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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가 세상만사 모든 근심을 물러가게 한다.
풍경소리가 세상만사 모든 근심을 물러가게 한다. ⓒ 김기돈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그대들은 어떤 사람인지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속이 옹졸한 사람이 있습니다.

강화 특산물 중에 하나가 ‘밴댕이’입니다. 애들 손바닥만한 물고기인데 주로 모내기철에 많이 잡힙니다. 하필이면 속이 좁은 사람을 ‘밴댕이 속 알 딱지만도 못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한번 밴댕이 속 알 딱지가 얼마나 작길래 그런 말이 생겼는가 궁금해서 배를 갈라 보았더니 크기가 꼭 성냥 알 만했습니다. 속이 옹졸한 사람은 무엇이든지 자기중심 자기위주입니다. 남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큰 그릇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릇이 작기 때문에 잘 엎지릅니다. 자기가 그릇이 작아 엎지르고는 남을 탓합니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잘한 건 다 자기 탓이고, 못한 건 다 남의 탓이라고 합니다. 속이 옹졸한 사람들이 제법 많은 편입니다. 속이 옹종한 사람이 한 가족이 되면 복잡합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탓하고, 며느리는 남편 탓하고 그 집안 잘 되는 일이 없습니다.

둘째, 철새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어디 한군데 진득하게 있지 못합니다. 삶이 정돈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수선합니다. 잔뜩 어질러 놓고 도무지 정리하는 법이 없습니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옛말이 있는데, 철새 같은 사람은 맨 날 이 우물, 저 우물 파다 볼일 못 봅니다. 마음에 정함이 없으니, 조잘조잘 말이 많습니다. 늘 남과 비교합니다. 아무리 자기가 가진 것이 많아도 남과 비교해서 자기 것이 조금 작으면 견디지 못합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살다보니 주워들은 말은 많아서 아무 데고 나서서 말만 늘어놓습니다. 철새 같은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이 직장 저 직장 전전하다 집 한 칸 장만 못하고 셋방살이 신세 면하기가 어렵습니다. 고작 희망이 있다면 로또 복권 사 모으고 당첨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로또 복권은 이런 사람에게는 당첨되지 않습니다.

셋째, 떠벌이 형이 있습니다.

남양성지. 아내와 은빈이. 주님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소서.
남양성지. 아내와 은빈이. 주님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소서. ⓒ 느릿느릿 박철
말 그대로 과장이 심합니다. 무엇이든지 말만 앞세우고 정작 자기가 전면에 나서여 할 때는 숨어버립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런 저런 이유가 많습니다. 합리화의 달인답게 말에는 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말로 한몫하기 때문에, 누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못 견뎌 합니다. 남의 일에 팥 놔라, 콩 놔라 참견을 잘 합니다. 아무데고 나서서 자기가 대장만 하려고 합니다. 쥐뿔도 머리에 든 것이 없으면서 유식한 척하고, 말이 많기 때문에 늘 실수투성이입니다. 삶의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합니다. 이런 사람 만나면 피곤합니다.

네째, 무엇이든지 무덤덤한 사람이 있습니다.

희로애락이 분명치가 않습니다. 달면 달다 쓰면 쓰다 감각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은 매사에 무관심합니다. 자신의 잇속을 챙기지는 않지만, 분명한 삶의 원칙이 없습니다. 시류에 영합하지는 않지만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상관이 없고, 미군이 우리 여학생을 장갑차로 무참하게 죽음으로 내몰고도 단순한 사고사로 처리하여, 이에 온 국민들이 분노하여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나서도 TV연속극만 열심히 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남에게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과 한 식구가 되어 한솥밥을 먹으며 살면 숨통이 막힐 지경입니다.

다섯째, 분위기 파악 형이 있습니다.

일명 애교 형입니다. 아이스크림처럼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친화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따릅니다. 남의 등이 가렵다고 하면 얼른 긁어주고, 남이 배고프다하면 어디 가서 라면이라도 구해다 삶아줍니다. 분위기 파악을 잘하기 때문에 표정관리가 확실합니다. 적당하게 남을 웃길 줄도 알고, 울릴 줄도 압니다. 아내의 생일날 꽃 한 송이 들고 오는 남자, 남편의 축 쳐진 어깨를 보고 ‘여보, 힘내세요. 당신이 세상에서 최고예요’ 할 수 있는 여자입니다. 깊은 인간미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화통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인기 만점입니다.

여섯째, 맑은 샘물 같은 사람입니다.

물은 무릇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흐르는가?
물은 무릇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흐르는가? ⓒ 강바람 김민수

맑은 샘물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면 얼마나 시원합니까?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삶의 깊이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대하면 대할수록 깊은 그윽한 느낌을 주고 울림을 줍니다.

샘물 같은 사람 옆에만 있어도 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은 깊은 산 속 산사(山寺)의 풍경소리 같습니다. 바람에 울리는 풍경소리, 인간사(人間事)의 모든 허명(虛名)이 ‘댕강댕강’ 풍경소리에 낙엽처럼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샘물 같은 사람, 풍경소리 같은 사람은 장자(壯者) 각의(刻意)에 나오는 다음 한 대목과 같은 사람입니다.

-純粹而不雜, 靜一而不變, 淡而無爲, 動而以天行, 此養柛之道也-
내 식으로 풀어보면, “순수하여 아무 것도 섞이지 않고 정일(精一)을 지켜 변하지 않으며 담담하여 인위를 떠나고 움직일 때는 그대로 행동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나는 어지간히 세상요령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줄만한 분위기 파악형도 아닙니다. 그러면 ‘샘물 같은 사람인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립니다. 나이도 들만큼 들었으면 인생의 철도 들었음 직한데 어떤 때는 내가 생각해도 밴댕이 속 알 딱지만도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철새 같은 인간형이나 무덤덤한 인간형은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맑은 샘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형입니다. 이 말을 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내 주변에 내가 스승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이 아무개 같으신 분이 바로 샘물 같은 사람, 풍경소리 같은 사람입니다. 멀리 떨어져 계시지만 그 분이 늘 내 마음속에 계십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세상만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또 마음먹기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니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샘물같이 맑고 고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그윽한 느낌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아름다운 샘물이 고였다.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아름다운 샘물이 고였다. ⓒ 강바람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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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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