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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L교수의 해임을 요구하며 서울대의대병원 노조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희롱 L교수의 해임을 요구하며 서울대의대병원 노조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L 교수는 상습적인 성희롱을 한 혐의로 지난 4월초 서울대 병원 의사직에서 겸직해제(서울대학교 의대 교수직은 유지)된 인물. 그러나 L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 일부는 지난 21일 자신들의 치료를 위해 L 교수를 복직시키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24일에는 서울대 정문 앞에서 시위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병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일부 환자들이 L교수 복직 탄원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병원 노조는 "(L 교수의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자택으로 (L교수의 복직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해달라는 우편물이 도착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신상정보가 누출된 것이 아니냐는 항의전화를 해왔다"며 환자들에 대한 신상 정보가 누출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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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환자 주소는 병원만 알 수 있어

이에 관해 한 병원 관계자는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노조뿐 아니라, 진료부장, 부원장실 등에 15건 정도 접수된 걸로 알고 있다"며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환자들의 항의가 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한편 서울대학교 병원측은 "환자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고, 병원 차원에서 조사할 계획도 없다. 비뇨기과 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 측이 L 교수를 구명하기 위해 환자 정보를 누출하고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원서의 발신자로 기재되어 있는 5인 중 1명인 원 아무개 씨는 "그 문제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괜히 내 이름이 나가서 골치아프다"며 주소를 입수한 경로를 밝히지 않았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발신인 중 또 다른 한 명인 민 아무개씨는 "환자들끼리 병원에서 만나 상의했고, 서로 알음알음으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래 환자들의 자택에까지 탄원서가 전달된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탄원서를 자택에서 받았다고 병원에 항의한 환자 중 다수가 외래 환자이다. 외래 환자들은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이다. 평소에 환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거나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비뇨기과의 특성상 환자들이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들은 "(탄원서의 존재를 알고 있지 않았던) 외래 환자들의 자택에까지 탄원서가 전달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병원이 가지고 있는 환자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에 비뇨기과의 환자 정보가 유출되었다면 이는 정말 큰일이다.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비뇨기과의 특성상 환자 본인이 입을 피해는 엄청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의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환자 주소를 빼내기는 어렵지 않다. 가서 차트를 일일이 뒤져서 확인하면 된다. 외부인이라면 약간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내부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건처리 과정에서도 잡음 많아

이외에도 L 교수의 성희롱 사건 처리 과정에는 잡음이 많다. 노동조합 측은 "현장검증 과정에서 피해자나 간호사들은 일절 배제된 채 전공의들과 교수 윤리위원회 소속 교수들만이 배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이 진행되었다. 상식적인 현장검증 절차에 비추어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의사직에서 겸직해제된 L 교수가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몇몇 외래환자들을 계속 진료하고 있다. 의사면허는 그대로 있으니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반성하는 행동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L 교수가 진료하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도 나오고 있지만 병원 측은 L 교수의 진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환자 진료에는 차질 없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환자들의 진료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L 교수 해임으로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빛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대 병원에서는 L 교수를 대신해 3명의 의사가 환자들을 대신 진료하고 있다. 이들 3인은 모두 L 교수와 마찬가지로 비뇨기과의 oncology(종양학)을 전공한 의사들이다.

병원측은 "환자 입장에서 처음 진료를 받았던 의사에게 계속 진료받고 수술받고 하는 편이 훨씬 신뢰감이 있겠지만, 이 정도의 대체진료는 담당 의사의 출장시나 퇴임시에도 행해지는 일이고, 일상적인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병원 노동조합측은 "언론에 보도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환자들의 생명권과 간호사들의 노동권이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간호사들이 사소한 일 하나 못참고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대체 진료가 원활한 점이나 명단 유출 의혹 등을 생각할 때 이러한 대립 구도는 허구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환자들의 불안감은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문제이지만, 성희롱이 범죄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환자들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서라도 분명한 범죄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병원 의사직 겸임해제와는 별도로, L 교수의 교수 품위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교수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조사해왔다. 그 결과 지난 30일 교수윤리위원회는 L 교수에 대한 징계를 본부측에 건의했으며, 대학 본부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L 교수에 대한 징계의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 건의는 교수윤리위원회가 일반적으로 내릴 수 있는 시정권고나 경고 등 보다 훨씬 강한,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결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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