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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초 교장실
보성초 교장실 ⓒ 심규상
두 교사는 예산 보성초등학교 교장의 자살 이후 유가족에게 '공갈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하고 학부모들로부터 퇴출 요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정모 교사는 죄가 있다면 "진 교사의 질문에 가끔 답해 준 것뿐"이고 최모 교사는 "진 교사의 하소연을 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사는 또 "교감이 올린 인터넷 게시글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서 교장이 교감을 불러 '교감선생님 가서 삭제해!'라고 지시했으며, 또 '나와 교감이 연명으로 사과하려 했는데 교감선생이 할 수 없다고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었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두 교사는 자신들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도운 사실을 교감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을 이번 사태에 이상하게 연루시켜 갈등을 부추기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 교장의 장례식이 열린 지난 8일 저녁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에서 두 교사를 만나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과 심경을 들어보았다.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이어진 인터뷰의 말미에 두 교사는 몇 번씩 기자에게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거냐"고 반문하며 흐느꼈다.

- 언제부터 보성초등학교에 근무했나.
(정)"교직에 몸담은 지는 15년째 됐다. 작년에 보성초로 와 1년 1개월 됐다. 작년에는 2학년 담임을 맡았고 올해는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최)"작년 3월에 왔고 교직에 몸담은 지 13년 됐다. 작년에는 1학년 담임을 올해는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 진 교사를 만난 건 언제인가.
(정, 최)"첫 만남은 진 교사가 첫 부임한 지난달 3일이다. 첫 인상이 밝고 참 명랑해 보였다."

- 이번 건과 관련해 진 교사로 부터 들은 얘기는 뭔가. 먼저 차 접대 건과 교권침해 건에 대해 들은 게 있나.
(정)"진 선생이 3월 첫째 주는 참 열심히 다녔다. 거의 밝은 모습만 봤다. 그런데 두번째 주는 날짜별로 달라 보였다. 그러던 중 지난 달 15일이었던 것 같다. 같이 문방구에 가서 물품을 사는데 '선생님 교실에도 교장,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세요?' 하고 물어왔다. '아니'하고 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 답변은 너무 의례적이고 상투적이었다. '처음이라서 그럴 거야. 잘 될 거야'했고 더 자세한 얘기는 하지 못했다. (정 교사는 이때 자신이 너무 상투적인 답변으로 대신한 것에 대해 자신을 원망하며 흐느껴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18일과 19일 진 선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 교실에 왜 자꾸 들어오시는 거예요?"

(최)"날짜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진 선생 담임반이 옆 교실이어서 진 선생이 궁금한 점을 자주 물어왔다. 어느 날인가 진 교사가 '교감선생님이 교장선생님 매일 차 타다 드리라고 하신다'며 '다른 선생님들도 차 탔냐?'고 물어 '그런 적 없다'고만 말해 주었다. 당시 '교장선생님이 윗 사람이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전교조'라고 했다는 말도 들었지만 '기간제 교사는 가입 못할 걸요'하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진 교사가 또 찾아와 '캐비넷에 차가 없는데 차도 가서 사와야 하나요. 어떤 종류로 사야 하나요?'하고 물어왔다. 행정실장께 품위요구서를 올리면 된다고 말해줬다. 그 후 행정실장이 대추차, 녹차 등을 한 보따리 사오는 것을 봤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진 교사 수업시간에 들어가는 것은 옆 교실이라 직접 봤다. 많게는 교장, 교감 선생님이 번갈아가며 하루 3차례나 들어가시는 것도 봤다. 어느 날인가는 진 선생이 맡고 있는 3학년 학생이 우리 교실로 찾아와 '우리 교실에 왜 교장, 교감 선생님이 왜 자꾸 들어오시는 거예요?'하고 물은 적도 있다."

- 고 서 교장과 교감은 수업장학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최)"학생이 찾아와 왜 들어오냐고 물은 것은 아이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수업장학을 하기 전 사전에 교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수업 참관이유를 말해주도록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이유를 말한 적 없다. 더구나 진 교사는 교장, 교감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사사건건 혼내고 겁을 줘 몸서리가 쳤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 진 교사의 사직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있나.
(정)"우연찮게 사표처리 과정을 다봤다. 속 상하게도…. 지난 달 20일 아침, 진 선생이 초췌한 모습으로 와 곧장 교감 자리로 갔다. 교감이 '좀 어떤가'했고 진 선생이 '괜찮습니다'하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사직서였다. 교감이 '이왕 시작한 건데 좀더 해보지 그래'했고 진 선생이 '마음 정했습니다'하니 교감 선생님이 교장실 쪽을 가리키며 '교장실로 가지'했다. 순간 만류하지도 않고 이렇게 쉽게 끝내는 것은 어른의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료 교사에게 '좀 말려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이 잘 알아서 하시겠지' 생각하고 수업하러 갔다.

