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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통신위원회로부터 휴대폰 불법보조금, '가짜 개통'(가개통) 등의 이유로 영업정지를 받았던 KT가 최근까지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휴대폰 '가짜 개통'을 조직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T는 그 동안 '가짜 개통' 휴대폰에 부과된 통신요금을 회사 차원에서 몰래 깎아주는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KT 대구지역 영업부 직원 A씨의 '요금 상세 내역'에 따르면, 5월 한달 동안 A씨 이름으로 '가짜 개통'이 되어있는 KTF 휴대폰 숫자는 78대에 달했다. 지난 3월에는 211대, 그리고 지난해 6월에는 무려 293대에 달하는 휴대폰이 A씨 이름으로 가짜 개통돼 있었다.

KT대구지사 A씨의 요금상세내역

통신요금(감면액)

가개통 PCS 숫자

2002.6 1,239,147 293
2002.7 908,315 142
2002.8 1,952,824 112
2002.9 1,246,076 78
2002.10 398,504 62
2002.11 888,024 98
2002.12 404,091 35
2003.1 327,491 28
2003.2 323,343 27
2003.3 745,613 211
2003.4 991,839 190
2003.5 791,380 78

10,144,655 원

1354 대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에 따라 A씨가 지난해 6월부터 금년 5월까지 11개월 동안 '가짜 개통'시킨 휴대폰은 모두 1354대(누적분)였으며, 통신요금으로 청구된 금액은 1014만4655원에 이른다. 물론 이 금액은 KT가 모두 감액 처리 했다.

그 동안 KT의 직원들을 통한 휴대폰 강매가 논란이 된 적은 있었지만, KT가 조직적으로 개입, 가짜 개통을 해주고 그에 대한 요금을 전액 면제해준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 노조의 한 관계자는 "A씨 앞으로 '가짜 개통'되어 있는 휴대폰 숫자를 보면 그 동안 KT 직원들을 통한 상품 판매 강제행위가 얼마나 지독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통신요금 감액은 불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회계장부상에 나타나지 않고 전혀 다른 형태로 기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KT가 민영화된 이후 전국 90여개 지사의 책임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영업실적이었다"며 "그러다 보니 인사가 있는 철이 오면 강제할당에 의한 가짜 개통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중간업자들에게 싸게 되파는 '땡'처리가 성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KT 대구지사 A씨의 '요금상세내역' 이 내역서를 보면 A씨에게 부과되어 있는 통신요금 전액이 감면되어 있음을 볼수 있다.
이번 A씨의 사례를 통해 나타난 가짜 개통 휴대폰 요금에 대한 감액 문제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적인 통신감액 문제는 회계장부 조작으로 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가짜 개통은 외부적으로는 통신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며 내부적으로 는 KT의 제 살을 깎아 먹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통신법 이용약관상 이용요금의 감면과 할인은 이용정지자, 생활조정자, 장애인, 유공자 등으로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고 손해배상 등의 규정에 부합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짜 개통을 통해 부과된 통신요금에 대한 감면조치는 명백히 이용약관 위반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 정부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의 조인국 위원은 "통신위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KT 전체 감면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비스불만, 시장방어, 특판 등의 사유로 감면해준 총 감면액은 328억원에 달했지만 이 사유에는 KT 내부 직원의 '가개통'을 통해 발생한 통신요금 감액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ADTOP1@
KT관계자 "실적에 눈먼 몇몇 직원의 문제일 뿐"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수백대에 이르는 '가개통' 물량은 KT 전체의 문제가 아닌 실적 욕심에 눈먼 일부 몇몇 문제 있는 KT 직원의 행동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 사람들이 문제가 발생하자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넣었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PCS를 많이 판다고 해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며,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발본색원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KT도 이미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지난 4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지난 1999년부터 전국적인 지사조직과 4만3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기반으로 자회사인 KTF의 016 가입자 모집을 대행해 오다 지난해 9월 가짜 개통을 통한 재판매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추징 당한 바 있다.

휴대폰 '가짜 개통' 어떻게 이뤄지나

'휴대폰 가짜 개통'이란 미리 타인의 명의로 신규 휴대폰 단말기를 대량으로 개통해 놓고, 신규 가입자가 나타나면 명의만 바꿔주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으로도 '가개통'이 문제가 되는 것은 KT가 직원들에게 강제 할당한 재판매물량이 보통 10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에 일반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으로 흘러들어가 유통질서를 흐리는 주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 지사별로 직원들에게 강제로 할당된 재판매물량은 다양하게 처리되는데 '가개통'은 그 중 대표적인 처리 방법의 하나다. KT의 한 직원은 내부적으로 '가개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각 영업소에 팀별로 팀장명의의 유선전화기를 새로 놓습니다. 그리고 그 팀에 몇 백대의 PCS가 배당되면 그 유선번호에 PCS를 '가개통' 시킵니다. 그리고 '가개통'된 PCS를 직원들에게 팔게 하는 거죠."

PCS 판매 실적은 그대로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따라서 할당된 PCS를 팔지 못한 직원들은 이를 떠 안게되고, PCS에 부과된 요금과 할부금을 스스로 부담한다. KT직원들은 이를 흔히 '자뻑'이라고 한다.

KT노조의 한 관계자는 "일단 PCS가 '가개통' 되면 매출에 잡히게 되고 해당 지사장들의 실적도 올라간다"며 "당연히 실적이 좋으면 인사고과 점수도 높아지게 되고 연봉을 책정할 때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에 지사장들이 목숨을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이번 A씨의 '요금 상세 내역'에서 밝혀졌듯이 몇몇 KT지사에서는 대규모로 이루어진 '가개통' 물량에 부과된 통신요금을 몰래 감면해 줬다는 것이다.

"'가개통'으로 인한 직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쌓이자 지사장들이 다른 방법을 쓴 거죠. 즉 직원들이 '가개통'을 통해 손해보는 것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사장 묵인 아래 직원들에게 부과된 통신요금을 감면해 버린 겁니다."

소비자들에게 되팔기 전까지 PCS에 부여되는 통신료는 유선전화기에 합산 처리되어 나오는데 유선통신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KT가 이를 전액 감액해주는 방식을 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KT 노조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KT는 자회사 격인 KTF에도 지속적인 PCS 판매고를 올려주는 결과를 낳았고 KT는 KT-PCS판매와 전화요금 증가로 매출이 상승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게됐다"고 주장했다.
/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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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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