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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님이 얼마 전 김근태 의원에게 보내는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통합신당보다 개혁신당이 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은 우리 세대가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크게 이의 달기 어려운 문장이었습니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불신과 의혹이 그대로 담겨있는 솔직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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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 신지역주의 ' 와 ' 반역사주의 '

그런데 바로 이어 민주당 이명식 부대변인이‘유시민은 겸손해져야 한다’는 반론을 발표했습니다.

유 의원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호남유권자만 붙잡고 있으면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댄 영남인들은 어떡할 것이냐”는 발언을 또 다른 지역주의적 접근자세라고 힐난하고 겸손해 질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도 일리가 있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오마이뉴스>에서 김욱 기자가 유 의원님에 대해 신지역주의와 반역사주의를 선동하고 있다고 일갈하고 나섰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이 역시 그럴듯한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유 의원님이 속해있는 개혁국민정당이 성명을 통해 민주당을 부패정당으로 비난했고, 이에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개혁정당에 대해 ‘개혁가발을 벗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서로가 할 말은 하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쯤되면 노 대통령 말마따나 “막가자는 것이겠지요? ”

그러나 사실 저는 이 같은 말싸움보다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개혁신당이 나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숱한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필요하다면 누구 말대로 선혈이 낭자하게 싸울 수도, 막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것은 개혁신당을 위해 싸울 투쟁의지보다 우울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말싸움이 개혁신당을 만드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기회주의적 관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근 노 대통령의 대미굴종외교시비와 한총련이 연관된 5.18사태 등에 대한 유 의원님의 관점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실용주의적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국가최고지도자의 자세를 애정 없는 비난보다는 이해해주려는 입장도 분명히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은 바로 개혁신당에 대한 유 의원님과 개혁당의 입장입니다. 그보다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유 의원님과 개혁당의 생각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참고로 16대 총선을 앞둔 1999년 겨울, 그러니까 옷 로비사건이 한창 기승을 부리며 민주당이 엄청난 코너로 몰렸을 때입니다. 한 송년모임에서 동교동실세라는 김옥두 의원의 면전에서 김 의원을 포함한 동교동실세들이 검찰조사를 받을 일이 있으면 받아야 하고, 감옥 갈 일이 있으면 감옥 가는 것이 민주당의 총선 승리와 이를 통한 지속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언급은 제가 잘났다고 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동교동 실세들이 김대중 정부를 부패정권이란 낙인이 찍히도록 한 장본인이라는 유 의원님의 견해에 동감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유 의원님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것은 유의원님과 개혁당, 그리고 민주당 일부 신주류가 주장하는 5명, 혹은 14명의 배제의원명단입니다. 문제가 많은 인사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유 의원님과 좀 다른 것은 민주당을 바라보는 관점인 듯 합니다. 저는 민주당이 부패정당일 뿐만 아니라 개혁을 말하는 인사들이 일정부분 계승해야 할 ‘역사적 그 무엇’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합민주당을 깨고 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저도 김대중씨의 사당인 국민회의에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던 사람중 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극복의 모범적 사례랄지, 햇볕정책을 통한 한반도관련 사안에 대한 주도권회복이랄지 하는 것 등은 김대중 정부의 업적으로 우리 모두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민주당이 비교적 유력정당 가운데 중산층과 서민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란 점에서도 이의를 달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외의 대명사였던 호남인들이 희망을 걸었고, 그 희망 때문에 절망의 골이 더 클 수밖에 없던 대상이 민주당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부패정당이라는 한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화시키고 일반화시키고 있는 유 의원님과 개혁당의 선동논리가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감동보다는 또다른 지역주의적 경향성이 아니냐는 반격도 나오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그러나 계급정당이 아닌 새로운 대중정당을 당연히 요구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쿠데타도 아니고 혁명적 상황도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발전에 있어서의 단절은 필요하지만, 일정한 수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출신이 호남이지만 제 주변의 호남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그간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을 집권세력이란 이유로 견제하고 감시하고 비판해왔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행태에 대해 나름대로 비타협적인 자세를 견지해왔기 때문에 받는 ‘정의로운 왕따’정도로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주변 호남인들에게 귀동냥을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과 작금의 신당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말입니다. 모두들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만 공통적인 것은 말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흥미없는 주제라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유 의원님!
전국적인 개혁신당을 만드는 유 의원님과 개혁당의 노력에 저는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그래서 현재 추진중인 범개혁 단일정당추진국민운동본부에도 벌써 발기인참여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개혁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호남인들이 소외의식을 가진다면 이것은 제대로 된 개혁정당은 아니지 않습니까? 호남인들이 원망하는 정당이 어떻게 지역주의를 극복했다고 말할수 있겠습니까? 저는 호남인들이 노무현을 지지했듯이 개혁신당 또한 호남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기득권자로서의 호남 정치인을 끌고 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들 역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온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받아들여서 돈 안드는 공정한 경선을 통해 그들이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력해도 그들이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당선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당원과 국민의 선택입니다.

