이 되자 문상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유성호
문상객들은 고인의 운명에 대해 한결같이 조의를 표하고 상주들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슬픈 날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한적한 시골 상갓집 풍경이다.

꽃 처럼 인간의 생도 언젠가 스러지리라.
꽃 처럼 인간의 생도 언젠가 스러지리라. ⓒ 유성호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문밖을 지키던 조화도 언젠가는 스러지겠지. 우리네 인생이 모두 그런게 아닌가.'

어느 문상 때 보다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외조모의 명복을 빈다.

"꽃상여 타고 고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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