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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과 교사들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청도 이서중고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재단과 교사들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청도 이서중고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경북 청도의 이서중·고등학교 재단측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무더기로 해임 등 중징계하자 교사들이 반발, 20여일 넘게 교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좀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청도 이서중·고의 비전교조 교사 27명이 '재단 퇴진'과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서 이서중·고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아래 박스기사>

청도 이서중·고 사태가 최근 불거진 것은 지난 4월 23일이었다. 당시 이서중·고 재단인 경도재단(이사장 서무현)은 전교조 소속 박정홍, 서옥란(이서중) 교사와 정영순(이서고) 교사 등 3명을 해임 통보하고, 또 다른 전교조 조합원인 신문숙, 임재홍, 김용수 교사에 대해서는 감봉 1, 2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경도재단 "학생선동, 학교 명예실추", 전교조 소속 6명 중징계

경도재단 측은 이들의 징계에 대해 "공무 이외의 집단 행위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어겼고, 각종 집회에 참석하면서 허위 사실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해 학생들을 선동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월 해임됐던 김은숙, 이선관 교사를 포함, 이서중·고의 전교조 소속 교사 8명은 전원 징계처분을 받게 됐다.

"재단 믿고 교단 지켰지만 부당한 학사개입 더 이상 못 참아"
4일, 침묵하던 '비' 전교조 교사 27명 "재단 퇴진" 주장



청도 이서중·고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재단측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던 전교조 소속 교사들 외에 비조합원 교사들이 '재단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서중·고 정상화를 추진하는 교사모임' 소속 27명의 교사들은 14일 오전 9시 교내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에게 보내는 성명에서 "이서중·고 교사들은 경도재단의 승인 과정에서 경도재단의 교육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교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재단의 승인을 반대하였다"면서 "이후 재단의 사과와 학사 불개입 약속 등 재단 측의 화해 제의에 교사들이 화해에 응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재단 승인 이후 경도재단의 계속되는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학사 개입과 교사 징계로 학사 운영이 파행에 이르렀다"면서 "지난 2년반 동안 교사간의 이간질, 저질스러운 유언비언 날조, 강요와 협박을 통한 서명 및 도용 등 부당한 학사개입으로 교권과 인권침해가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교사 3명의 해임과 3명의 감봉이라는 재단의 중징계는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처사"라면서 "재단의 중징계는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처사로 재단이 더 이상 학교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경도재단의 즉각 퇴진 ▲부당 해임교사의 복직과 중징계 철회 ▲강요와 협박에 의한 서명 및 도용된 서명 철회 ▲도교육청은 즉각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징계 이후, 전교조 소속 교사들 외에 비조합원인 교사들이 학교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이 현 재단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서 이서중·고 사태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어 전교조 소속 교사 전원 중징계

청도 이서중·고 사태는 지난 2000년 11월 구 재단에서 현 재단으로 재단 변경 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의 갈등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전교조 소속 교사 등은 "현 재단측이 구 재단 이사장인 손아무개씨의 부채인수를 조건으로 23억 5천만원으로 학교법인을 매수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반발했다.

또한 공식적인 변경 승인일자(2001년 1월 9일)에 앞서 현 재단측 인사들이 학교에 들어와 교장과 교감을 비롯해 부장교사들을 전원 보직해임하는 등 학사업무에 직접 개입하게 되자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전교조측 관계자는 "현 재단이 공식적인 재단 변경승인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학교 인사에 개입하는가 하면 재단 이사장의 친인척들이 학교 행정실을 찾아 업무를 방해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 재단은 청도교육청 등 관계기관의 시정 건의를 수용, 원상복귀시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교사들의 '재단 불법승인 반대' 운동은 잦아들지 않았고, 이듬해인 2001년 2월 15일에는 이사장의 장남인 서아무개(현 재단 기획실장)씨가 정아무개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불법적인 재단 변경" 반발...폭행사건으로 비화되기도

징계를 받은 전교조 교사들은 지난달 부터 20여일 넘게 교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징계를 받은 전교조 교사들은 지난달 부터 20여일 넘게 교내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 폭행사건은 이후 양측의 합의로 겉으로는 무마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같은 해 6월 재단측은 학부모 탄원을 문제삼아 정 교사를 직위해제시켜 '보복성' 징계라는 논란이 일었다.

