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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상인들이 삭발하랴?"
"오죽하면 상인들이 삭발하랴?" ⓒ 김용한
"대구시가 특정업체에 불법 특혜를 줌으로써 시민과 상인들의 공공의 재산을 잘못 관리하는 셈이 아닌가. 상인들이 급기야 삭발식을 거행하게 된 배경에는 대구시의 부패 무능 행정이 한몫을 한 것이기에 참담하기 그지 없다."

지난 27일 대구 날씨는 이른 아침부터 진눈깨비와 간간이 내리는 빗방울로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방문한다는 소식 때문인지 '대구. 경북지방분권 토론회'가 개최되는 대구전시컨벤션센터(5F) 주변에는 비옷을 입은 경찰들이 분주하게 교통정리를 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고, 노 당선자를 의전 경호하는 담당자들이 행사장 안팎을 지키느라 분주한 모습 속에 있었다.

또 노 당선자의 대구 방문에 맞춰 행사장 주변에는 최근 지역 현안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앙지하상가 상인들의 집단시위와 일부 간부들의 삭발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삭발에 나선 정당위원, 언론인, 시민대표 등을 포함한 각계 대표 5명은 "머리를 깎음으로서 대구시가 좀더 투명한 행정과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삭발식을 통해 대구시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듯 했다. 또, 당선 후 대구를 처음 찾는 노 당선자에게 대구의 민심을 알리고, 최근 대구의 토착비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내려는 상인들의 모습인듯 했다.

중앙지하상가 문제는 지역 현안의 커다란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이나, 지역언론으로부터조차 외면받았던 부분이고 오랫동안 감춰지고 왜곡되었던 부분이다.

"부패. 비호세력은 말끔히 빗자루로..."
"부패. 비호세력은 말끔히 빗자루로..." ⓒ 김용한
'화요진단'이라는 한 지역방송의 프로그램이 '민간투자법이 과연 적법하게 이루어졌는가, 지하상가가 민투법 대상인가, 특혜 의혹은 없는가' 등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 지하상가 상인. 시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킨 바 있다.

중앙지하상가 문제는 아직도 지역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 현안 문제이지만 복잡하게 얽인 문제들로 상가와 대구시와의 갈등, 상가와 D실업과의 불협화음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상인들은 노 당선자를 겨냥한 듯 '무능. 무책임하고 부패한 대구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운 채 빗방울이 내리붓는 주차장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현장에는 상인들을 제외한 삼성 해고자들의 피켓 시위, 군 의문사 관련 유가족들의 참석 등으로 그야말로 민(民)의 신문고 현장이 되어버린 듯 했다.

의문사 유가족이 끌려가고 있다
의문사 유가족이 끌려가고 있다 ⓒ 한상훈
검은 천으로 '대구의 썩은 특혜의혹(?), 부패행정'이라고 적은 글귀도 이색적인 모습이었지만, 대구의 낡은 행정을 깨끗하게 청산해내자는 의미의 빗자루 시위도 눈길을 끌었다.

시위 현장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경찰 경호팀들의 움직임이었다. 의문사 가족들의 돌발적인 행동을 염려했는지, 일찍부터 순찰차를 대기시킨 채 유가족들의 귀가를 종용하였고, 일부 의문사 가족 중의 한 사람은 사지가 들린 채 불법연행(?)되는 사례가 발생하여 과잉경호라는 일부 시민들의 비난 목소리도 쏟아졌다.

좌: 한겹이 우: 세겹으로
좌: 한겹이 우: 세겹으로 ⓒ 김용한
게다가, 시위가 한창 벌어지는 현장에 경찰병력 3개 중대 가량이 집중하여 상인들을 에워싼 채, 노 당선자가 정문 아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소식에 상인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낀 채 시위현장을 떠났다.

신영섭 회장(중앙지하상가 비상대책위)은 "노 당선자가 그 정도밖에 안되는가에 대해 실망이 크며, 유감스럽다"고 일축하면서 "나는 적어도 노 당선자가 우리가 있는 곳에 와서 손이라도 흔들어 주고 갈 줄 알았는데 권력을 잡으니깐 노 당선자도 별수가 없는 모양"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대표도 "노 당선자가 뭐가 구려서 그렇게 뒷문 출입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노 당선자도 권력을 잡더니만,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번지르하게 늘어놓더니만,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삭발을 한 채 비장한 각오로 시위를 벌인 박규돈 부위원장(비상대책위원회)은 "한마디로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당시 느낌을 전하면서 "불법 덩어리를 비호하고, 특혜 주는 대구시를 봐주는 것이 무슨 법치국가이냐"며 답답해 하였다.

ⓒ 한상훈
좌: 삼성 해직자들 우: 의문사 유가족
좌: 삼성 해직자들 우: 의문사 유가족 ⓒ 김용한
정제영 총무이사(영남자연생태계보존회)도 "이번이 세 번째 삭발(버스요금 인하/ 중앙초교 불법설계공모 불법당선자 취소 등)인데,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삭발에 동참했다"고 전하면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에서 대구시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강렬한 몸짓이다"고 밝혔다.

또 그는 "노무현 당선자가 정문통과가 아닌 개구멍(?)으로 통과해 불쾌하기 그지없다"밝히면서 "벌써부터 경찰들이 시위군중을 에워싸 국민들의 눈을 막는 허수의 짓을 하고 있는 처사는 개탄스럽다"고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어제 밤부터 노 당선자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나섰는데, 노 당선자도 되고나니(권력을 잡고 보니) 어쩔 수 없나보다"면서 못내 섭섭한 마음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병준 총무(비상대책위원회)도 "처음엔 생존권 투쟁으로만 여겼는데, 막상 알고 보니 대구시가 얼마나 부패하고 썩었는가를 깨달았다"면서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또한 "이질적인 정치구조와 대구시의 행정편위주의 행동이 대구를 이렇게 부패하고 무능하게 만들어놓은 것 같다"면서 개탄하였다.

일부 시민들은 모처럼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지는 다른 행사차 방문한 듯한데, 정문 입구부터 제지를 당하자 당황하는 듯한 표정이었으며, 노 당선자가 토론장(5층)에서 정문 아닌 알 수 없는 문(?)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염려했는지 컨벤션 정문 앞에는 출입이 통제당함으로서 졸지에 밖에서 빗속 추위에 떨어야 하는 고충이 따랐다.

누구 특명?, "1인시위까지 막아라"
누구 특명?, "1인시위까지 막아라" ⓒ 김용한
경호팀이 노 당선자의 첫 지방투어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있고, 의전경호에 신경이 쓰이는가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할 수 있으나, 시민들에게 과도하게 불편함을 주면서까지 통제하는 것이나, 일부 1인시위에 나선 자에게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제지를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해 보였다.

집회를 마친 상인들은 하나같이 "노무현 당선자에게 실망했다"는 원성을 털어놓으면서 "그나마 믿어던 노짱인데, 유감스럽다"는 말로 실망감을 표시했다.

난데없이 밖에서 벌서는 시민들
난데없이 밖에서 벌서는 시민들 ⓒ 김용한
한편, 상가 상인들은 관리사인 D실업이 '단수'로서 상인들을 압박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내가 머무는 곳이 최전선이다"는 글귀를 내걸은 채 영업투쟁을 벌이면서, 추후 단전이 될 것에 대비해 28일부터 촛불시위로서 결의를 다져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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