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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사고차량이 이송된 월배차량기지에서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다 오열하고 있다.
지난 2월 19일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사고차량이 이송된 월배차량기지에서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다 오열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 세대들까지 '사고공화국' 국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하고, 그 반성을 위해서는 사소한 사실들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정말 반성했는가, 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할 때이다. 반성의 전제인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 요약

가. 현장훼손 경위

화재가 대부분 진화된 2. 18. 17:00경 조해녕 대구시장이 불 탄 전동차를 옮기자고 했고, 윤진태 전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전동차가 옮겨지면 곧바로 중앙로역 지하3층 승강장과 선로의 잔재물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윤 전사장은 2. 28. 18:00경 대구시장으로부터 '군에서 병력을 지원하여 준다고 하니 군과 사의해 처리하라'는 말을 듣고 김욱영 지하철공사 시설부장에게 2. 19. 오전에 병력 지원 받아 청소작업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2. 19. 09:00경과 10:00경 김 전 부장 등 지하철공사 직원들이 현장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의경들이 감식을 이유로 제지하여 들어가지 못했다. 같은날 10:00경 윤진태 전사장은 경찰로부터 승낙을 받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음에도 대구시장에게 "경찰로부터 유류품수거가 끝나 현장을 청소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11:30경 시설부장이 안전점검을 한다며 안전점검팀 5명과 함께 현장으로 들어가고, 곧이어 시설사업소장 신모씨가 청소작업팀 20명과 함께 지하3층으로 들어가 군인들을 기다렸다. 이때 경찰관들은 청소작업팀도 안전점검에 필요한 인원으로 오인 출입을 허용했다.

13:30경 인솔 중대장이 저지하는 의경들에게 "상부에서 얘기가 되었다"며 의경들을 밀어 제치고 병력 2백명과 함께 현장으로 들어가 지하철공사 직원들과 합류했다. 이들은 17:00경까지 잔재물을 504개의 마대포대에 담아 청소하고, 지하철공사 직원들이 2. 21. 00:30경 안심기지창으로 옮겼다.

작업 중이던 2. 10. 14:00경 조 시장과 윤 전사장은 유족들로부터 정소작업 중단을 요청받고도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2. 25. 유족들의 항의로 마대포대 내의 잔재물을 감식하여 손목, 발목 등 사체일부 14점과 주민등록증 휴대폰 등 유류품 147점을 수거했다.


나. 관련자 형사책임

증거인멸 혐의로 윤진태 전 사장은 불구속 기소, 김욱영 전 시설부장은 구속기소.

조해녕 대구시장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청소중단 요청을 받고도 중단시키지 않은 점은 인정됨. 윤진태 전 사장으로부터 청소예정 보고는 받았으나 지시한 사실은 없고, 윤진태 전사장로부터 경찰에서 유류품 수거가 끝나 청소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보고받아 현장에 유류품이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범행을 부인. 윤진태와 공모 사실 및 범의 인정할 뚜렷한 증거 없어 혐의없음 결정.


다. 관련의혹

경찰은 지하철공사 직원은 안전점검하는 줄 알고 출입을 허용했고, 군병력은 강제로 밀치고 들어갔으며, 군인들이 마대포대와 빗자루 등을 지참했지만 안전점검을 위한 부수적인 작업에 필요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고, 세차례 지상으로 올라와 쉬는 것을 보고도 청소작업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음. 형사책임 인정키 곤란.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전 사후에 보고받거나, 대구시장 도는 지하철관계자로부터 어떠한 요청을 받은 일 없어 현장청소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알고도 묵인한 것은 아님.


대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는 예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점 의혹 없이" 등 수사(修辭)로 시작했지만, 언론으로부터 '면죄부만 준 꼴'이니 '태산명동 서일필'이니 하는 비난을 받고 여러 점 의혹만 남긴 채 끝났다.

