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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건물의 유리를 닦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아무리 봐도 몸에 매어져 있어야 할 밧줄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신 프로인가 봅니다.
이 분 옆에는 또 한 분이 유리창을 닦고 있습니다. 사진 맨 위(약간 오른쪽)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밧줄이 희미하게 보이지 않습니까?
머리 위 유리창이 번득번득 한 걸 보니 일이 마무리 단계인 듯합니다. 잘 닦여진 유리창 속으로 노란 은행잎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혹자는 “금방 먼지가 앉을텐데 꼭 닦아야하나?”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생각해주십시오. ‘파란 하늘과 노란 은행잎을 유리창에 담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말입니다.
또 한편 이렇게도 생각해 주십시오. 자동차 배출가스 즉 매연과 먼지 등 여러분의 목을 조여오는 이런 것들이 유리창을 청소하는 분들에게 살아가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만 생각하고 볼 땐 더럽고 역겨운 존재지만 그 이면에 서서 보면 이러한 존재들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입니다.
결코 좁지 않은 유리창 면적입니다. 아저씨가 유리창을 모두 닦고 나서 멀리서 이 풍경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분명 닦기 전의 모습을 아저씨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아무래도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겠지요? 한올한올 정성 들여 또 한참동안 닦아놓은 유리창을 통해 드넓고 파란 하늘을 서슴없이 받아내고 있잖아요.
조그만 수건 한 장으로 넓디넓은 하늘을 담아 지나가는 많은 이들에게 상쾌함을 선사하는 유리 닦는 아저씨. ‘단순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이 일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만큼이라도 꼭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