점심시간에 진 교사에게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대답 대신 칠십 몇만원이 써 있는 쪽지를 보여주며 '남은 금액 반납해야 한대요'라고 했다. 이미 사직처리가 된 것이었다. 이날 오후 교감 선생님이 진 교사가 그만뒀다고 발표했고 후임자도 결정됐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처리됐고 당일 일사천리로 후임자까지 결정한 거다.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어떻게 하루만에 이럴 수 있을까'고 생각했다."

(최)"이날 진 교사가 들고 있던 77만원인가 반납하라는 메모지를 봤다. 진 선생이 '다른 분(후임)이 오시면 자신이 겪었던 고충을 똑같이 겪을텐데 너무 괴롭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공식적인 인사 자리조차 없어 그렇게 헤어졌다."

"사실 아니다" 지적에 "교감 선생님 가서 삭제 해!"

- 이후 학교 내에서의 진행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정)"20일 당일 오후 군 교육청 장학사가 학교로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미 사직서를 내기 전(19일)에 진 선생이 교육인적자원부 인터넷에 글을 올렸고 이 때문에 조사를 나온 것 같다. 21일에는 전교조 예산지회장이 진상조사차 다녀 갔다. 24일에는 전교조 충남지부에서 두 분이 다녀갔다. 하지만 진 선생 일로 오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돼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25일 오후 교장선생님이 나와 최 선생 그리고 유치원 선생을 교장실로 불렀다. 교장선생님이 노력하고 있고 얘기도 잘 되고 있다며 '학교 안에서 문제 있는 것을 밖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도와 달라'고 했다. 진 선생에게는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때문에 이 일과 관련 그 전에도 그랬지만 이 후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27일 점심시간에 나와 최 선생이 있는 자리에 교장선생님이 지나다 들러서 '장학사도 만나 얘기 다했어. 진 선생도 다시 우리 학교 오고 싶다네'했다. 희망적으로 일이 해결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에 교감 선생님이 진 교사 주장에 대해 인터넷에 답글을 달았다. 요지는 차 접대 강요와 교권침해는 없었다는 것과 사직 만류 많이 했다는 두 가지였다.

28일 방과 후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내가 진 선생에게 들은 내용과 직접 본 사직처리 과정에 대해 정리한 글을 보여 드리며 '교감 선생님 답 글은 사실이 아니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교장 선생님이 최 교사와 교감선생님을 부르셨고 '교감 선생님! 가서 삭제해-. 행정실장 글하고'하고 지시했다. 이때 교장선생님께서 '(전교조에서 요구한) 연명사과를 하려고 하는데 교감선생이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할 수 없다고 해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잘 해결되겠지 하고 그냥 나왔다."

서 교장, "사과하려고 하는데 교감선생이 할 수 없다고 해 어렵다"

- 당시 교감의 답 글을 삭제했는데 이게 왜 논란이 된 건가.
(정)"29일 교감선생님이 직원조회 시간에 진 선생이 4월 1일 복직되어 학교로 다시 온다고 알리고 '그러나 진실은 법정에 가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학교측의 첫 공식발표였던 셈이다. 이날 인터넷을 보니 삭제했다는 교감의 답글이 다시 올려져 있었다. 망연자실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28일자로 진 선생을 복직시키라는 공문까지 내려 왔는데 왜 교감이 29일 이렇게 말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4월 1일 진 선생이 복직됐고 참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 (서 교장의 메모에는) 31일 교감에게 대들었다고 기록돼 있는데.
(최)"이미 밝혔듯이 이 건과는 무관하다. 월말이라 이날 오후 공과금과 아이들 학원비를 내기 위해 교감선생님께 조퇴신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다. 그 동안 어디에서도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어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고 '조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고충처리위원회에 물어보겠다'고 했다.