아무리 대형참사라 하더라도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검찰의 냉정한 판단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일반인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규명해 내야 한다. 이점에서 현장훼손 부분에 관한 수사결과 발표는 미진한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다. 희생자대책위도 조만간 항고할 계획이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2월 19일 중앙로역 지하 3층과 선로에 있는 잔류물을 군인 200명이 청소했다. 잔류물은 마대자루에 담겨져 안심기지창에 쌓아 두었다. 23일에는 중앙로역 선로에서 유류품이 발견되고 25일에는 안심기지창의 마대자루에서 손목 등 사체일부 14점과 유류품 147점이 발견됐다.

당시 수습된 시신 수와 실종신고자의 수가 크게 차이나고,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이 힘들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던 터라 실종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분노했다. 바로 현장훼손 책임론이 들끓었고, 언론에서는 대구시, 지하철 공사, 경찰, 검찰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실종자 대책위는 3월 12일 조해녕 대구시장과 윤진태 전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고소했다. 현장훼손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대구지검에서 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자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3월 19일 강금실 법무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대검찰청은 대구지하철화재사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 수사에 착수했다.

4월 23일 검찰의 최종 수사 발표에 따르면 조 시장은 현장 청소를 지시한 사실도 없고 현장에 유류품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윤 전사장은 독단적으로 청소를 결심하고 시장에게 허위보고까지 해가며 군 병력을 동원해서 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또 군은 제지하는 경찰을 밀치고 들어가 청소를 했고, 검·경은 청소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해녕 시장은 청소를 지시하지 않았다?

조 시장이 "잔류물 청소를 하라"고 특정해서 지시하지는 않았다손 치더라도 '빨리 현장을 복구하라'는 포괄적인 지시에는 현장청소 지시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마대자루 500여 개 분량이나 되는 잔류물이 널려 있는 현장을 청소하지 않고 안전진단과 복구공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사건초기부터 조속한 복구에 지나치게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2월 18일 오후 3시쯤 불도 다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 시장은 전동차 이동문제를 상의했다는 증언도 있다.

사고 다음날 열린 통합방위협의회 회의서류에도 '현장정리 22일까지…잔재물 처리, 역구내 청소'라고 명기돼 있다. 그리고 '2. 19 ∼ 3. 6 안전진단, 3. 31 가복구, 4. 15 완전복구'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실제로 청소 다음날부터 긴급안전점검과 복구공사가 진행됐고, 23일 승객 유류품이 역구내에서 발견된 이후 복구공사가 중단됐다.

대구지방경찰청장은 검찰에서 18일 밤 전동차를 옮긴 뒤 조 시장으로부터 현장 유류품 수색을 요청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시경 수사과장은 경찰 23명을 데리고 수색했고, 중부경찰서장은 소방관, 경찰 100명과 함께 현장을 수색했으나 유류품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 시장은 현장훼손 문제가 불거지자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 대표 등에게 '수사기관으로부터 승낙을 받아 현장 청소를 했다'고 말했으나, 검찰 수사에서는 '윤진태 전 사장으로부터 그렇게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만약 조 시장의 처음 발언이 진실이라면 18일 밤의 수색 결과를 통보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시장의 요청을 받고 유류품 수색을 한 경찰이 수색을 요청한 시장에게 결과를 통보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된다. 게다가 경찰은 지하철공사 사장에게도 이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는데 윤 전사장은 시장에게 허위보고를 하고 현장을 청소했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다.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실종자가족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실종자가족 ⓒ 김광재
상부에서 다 얘기된 일?

경찰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18일 밤 유류품을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더 많은 장비와 인력, 더 밝은 조명을 동원해 재수색을 했어야 마땅하다. 군인 200명이 마대자루에 쓸어 담는데도 3시간 30분이 걸릴 정도의 양이라면 유류품이 섞여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일일이 확인하고 자루에 담는다면 몇 배의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경찰은 재수색을 위해 대구시장의 복구 프로그램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그러나 청소가 진행 중이던 19일 오후4시에 열린 통합방위협의회에서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청소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장보존의 최종책임을 지고 있는 대구지검장도 마찬가지였다.

또 '경찰은 군인들이 마대포대와 빗자루 등을 지참했지만 안전점검을 위한 부수적인 작업에 필요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고, 세 차례 지상으로 올라와 쉬는 것을 보고도 청소작업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검찰의 발표도 믿기 어렵다.

