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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정리- 김종철, 공희정 기자
사진/동영상- 권우성, 김호중 기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하는 사람에게 있어 업무를 잘하고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어떤 식으로 하면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직관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 장관과의 인터뷰 후반부 일문일답.

▲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에 정통부에서 내놓은 유효경쟁정책을 보면 후발사업자 경영부실의 가장 큰 요인이 KT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정책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특정기업(LG)을 유효 경쟁 체제로 진입시키기 위한 배려 정책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는데.

“그 양반들(기자들)이 소설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 없다. 이번 유효경쟁정책은 지난 3년간 조사 검토한 결과다. 그 속에는 10가지가 들어있는데 정통부가 진행하는 정책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아무 결정도 못 내리고 왔다 갔다 하던 것들을 한번에 모두 정리한 것이다. 다들 속이 시원하다는 평가를 한다. 앞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방향만큼은 확실하게 설정된 것이다.”

- 최근 하나로통신 대표이사가 된 윤창번 사장은 이번 정통부가 내놓은 정책안에 대해 그 숨은 함의가 엄청난 것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렇다. 굉장히 의미 있는 것들이 많다. 누구를 지칭해 도와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유효경쟁체제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독과점 체제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후발업체를 도와주자는 생각보다는 더 이상 독과점의 진전이 안 되게 하자. 독과점을 막자는 게 우리 정통부의 의지다. 누가 3강이 되던 상관이 없다.”

- 최근 휴대전화에 이어 시내전화도 번호이동성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는데 휴대전화의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에 페널티 차원에서 시차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유선에서도 시차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에 사업자(KT, 하나로)간 시차적용을 하지 않은 것은 지배적사업자인 KT에 비해 후발사업자인 하나로의 시장점유율이 96%대 4%로써 아직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은 초기 단계이며, 번호이동성을 도입할 경우 후발사업자 시장점유율이 감소되기 보다는 증가될 가능성이 높아 굳이 시차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1개월 동안 안산, 청주, 김해, 순천 4개 지역의 번호이동 신청자 2,500명중 KT에서 하나로통신으로 이동 신청자가 2,480명(99.2%)이었으며, 하나로통신에서 KT로 신청자는 20명에 불과했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의 사업자별 순차도입은 SKT에 대한 페널티 차원이 아니라 번호이동성 제도의 근본적 취지인 이용자 편익 증진을 도모하면서, 유효경쟁 기반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준 천재’라기 보다는 도전파 일뿐”

- 그 동안 정부는 통신시장에서 경쟁체제를 만들면서 후발사업자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를 해 왔다. 이번 정책도 결국 단기 처방식으로 특정업체의 시장을 할당해 주는 매출액의 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후발업체들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통신시장의 동반부실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효경쟁정책은 후발사업자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선발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을 완화하여 선·후발사업자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정책 방향도 후발사업자에 대한 직접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발사업자가 우위를 가지고 있는 통신망, 주파수, 번호 등의 분야에서 선·후발사업자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통신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삼성 이건희 회장이 '천재경영론'을 추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진 장관도 삼성전자 사장으로 스카웃될 때 이 회장으로부터 '준 천재'라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하지만 이 회장의 '천재경영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의 '천재경영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이 천재라는 단어를 쓰지만 나름대로 해석이 다른 것 같다. 아인슈타인이 최고의 천재라고 하는데, 남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천재들도 있고, 젝 웰츠처럼 경영에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경영의 천재, 기술의 천재, 예술의 천재 다양한 분야에 천재들이 존재한다.

기업하는 사람에게 있어 업무를 잘하고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 하면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직관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술이라는 것도 그렇다.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3년 뒤를 준비해 그 길목에 서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희 회장께서 주장하는 것도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천재를 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진 장관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천재’가 아닌 '준 천재'로 불린다고 하는데.
“이건희 회장은 눈높이가 높다보니 빌게이츠를 만나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느냐 인 것 같다. 천재는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하고 이것을 확신한 신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이런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 내 경우는 아이비엠에서 뛰쳐나와 한국을 향한 것, 메모리를 중단하고 비메모리 사업에 집중한 것, 디지털 사업을 과감하게 밀고 나간 것 등 미래를 내다보고 선택하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모습을 높이 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것은 천재가 아니라도 가능한 것 아닌가.(웃음)”

- 진 장관이 삼성전자 사장의 길을 버리고 정통부를 선택한 것도 일종의 도전으로 봐야하나.
“글쎄 팔자소관인 것 같다.(웃음) 삼성전자에 있을 때도 직원들에게 삼성전자가 5-10년 뒤에 무엇을 해야 10배씩 커지겠느냐는 숙제를 내줬다. 참여정부도 앞으로 우리나라가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나는 장관이 되기 2-3년 전부터 이런 문제와 씨름을 한 것이다. 노 대통령께서 이 문제와 관련 국가를 위해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있었고 나는 기꺼이 온 것이다. 정통부 장관의 역할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 하루에 인터넷은 얼마나 하나.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다 보니 1시간 정도 보는 것 같다.”

- 집에서는 얼마나 사용하나.
“집에서도 30-40분 본다. <오마이뉴스>도 자주보고.”

“인터넷 종량제로 갈 필요가 있다”

▲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인터넷 종량제 논의가 업계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장관의 견해는.
“장기적으로 인터넷 종량제로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터넷 이용자 상위 10%가 트레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것은 문제다.”

- 2만불 시대를 열어가는 데 있어 정통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80년대 국민소득 1500불 일 때 전화모뎀 썼다. 그리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서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면서 1~2Mbps까지 올라왔다. 우리가 IMF를 겪고도 1만불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정보통신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제 다음 단계는 동화상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광대역 통합망을 생각할 수 있다. 광대역이 50~100bps가 되면 인터넷에서 HD방송을 보게 된다. 방송, 통신, 인터넷이 합쳐지는 것이다. 통합망을 깔면 세상이 또 바뀌게 된다.

정부는 광대역통합망을 2010년까지 까는데 2조 4000억을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참여정부 5년 동안만 대강 계산해 봐도 600조 정도 부대산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만불 가운데 정보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5000불 가까이 될 것이다. 지금은 GDP의 15% 정도를 IT분야가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25%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 노대통령이 진 장관의 업무 추진력에 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웃음)
“솔직히 지난 3월 20일 대통령께 보고하고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었다. 계속 줄다리기 하느라고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화끈하게 추진할 것이다. 연내에 가시적인 성과도 만들어내고 내년부터 확실하게 밀어 붙일 것이다.”

- 올해 안에 어떤 가시적 성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해외 R&D 투자유치를 한 두건 성사시킬 작정이고, 중소 벤처기업 M&A도 시작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할 것이다. 이와 관련 정통부도 돈을 내놓을 것이고, 각종 시작점들에 대한 가시적 결과가 나올 수 있게끔 할 생각이다."

- 그동안 정통부장관의 경우 평균 수명이 1년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을 다하려면 5년을 다 채워도 힘들 것 같다.(웃음)
“지금 공익근무 요원으로 근무 중인데…. 주어진 기간만큼 열심히 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의해 일이 추진되면 안 되고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정통부 장관 퇴임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
“개인적으로 제품 디자인쪽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된 사단법인을 세워 스스로도 공부하고 후학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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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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