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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통신재벌 KT가 유선전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지역케이블 방송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KT는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세하게 운영되는 지역 초고속 인터넷 사업체들을 '고사'시키고 있다(오마이뉴스 11월 29일 보도)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따라서 통신의 선두 주자로서 책임보다는 연이어 '상도의'에도 어긋난 행동을 보이고 있는 KT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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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무차별 가입유치 지역벤처 ' 고사 '

지난 10월 22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2동, 신림9동 주민들은 KT 동작지사장 명의로 된 이상한 '안내문'을 받았다.

▲ 지난 10월 22일 KT동작지사장이 관악구 신림동 일대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 속 문제의 내용
"KT에서는 통신선로를 보호하고 이 지역의 도시미관 정비 및 민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중략) 혹시 이 지역 주민 중 인터넷을 KT제품이 아닌 타사에 가입하여 사용하고 계실 경우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사오니 이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오며, KT 고객이 아닌 경우에는 사전에 가입된 인터넷 회사와 상의하여 중단 없는 서비스를 제공받으시길 바랍니다."

▲ 지난 10월 22일 KT 동작지사장이 관악구 신림동 일대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
한 마디로 주민 가운데 인터넷을 KT 제품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할 경우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니 알아서 잘 대처하라는 내용이다. 안내문에는 배포 일로부터 5일 후 타 업체의 통신 케이블을 철거하겠다는 '선전포고'도 친절하게 담겨있다.

또 KT 동작지사는 비슷한 기간 관악구 지역 케이블 방송을 비롯해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서 경쟁적 위치에 있는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경쟁업체에게도 무단 불법 첨가 시설물에 대한 철거를 통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KT는 공문을 통해 "통신전주에 설치한 불법시설물로 인하여 현재는 골목마다 거미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시설물로 인하여 전주가 휘어지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마저 발생하고 있다"며 통신 케이블 철거에 대한 당위성을 밝히고 있다.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는 전선, 케이블선, 인터넷 전용선 등이 거미줄 처럼 엉켜있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불법 시설물 아니다" - "목적 외 사용했다"

"KT, 독점 위한 계약파기는 불공정행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유재홍·이하 방송협회)는 지난 11월 26일 SO(종합유선방송국)협의회 임원회의를 갖고, KT의 통신주 및 관로를 이용한 SO의 인터넷서비스 불가 방침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서 방송협회는 "현행관련법을 검토한 결과 KT는 관로 및 전주에 대한 소유권이 있으나, 전주 및 관로는 국가 공공기반 시설이므로 KT가 이용중인 경쟁사업자의 서비스 제공을 독점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이용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방송협회 김영철 국장은 "KT 동작지점이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를 SO에 빼앗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관로 및 전주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KT의 부당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 사법기관에 법적 대응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송협회는 앞으로 정보통신부, 방송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번 사건에 대한 중재요청을 할 방침이며, 향후 케이블TV사업자의 전송선로설비에 대해서는 국가 기간시설인 KT와 한전의 관로 및 전주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법 제정 건의도 추진할 예정이다. / 공희정 기자
이같은 KT의 방침에 대해 KT의 전신인 한국통신 때부터 전주를 빌려 유선 중계 등 부과사업을 해오던 관악유선방송국 측에서는 "말도 안되는 억지"라며 "KT전주에 걸려있는 케이블은 불법시설물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악유선방송국의 이동주 대표는 "정부는 KT 시내전화망의 독점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KT가 보유하고 있는 시내전화망을 후발사업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자선로 공동활용 제도(LLU)'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 98년부터 정당한 계약 절차를 밟아 전주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유선방송 중계 역할에 국한됐던 지역 케이블 사업자들이 TV회선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KT의 시장을 잠식하자, 이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관악유선방송국의 경우 지난 96년부터 선로개선 사업 등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준비해 오다, 2000년 3월부터 서비스를 실시 관악구에서 1만5000세대 정도를 확보한 상태다. 이는 관악구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0%에 달한다. 반면 KT는 현재 관악구 지역에서 전체 평균(45.6%)에도 못 미치는 3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관악유선방송국은 지난 10월 중순부터는 재개발 아파트인 봉천 6동 우성아파트의 80여 가구에 케이블 모뎀을 무료로 빌려주면서 아파트 지역에까지 사업 확장을 시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대표는 "시범적으로 사용하던 대부분의 주민들이 기존에 쓰던 KT의 메가패스를 해약하고 저렴하고 빠른 케이블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자, KT쪽에서는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 이후 '무단 불법 첨가 시설 철거' 등을 이유로, 라인 철거에 대한 협박의 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 지난 9월 30일 관악지점장 명의로 M유선방송국에 보내진 공문 내용.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이 대표는 KT가 지난 9월 30일 관악유선방송국에 내용증명 우편물로 보낸 공문을 제시했다.