여기서 대구시, 지하철공사, 경찰, 검찰간에 현장청소에 대한 최소한 묵시적 동의는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장에 유류품이 있을 가능성을 인식한 조 시장은 경찰에 수색을 요청했고 경찰은 건성으로 수색한 뒤 유류품이 없다고 대구시 측에 통보했으며, 이에 따라 시는 군병력을 동원해 청소를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당시 현장경비를 하고 있던 김모 방범순찰대장은 19일 오전9시쯤 50사단장 등 군 관계자들이 현장에 내려가려는 것을 감식이 끝나지 않았다며 제지하자, 안내하던 대구시 관계자가 '시장이 전날밤 상부와 상의하여 모든 것이 다 결정된 사안'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진술했다. 또 군병력이 현장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은 중부경찰서 경비과장은 그저 "알았다"고만 하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인솔장교가 군상급자와 대구시, 경찰 지하철관계자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음에도 의경들이 잘 모르고 출입을 제지하는 것으로 판단해 제지하는 의경을 밀치고 들어갔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자 50사단이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50사단은 "당시 군 병력이 지하철공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 도착, 인솔장교가 '잔해를 치우러 왔다'고 의경들에게 먼저 밝히자 이들이 스스로 길을 열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솔장교가 검찰에서 이 사실을 확인해 주었는데도 이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한데 대해 유감"이라며, 대검에 이 부분을 재차 확인해 회신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답이 없다고 한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당시 관계자들 대부분이 '현장청소는 상부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그 모든 것이 윤 전사장 한사람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이 된다.

조 시장이 유족들로부터 항의 받은 사실을 부인한 이유?

조 시장이 유류품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장을 청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유족들로부터 현장청소에 대해 항의를 받고도 청소를 강행했다면 그때부터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사망자 수조차 확인이 안되고 실종자 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방을 동동 구르고 있던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조 시장은 19일 오후2시쯤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청소를 중지하라는 항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검찰에서 강력히 부인했다. 윤석기 희생자대책위원장은 "대질심문에서 조 시장은 '유족들이 순수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유족 일곱명이 짜고 나를 궁지로 몬다'는 말까지 했다"며 분개했다.

또 유족들은 "항의할 당시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윤 전사장과 강재섭, 백승홍 국회의원도 하나같이 그 사실을 부인했다"고 주장한다.

유족들은 "강의원 비서관으로부터 '그 자리에 조시장은 없었다. 그 당시 청소, 병력 문제를 논할 자리가 아니었다'란 답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유족들은 "백 의원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당시 사진을 보여주자 '끝날 때쯤 잠시 들어간 것이라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 시장은 마지막 대질심문 때 2월 9일 당시 상황을 녹화한 방송국 비디오 테잎을 보고 나서야 항의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조 시장이 말대로 테잎을 보기 전까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항의 받고도 청소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부인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검팀이 구성되기 전 대구지검에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
대검팀이 구성되기 전 대구지검에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 ⓒ 김광재
어쨌든 검찰은 항의를 받고도 청소를 중단시키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증거인멸 혐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언론에서는 '큰 고기는 빠져나가고' 식의 비난이 있었지만, 인권수호 기관인 검찰로서는 밝혀진 사실을 근거로 무혐의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아쉬운 점은 처벌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다. 이 사건은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큰 참사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아니어서 특검이나 국정조사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밝혀내지 않으면 진실은 묻힌다. 단지 책임자들의 형사처벌이라는 목적만 가지고 임할 것이 아니라, 진실규명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또 이번 사건의 과정에서 "지난 일에 대한 사람들의 질책은 두렵지 않다. 진정 두려운 것은 이번 참사를 통해서도 우리가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라며 당당히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려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정말 반성하고 있는가? 진상을 밝히지 않고 하는 반성은 위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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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에서 사회부 문화부 편집부 등을 거쳤습니다.오마이뉴스 대구/경북지역 운영위원회의 제안으로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대구경북지역 뉴스를 취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마이 뉴스가 이 지역에서도 인정받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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