이런 정도의 여유를 가진다면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부패정당이라고 저주를 퍼부을 필요는 없어진다고 봅니다. 더구나 오겠다는 사람을 구차하게 오지 말라는 여유 없음을 보일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유 의원님이 말한 대로 개혁신당이 가능해지려면 민주당이 맨 먼저 결심해야 합니다. 유의원님은 신주류만을 겨냥하고 있지만 이들 신주류 역시 호남출신 유권자라는 고정 지지기반을 가지고 당선된 현실 정치인입니다. 그것은 유의원님이 개혁정당 단독후보가 아니라 민주당과의 공조를 통해 국회의원에 선출된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나치게 민주당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다 죽어 가는 송장에 매질해서 다시 살려내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리모델링론이니 도로민주당이니 하는 용어에도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영남출신 대통령을 만들어낸 호남인들의 저력을 믿고 한번 맡겨 보자는 주장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개혁신당논쟁이 분열적으로 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일부 인사를 짤라야 하고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토사구팽으로 기사회생한 자민련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하겠습니다. 그것은 김근태 의원에 대한 유의원님의 비판은 여러모로 온당치 않다는 것입니다. 단지 유 의원님이 민청련의 막내여서가 아닙니다. 김근태 의원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있으며, 특히 경선자금고백으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경선당시 승부수로 던진 경선자금고백이 부메랑이 되어온 처지이지만, 좋게 보자면 정치자금법을 획기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계기를 희생적으로 제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개혁신당이 더 큰 힘을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중도적 입장에서, 그러나 개혁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김근태는 기회주의자도 아니며 잘못된 노선을 걸어가고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중심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며 먼 길을 보는 눈으로 보자면 언젠가는 그 진의가 빛을 볼 때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유 의원님이 김근태를 ‘타깃’으로 삼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아직도 그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애정의 고백은 필요할 지언정 ‘결별’ 운운하는 성급함은 사양하기를 바랍니다. 유 의원님의 비수와 같은 혀와 펜은 그 혀와 펜을 들어 사용할 대상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엄중하게 사용되어 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역사적 변화의 시기에 주도세력의 교체는 필연적이지만 , 그 방법은 강경과 온건 사이에 수많은 스펙트럼을 구성할 수 있다는 유연성과 여유도 가졌으면 합니다. 필연적인 권력투쟁과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의 다양성을 바라보며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유 의원님이 결별해야 할 사람을 말하는 네거티브적 리더십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수많은 사람과 세력을 열거하며 즐거워하는 긍정적 리더십이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보다 더 큰 힘이 유 의원님 주위로 몰려들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 유 의원님의 주변에 저의 모습도 발견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별 볼일 없는 제가 드리는 이 글이 유 의원님이 가는 발걸음을 한번쯤 멈춰 세워, 상하와 전후좌우를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대성공이라 확신하고자 합니다. 건강하시고 개혁신당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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