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는 나세(냉이)며 민들레, 데롱게(달래) 등이 푸른 잎을 움츠리고 있다. 서리에 탈색되어 붉은 색을 띤 미나리는 최고의 건강식이다.
시골 할머니들은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산과 들에서 하루를 보낸다. 3∼4일 모았다가 깨끗이 손질하고 가을에 추수했던 수수며 조, 콩도 함께 가져와 장바구니 노점을 펼친다. 5일마다 서는 장날은 이들이 있어 정겹고 생기가 넘친다.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어물전이다. 갓 잡아와 살아 퍼덕이는 간제미, 운조리, 낚지, 농어, 숭어, 돔은 길고 흰 뿌리를 드러내는 미나리와 무를 곁들이면 횟감으로 최고일품이다.
섬사람들의 무침솜씨는 세련되지 못해 투박하지만 그런 투박함을 이곳을 찾은 도시인들은 더욱 좋아한다. 수입과 대량사육에 밀려 없어진 소전 옆 막걸리 집은 시장기를 달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생선 몇 마리 아줌마께 부탁하면 즉석에서 회를 먹을 수도 있다. 막걸리 몇 사발에 거나해진 장꾼들은 육자배기와 진도아리랑 타령으로 분위기를 돋군다.
사람들이 편리한 대형시장보다도 재래시장을 찾는 것은 싱싱한 먹거리와 함께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막 캐온 푸성귀와 싱싱한 생선에서 나오는 비린내, 억세면서도 순박한 고기장수 아줌마의 밉지 않는 욕지거리는 사람 사는 냄새를 물신 풍긴다.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