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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제일 슬픈것은

제게서 뒤돌아선 당신의 뒷모습입니다.

제가 곁에 있어도 보지 못하는

당신의 식어버린 눈동자입니다.'

나무...라고 생각만 해보아도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고,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숲길을 걷고 싶어지는데,<나무야,나무야,왜 슬프니?>를 펼쳐 읽기 시작하는 그 순간,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느긋해짐을 느낀다.

'나무의사 우종영이 아픈 나무들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쓴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나무야,나무야,왜 슬프니?>는 저자의 말대로 아픈 나무들이 없는 세상이 되고 나무와 (자연)인간이 어우러져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글이다.

시적(詩的)이면서 짧은 동화를 모아놓은 것 같은 나무 이야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가파르게 오르내리던 숨을 가라앉히고 나긋한 숨을 쉬게 한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울적할 때, 부질없이 바빠서 허둥댈 때, 미움이나 경쟁심, 관계의 갈등으로 힘들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좋을 듯 하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나무를 대하는 눈과 귀가 그리고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듯하다. 도심 한복판의 유명 레스토랑 앞이나 호텔이나 모텔, 혹은 규모가 큰 음식점이나 각종 시설물 앞에 서 있는 나무들의 몸에 친친 감아 놓은 작은 꼬마전구들로 치장한 나무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그 치장들이 나무들에겐 고문이나 다름없다. 옛날에 고문 가운데 한 방법이 전구를 켜놓고 돌아가면서 취조를 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이었다지 않는가.

밤의 어둠 속에서 잠을 자야 할 나무들의 몸에 감긴 그 치장들은 고문기구나 다름없는 것이다. 또 가로수로 세워진 나무들은 사각의 틀에 가두어 놓고 뿌리가 더이상 뻗어 나가지 못하게 해 놓고 있다. 마치 화분 속에 갇힌 분재들 같다.

옛날에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줄 알았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바쁘다. 숨가쁘도록 바빠서 사람의 마음과 말에도 귀를 열고 듣지 못한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

하물며 나무에게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파괴한 자연 위에 개발과 문명이라는 욕망의 바벨탑은 높아만 가고 끊임없이 파괴하며 건설하고 세운다. 그 결과 지금 지구는 깊이 병들어 있다.

과학자들은 인도양 최고의 휴양지로 일컬어지는 몰디브가 향후 30~40년이면 바다 속에 완전히 침몰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으며 또한 '조류 시한 폭탄'이라 불리는 바닷물의 범람에 대비해 영국은 해안으로부터 계획적인 후퇴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산하 기구 전문소위원회는 밀리니엄 첫 회의에서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올라가고, 해수면은 1미터 정도 상승할 것이며, 그 타격으로 지구상의 1억5천만명이 삶의 보금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문제되고 있는 것이 급격한 가속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삼림축소 때문인데, 지구 생물의 50~80퍼센트가 살고 있는 열대 우림의 경우 20세기 초만해도 지구 표면의 1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 잔여랑은 6~7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 1헥타르 안에는 평균 750여 종의 나무가 살고 있는데 이곳은 1분마다 현재 축구장의 10~20개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무의사 우종영

1954년생."내가 정말 배워야 할 모든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고 말하는 그. 중 2 때 색맹이라는이유로 천문학자의 꿈을 포기한 뒤 방황하고 있던 그를 구한 것이 바로 나무.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살린 나무를 위해 살기 시작. '푸른공간'이라는 나무관리회사를 만들면서 나무를 고치는 의사로서의 삶을 열어갔다.
오래 산다고 해도 1백년 안팎의 수명 밖에 안 되는 인간들은 1천년의 수명이 되는 나무들을 함부로 짓밟고 없애고 있다. 이제는 개발과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짓밟은 자연으로 인해 닥쳐올 재앙을 어떻게 막을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심각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태풍 '매미'때 만해도 인간이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지혜와 지식으로 쌓아올린 욕망의 바벨탑들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임을 다시 실감케 했다. 자연의 힘 앞에 한 순간에 무너지고 파괴되는 참상들을 목격해야만 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아무 것도 아닌 연약한 존재인가를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던가.

나무의사 우종영씨가 쓴 <나무야,나무야,왜 슬프니?>(중앙M&B)는 나무의 처지에서 우리들에게 낮은 목소리로 조용조용히 그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나무의 이야기를 나무의 마음이 되어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이 책을 읽고 나서 바라본 나무들.

지난 태풍 '매미'로 인해 상처입어 도심 한가운데 가로수로 서서 소음과 매연과 분진들 속에 함부로 팽개쳐진 듯 서있는 나무들이 그냥 보이지 않았다. 잎사귀는 말라서 시꺼멓게 썩어가고 달려있는 가로수의 모양이 후줄근하고 처참해 보였다. 넝마를 걸치고 있는 듯한 치렁치렁한 검은 잎사귀들. 그들의 지치고 아픈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떤 존재를 알아본다는 것은 눈이 아닌 마음의 문제'라고 저자가 본문에서 말하고 있듯, 진정으로 보는 것은 그의 말대로 '마음으로 보는 것'이며 나무의 마음이 되어 그들의 소리와 마음을 헤아리는 것임을 느낀다.

'마음을 다한다는 것, 그 순간 바로 상대방 자체가 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비단 나무 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또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 분무기로 물을 주고나면 시들 시들하던 '아이비'가 윤기있고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늘 보아 왔지만, 오늘은 일부러 한번더 마음을 담은 손길로 쓰다듬어 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본다.

물을 주기 전에 시들해 있는 모습은 마치 삐져 토라진 아이같다. 분무기로 물을 주면 금방 푸릇푸릇 생기를 띠며 잎새 줄기마저 탄력을 실어 올리는 모양이 어찌나 싱그러운지.

밖에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려고 내놓은 노오란 소국 화분에도 혹시 너무 건조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누렇게 바랜 진잎을 떼내준다. 노오란 소국은 소박한 미소로 웃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나,너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것: 내것,네것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 내것이 네것보다 많은 것

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무는 아낌없이 주고 있는 있는데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는 것은 자기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배울 것은 이미 나무한테서 다 배웠다고 또한 쓰고 있다.

나무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이른 봄날 잎과 꽃을 피우고, 가을엔 천천히 열매를 맺고 낙엽을 떨구며 추운 겨울에 생장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써서 가지가 자라는 것을 막는다. 에너지를 받을 수 없는 겨울에 생장하는데 에너지를 쓰면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

떨어져 누운 낙엽은 한겨울을 나는 나무들에겐 온기를 유지하는 모포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흙과 함께 부식된 낙엽을 다시 나무는 양분으로 취하게 된다. 이렇듯 나무는 탁한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먼지를 걸러 주며 죽어가는 흙을 되살리며 작은 생명체들도 살게 한다. 참으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다.

저자는 나무들을 여럿 소개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로(의인법) 그들의 개성을 말해주고 있다. 무심히 보는 우리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나무들은 다 자기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언어로 마음을 전하고 얘기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아픈 나무들을 치료하는 나무 의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저자의 글을 통해 나무의 마음을 좀더 헤아릴 수 있고, 관심있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열림을 느낀다.

<나무야,나무야,왜 슬프니?>를 읽고 나무의 마음이 되어 나무를 바라보며, 또한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의 마음이 되어 이해하는 눈이 열려지기를 바라며 끝으로 '시애틀 추장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을까 한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다. 땅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칠 것이다.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땅이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서로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나무야, 나무야 왜 슬프니?

우종영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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