▲ 지난 9월 30일 관악지점장 명의로 M유선방송국에 보내진 공문.
문서번호 '관악시 2643-4100'인 공문 4번 항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귀사에 대한 전주대여의 조건은 방송 재송출만 허가한 사항으로 귀사는 현재 유선방송 선로를 이용한 인터넷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바 이는 KT의 메가패스 인터넷 사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 실정으로 관악지점 관내 모든 전주의 대여를 불허할 예정이오니 조치하기 바랍니다."

또 공문 5항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관악지점에서는 귀사가 KT의 통신전주를 이용하여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회선의 일제 조사를 시행 후, 전 시설 수에 대하여 인터넷 사업 시작 시기로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을 소급 적용하여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모든 법적 행위를 행사할 예정이오니 상기 시설의 미 철거로 손해를 입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해 KT 동작지사의 강의규 지사장은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이 중요한 때에 지역 유선방송과 경쟁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거미줄 같이 얽혀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회선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 지사장은 이어 "관악지점의 경우 애초 계약과 달리 '목적외 사용'을 하고 있어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약속된 대로 규칙에 맞게 사용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냐"고 해명했다.

"전주대여 불허는 지역 영세 사업자 죽이려는 것"

KT쪽에서는 관악유선방송 측과 지난 98년 체결한 '유선방송 첨가전주 이용계약서'의 '대여계약 해지' 조건을 들면서 라인 철거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 KT는 "몇년 전부터 케이블 TV와 다수의 인터넷 회사들이 난립하면서 통신 전주에 케이블이 무분별하게 불법으로 시설하여 KT의 통신품질을 저하시킨다"며 통신전주에 설치된 타사의 케이블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이용계약서에 따르면 "방송사는 대여 받은 전주를 타인에게 대여할 수 없으며 중계유선방송 시설 첨가에만 사용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방송사가 대여 받은 전주를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재 대여 또는 재 사용하게 행위를 하였을 경우 대여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관악유선방송의 이동주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우리 방송은 KT와의 계약에 의해 사용료를 지불하고 관악구 관내의 통신 전주를 사용해 케이블 TV방송과 인터넷 사업을 했다"면서 "이제 와서 '목적 외 사용'이라며 라인을 철거하는 것은 관계 법령을 어기면서 까지 지역의 영세 사업자를 죽이려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34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KT)는 다른 통신사업자로부터 관로, 케이블, 전주 또는 전기통신 설비에 대한 공동 사용 할 것을 요청받을 경우 협정을 체결하여 공동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 대표는 이어 "98년 처음 계약했던 때와 달리 시대는 인터넷 시대로 급격하게 변화해 중계 유선 방송 시설로만 한정되어 있는 계약 내용을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면서 "전주 대여가 1년 단위로 되어 있는 만큼 재 계약할 때 이용계약서를 고치게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관악유선방송만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 인터넷 사업을 하려는 전국의 SO(종합유선방송국)들이 똑같은 문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 "KT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KT는 지난 9월 14일 하나로통신과의 '가입자선로 공동활용에 관한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건으로 3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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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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