전교조측은 "학부모 탄원을 빌미삼아 재단승인 반대운동을 이끌어오던 정 교사에 과도한 징계를 내리는 등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던 징계였다"면서 "정 교사는 당시 경력 20년의 수학과 교사로서 주위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던 교사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정 교사의 징계에 대해 재단측 관계자는 "보복성 인사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학교 행사에 참석하라는 학교장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등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징계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뒤로 하고 정 교사는 끝내 사직서를 제출한다. 전교조측 한 교사는 "정 교사가 직위해제된 이후에도 재단측이 '행동지침서'를 만들어 정 교사의 행동을 제약하며 인격을 무시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며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한 정 교사가 사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단 승인 반대 주장하던 교사, 수위실로 발령

당시 정문 경비실로 발령을 내린 재단측은 별도의 '행동지침서'를 만들어 정 교사에게 준수하도록 했다. 이 행동지침서에는 '지금부터 교사의 신분이 아니므로 교사 및 학생과 접촉을 일체하지 말 것', '임시 공휴일 및 방학기간에도 계속 근무 명령', '본인의 의사는 교감 선생님에게만 전할 것' 등 모두 9가지의 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 교사의 사직은 이후 전교조 교사들을 휩쓸 '폭풍'을 예고하는 '서막'에 불과했다. 정 교사의 사직 이후 전교조측 교사들은 정 교사의 직위해제 등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재단측과 맞섰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정 교사의 직위해제 한 달여 후인 지난 2001년 7월 전교조 이서중·고 전 분회장인 이선관 교사와 김은숙 교사 등 2명이 담임직을 박탈 당하는 등 직위해제되고, 결국 이듬해인 2002년 1월 재단측으로부터 해임 당했다. 또 다시 재단측이 교사들의 반발을 촉발시킨 셈이 됐다.

해임 당한 이 교사와 김 교사 등은 이에 불복하고 1인 시위를 여는 등 징계에 대한 부당성을 끈질기게 주장했다. 이에 다른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동참하고, 전교조 경북지부가 "재단측의 전교조 탄압"이라며 항의 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나머지 전교조 교사들을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재단측은 3번째 징계 수순을 밟게 된다. 이어 지난달 23일 나머지 전교조 교사 전원에게 해임과 감봉 등 징계를 결정, 최종 통보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징계를 통보받은 이서중·고 전교조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20여일 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지부장 배용한)는 이러한 중징계가 결국 전교조 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인식, 소속 타 학교 교사들이 연일 농성장을 찾으며 이들의 항의에 동참하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 "재단이 전교조 활동 탄압"

전교조 경북지부 배용한 지부장은 "불법적인 재단인수 과정에 대해 정당하게 부당함을 주장하는 전교조 교사들을 다른 교사들과 소외시키며 각종 불이익과 함께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결국 전교조 활동에 대해 탄압을 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부에서는 재단측이 '과도한' 징계를 해 사태가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서고등학교 이제환 교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당해 여러 차례 경고를 했지만 수습이 되지 않아 재단의 징계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중징계만은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해임 등 중징계로 처리돼 안타깝다. 하지만 재단측의 업무인 이상 교장으로서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도 "도교육청에서도 여러 차례 중재를 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면서 "하지만 교사측과 재단측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져 쉽게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번에 재단측이 다시 중징계를 내림으로써 이서중·고 사태가 더욱 악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장기 농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서중·고 사태의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월 이선관, 김은숙 교사들에 대한 해임된 것과 관련, 이에 불응한 해당 교사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복직 판정을 받았지만, 재단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복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단측, 중노위 복직판정 '불복'...'강경' 입장

재단측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행동으로 재단과 학교가 심각한 피해를 봤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잘못이 없으니 복직과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만약 징계에 불만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면 되고 재단으로서도 징계를 철회할 계획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독기관인 교육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재단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육청 책임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6일 전교조 경북지부는 성명을 통해 "도승희 도교육감이 재단 승인 후에도 끊임없이 재단 측의 논리를 동원하여 교권을 탄압하는 재단의 횡포에 눈을 감고 오히려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도의회 임시회에 참석한 도 교육감이 재단이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왜곡된 정보를 그대로 인용해 발언함으로써 도 교육감이 재단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일반의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했다"면서 "도 교육감은 애초 이서중·고의 이사 승인 변경이 문제가 됐을 때 전교조와 이서중·고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서중·고 이사 변경을 승인해 오늘의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도교육청 관계자는 "승인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의 사립학교법으로서는 교육청이 사립재단에 교사의 임면과 관련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면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이 문제를 교육청이 풀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자체가 빨리 개정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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