이날 나는 아이 학원에 들린 후 학원 앞에 있는 군 교육청 앞에서 충남지부 분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어 들렀다. 정 선생님은 안과 진료 후 참석했다고 했다. 전교조충남지부 관계자가 보성초 건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해 보고들은 내용만 말했다. 이때 절대 학교를 성토하는 말은 없었고 사견으로 얘기한 것은 '교장보다는 교감선생님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이게 전부다. 이는 당시 교육청에서도 나와 있었으니 잘 알 것이다."

"교장단 회의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궁금..."

- 진 교사 복직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나.
지난 8일 열린 고 서교장의 영결식장
지난 8일 열린 고 서교장의 영결식장 ⓒ 심규상
(정)"4월 2일 학교 교직원들간 배구하고 학교 식당에서 다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교장선생님은 이날 오후 4시 열린 초중등 교장단회의에 참석한 후 오후 7시쯤 오셨다. 그런데 얼굴이 발갛게 상기돼 있었고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아주 힘들어 할 때의 표정이었다. 밥도 별로 못 드셨다. 후에 남자분들끼리 찻집을 갔는데 거기서도 내내 아무 말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교장단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 돌아가신 건 언제 알았나.
(정)"4일 오전 10시쯤 들었다. 듣는 순간 참 막막했고 지금도 그렇다. 진 선생 또한 놀라서 이날 밥도 먹지 못하고 내내 아무 일도 못했다. 하지만 이날 문상을 가기 전까지는 우리가 교장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한 사람으로 몰리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언제 자살사건에 연루돼 회자 되는 것을 알았나.
(정)"4일 오후 3시께 문상을 갔다. 그런데 조리사님이 뛰어오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진 선생은 문상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빈소 분위기를 둘러보니 진 선생을 비롯 최 선생과 내가 이미 '죽일 년'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이날 저녁 진 선생과 전교조 등 조문거부 소식 등 뉴스를 봤고 밤새 잠을 잘 수 없었다."

- 4일 이후 학교상황을 말해 달라.
(정)"일요일인 5일에는 상황이 더 심상치 않았다. 그러던 중 5일 오후 6일 오전 9시까지 전 직원 모이라는 연락이 왔다. 다음 날인 6일, 모두 6명밖에 모이지 않았고 10시께 회의를 했다. 교감선생님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우리에게 빈소 일을 도우라고 했다. 저희가 갈 분위기냐고 반문했고 교감은 웃으면서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했다.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이때 정말 교감선생님이 교직원 위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걸 알았다. 오후에는 유족들이 '참교육이 뭔지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겠다'는 협박 전화가 왔다.

그리고 7일 1교시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학부모들이 교실로 들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막막했다. 교무실에 가니 학부모회장님이 '이제 시간이 많으니 (학교를 나가서) 교장 교감을 죽이는 전교조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이날 몰려든 수십명의 방송, 신문기자들에게 아귀가 아플 정도로 얘기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뉴스를 보고는 진짜 너무들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차라리 말을 시키지나 말든지…."

"밝혀질 때까지 제발 시간을 달라"

고 서교장이 사용하던 교장실 전경
고 서교장이 사용하던 교장실 전경 ⓒ 심규상
- 이번 일에 전교조 충남지부 대응이 과도했다고 생각하나.
(정)"지부가 요구한 것은 진 선생 원상복직, 접대 기구관리조항 삭제, 교장과 교감 서면사과 세 가지였다. 과도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사태 해결을 위해 교장선생님 외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교장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던 동료 교장들이 죽음을 다시 이용하고 있다. 전교조가 다른 이유로 그 피해자가 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교조에 전화 한 통 안했던 분들이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전교조와 갈등이 사인이라고 어떻게 단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 내일(9일)도 출근할 건가.
(정)"교직에 너무 만족한다. 애들이 너무 좋다. 교직이 천직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 왔다. 아이들을 빼앗아가더라도 사실관계가 가려진 뒤에 빼앗으면 되지 않나. 지금 무슨 결론이 났나. 제발 밝혀질 때까지 시간을 달라. 꼭 아이들 보는 교문 앞에 우리 이름을 새겨 간접살인마라고 써붙여야 했나.(흐느낌) 내일도 모레도 학교에 가겠다."

(최) "지금까지 말한 게 이번 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다. 왜 어른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의해 아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나. 왜 부모님들을 내세워 전교조와 우리들을 살인마로 만들고 상처 주나. 우리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두 교사는 인터뷰를 마친 9일도 학부모들의 출근저지와 아이들의 등교거부로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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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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